독일에 사는 동안 인종차별이라 느낄만큼 황당한 일들이 있었다. 마트 주차장에서 유모차가 그려진 주차자리에 주차를 하고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마트 안으로 들어갔다. 그 후 차에 두고 온 물건이 있어 혼자 나와 차에서 물건을 가지고 다시 마트로 들어가려는데 보안요원이 나를 가로막는 것이다. 분명 1분 전에 온 가족이 들어가는 모습을 봤으면서도 나에게 아이가 없이는 이 자리에 주차 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방금 아이들과 들어가는거 못봤느냐고 물으니 본인은 모른다고 했다. 막무가내로 다른 곳에 주차를 하라는 말뿐이였다. 당장 매니져 나오라고 하고 싶었지만 다행히 찾으러 나온 아내와 아이들이 있어 아이와 동행했음을 다시 한번 알리고 마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언젠가 한번은 하우스마이스터(집관리인)가 집주인인것처럼 사사건건 컨트롤하며 건물에 사는 모든 사람을 괴롭히는 것도 경험했다. 만약 나에게만 그러했다면 외국인이라 차별하나 라고 생각했겠지만 그 하우스 마이스터는 모든 사람에게 융통성없이 일을 하는 사람이였다.
좋게 해석하자면 마트의 보안요원과 집 관리인의 경우 본인의 업무에 과도한 책임을 느끼고 그로인해 다른 사람의 불편은 그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모든 독일 사람들이 그런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과한 책임의식이 때로는 불친절과 같은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마지막 예로, 유치원에서 아이 손에 가시가 찔렸는데 누구도 빼주지 않아 아이를 데리러 갈 때까지 가시 찔린 손으로 있었다고 했다. 선생님들은 아이의 몸에 절대 손을 댈 수 없다는 사실을 그때서야 알게 되었던 나는 그 당시 어찌나 황당했는지 모른다. 한국 유치원에서는 감기 걸린 아이들을 위해 약을 보내면 선생님들이 시간맞춰 먹여주기도 하지만 독일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현재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스스로 코로나슈넬테스트를 해야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선생님의 보호 관찰이 요구되는 수업시간내, 수영수업과 같은 시간에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아주 엄격하게 책임을 묻기 때문에 선생님들은 최대한 아이들의 안전에 유의하며, 수영수업을 대비해 인명구조 자격증을 가져야 할 정도로 철저하게 아이들을 보호한다.
독일에서는 선생님뿐 아니라 경찰, 버스나 기차의 검표원, 주차요원와 같이 관리, 감독의 책임을 부여받은 직업군에서는 차갑다고 느낄만큼 철저하게 본인의 업무를 하면서 더 많은 책임이 요구되는 일은 아예 거부하는 것 같다.
여러가지 해석과 입장차이가 있지만, 독일나라는 규칙과 규정, 더 나아가 법 지키는 것을 굉장히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고, 그런 규칙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하고,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런 경향때문에 독일 정부기관에서 관료주의적 성격이 아주 강하고, 이런 문화가 일상생활 깊숙히 들어와서 회사,학교 등 여러 기관에서 많은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것 같다.
나의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본인이 맡은 일은 정확하게 하지만, 동료를 대신해 희생하거나 시간을 내어 환자들을 조금 더 봐주거나 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한마디 이야기 들어주는 것이 환자들에게 얼마나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일인지 그들은 모르는 듯하다. 오히려 나에게 너무 친절을 베풀지 말라고 충고해 주는 동료들도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의 동료들을 보면 정말 받는 월급만큼 일하고 본인의 휴가를 중요하게 여기며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고 살고 있는 것 같다. 직장에 다니면서 계속해서 학업을 하고 뭔가 다른 일을 하려는 나를 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한 명의 팀장을 빼면 모든 동료들은 수평적인 관계에서 아주 평등하게 일하고 있으며 사실 연차에 따라서 월급차이도 얼마나지 않는다. 한국 직장과 같이 상하관계에서 오는 단점들도 많겠지만 수평적인 관계에서도 단점들이 나타난다.
현재 독일 직장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 책임을 지려는 사람이 적어 많은 사람들이 리더의 자리를 거부한다는 것이다. 직급이 올라도 월급이 엄청나게 차이 나는 것이 아니고 돈을 많이 벌어도 세금은 더 많이 내며 오히려 책임과 부담만 늘어난다는 이유에서다.
가끔 생각해본다. 독일 직장 동료들이 책임감이 강한 것인지, 혹은 책임을 회피하고 편하게 살고 싶어하는 것인지. 혹시 여러분들의 직장에서 본인 혹은 동료들이 느끼는 책임감이 어느 정도 되나요? 한국과 비교하였을 때, 독일인만의 책임의식을 느끼셨나요?
작성: 모젤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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