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코)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베를린에서 쿡박스로 문화를 배달하는 스타트업 EasyCookAsia를 창업, 운영중인 이민철입니다. 베를린은 2017년 MBA 학업 차 가족과 함께 오게 되었고, 저희 가족은 현재 베를린을 흠뻑 즐기며 살고 있습니다.
두바이에서 아내를 만나 하노이에서 아이 둘을 낳고, 베를린에서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만 생활한지가 벌써 10년이 넘네요. 많은 도시들을 다녀 봤지만 베를린은 정말 독특하고 매력적인 도시인것 같아요.
베를린은 열린 도시인데요. 그래서 스타트업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저도 그 중 하나구요. 학업을 병행하며 스타트업을 준비했고, 운이 좋게도 Siemens에서 후원하는 스타트업 대회에서 상도 받았습니다.
European Social Fund에서 자금 지원을 받아 Startup Incubator Berlin에서 사업을 시작해서 창업한지 벌써 2년이 지나가네요.
EasyCookAsia는 작년 1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고, 우여곡절끝에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요, 올해 2월 드디어 첫 투자를 받아, 훌륭한 인재분들도 함께해주셨고, 내년 상반기 seed 투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사전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대기업에 다니셨다고 했는데요, 물론 요즘 평생 직장의 의미가 사라져 가고 있지만, 퇴사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떤 마음으로 퇴사를 결정하셨나요?
사실 한국에서 저의 첫 직장은 코트라였습니다. 당시 코트라 중동 CIS팀에서 인턴으로 근무를 시작했는데요. 리서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중동에서 활약하는 여러 기업들과 인연이 닿아 모 전자회사로 자리를 옮겨 두바이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큰 기업에서 일을 하다보면 대게 먼저 기존 회사에서 만들어 놓은 Process를 배우게 됩니다. 그 후에 그것을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더빨리, 더 적은 비용으로) 만드느냐가 주 업무인것 같습니다.
상대적으로 저는 초반에 해외에서 주로 신규 법인 설립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아서 업무의 폭이 넓고 다양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중간에 나이지리아를 포함한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6개월동안 근무도 하고, 중동에 왠만한 나라들은 다 가본것 같고요.
법인이 성장하면서 해야할 일들도 많아지고 사람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그러자 한국회사에서 흔히 있는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부분이 구분이 잘 되지 않는 시간이 많았고, 20년 넘게 조직에 충성한 부장님들이 개인의 성장보다는 일종의 줄서기, 책임지지 않으면서 성과를 챙기려는 모습… 등등을 보면서 저분들이 회사 밖으로 나온다면 과연 경쟁력이 있을까…아.. 나도 나중에 저러면 어쩌지.. 하는 이런저런 생각끝에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독일에 와서 가정이 있는 아빠로서,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학생으로,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공부하는 시간이 어떠셨나요?
17년 9월 베를린에 와서 안멜둥하고, 은행계좌열고, Visa까지 초기 정착에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분야의 공부였기 때문에 기대가 엄청 컸습니다.
그런데 막상 학교를 다니다 보니 마음은 큰데 몸과 머리가 따라주지 않아 무지 고생했습니다. 눈뜨면 학교 가고, 수업듣고, 집에와서 애들이랑 잠깐 놀고 재운다음 다시 숙제하고…아주 치열하게 보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당시 아들이 4살, 딸이 갓 돌을 넘겼을 때인데 제가 학교에 가 있는 동안 제 아내가 두 아이를 봐야했기 때문에 고생이 아주 많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마음이 좀 짠 하네요. 아내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크고, 씩씩하고 예쁘게 자라준 우리 아이들도 어찌나 고마운지요.
공부하는 중에 현재 하고 운영하고 계신 아시안 음식 재료 배달 사업 (Easy Cook Asia)의 아이디어를 생활속에서 우연히 얻었다고 하셨는데요, 이 아이디어가 어떻게 시작이 되었나요?
아무래도 한국 사람이다보니 아시아 슈퍼를 자주 가게 되었는데요. 갈때마다 독일사람을 비롯한 서양인들이 많아 아주 놀랐습니다. 뭘 사나 하고 보는데 이사람들이 제품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걸 자주 보았습니다.
우리에게는 친숙한 재료라도 이 사람들은 어떤 재료를 어디에 써야하는지를 잘 모르고, 포장이 여러 언어로 써 있어서 봐도 잘 모르는 거였습니다. 한 손님은 제게 자기가 커리를 요리하려고 하는데, spice는 찾았는데 코코넛 밀크가 어디있냐며 물어봤는데요. 그 때 제품을 재료별로 진열하는게 아니고 음식을 주제로 재료들을 한곳에 묶어서 보여주면 손님들이 쉽게 살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기에 이 음식은 어떻게 조리하고, 언제, 왜 먹는지와 같은 이야기를 함께 소개하면 좋겠다 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당시 마스다 무네야키가 쓴 책 “라이프 스타일을 팔다” 라는 책을 읽고 있던 중이라 영감을 더 받았던 것 같아요. 마스다는 본인이 창업한 서점 TSUTAYA가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을 파는 곳이라고 봤거든요.
그래서 책 진열을 섹션별로 나누는 것이 아니고 주제를 정해서 예를 들면, 독일 여행이라고 주제를 정해 독일의 자동차를 주제로 정하면, 독일의 여행/자동차 관련 책, 잡지, 자동차 피규어, 함께 먹을수 있는 음식.. 여러가지를 묶어서 보여주는 방식이예요. 그래서 처음에는 이와 비슷한 좀 힙한 아시아 슈퍼를 할까 했습니다.
가게를 얻으려면 시간과 노력이 배로 들어가니 온라인으로 좀더 쉽게 할수 없을까 고민하다 조사를 하나보니 비슷한 컨셉으로 HelloFresh라는 회사가 쉽게 조리할 수 있는 키트를 집으로 배송하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배송에 초점을 맞춰서 제품을 만들기로 했죠.
EasyCookAsia는 베를린만 배달이 되나요, 아니면 독일 전체에 가능한가요?
독일 전체로 배송이 가능하고요. 지금은 오스트리아와 스위스로도 배송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신선식품까지 있는 쿡박스였는데 지금은 그것을 제외한 쿡박스거든요.
저희 타켓이 아시아인 보다는 독일인인데, 신선제품이 들어간 쿡박스는 배송이 어렵고, 아이스 팩 등 패키징도 많고, 신선제품이 상하기 때문에 보통 3일안에 세끼를 먹어야 하는데 독일 사람들에게는 3일을 연속 아시아 음식을 요리하는게 부담이 되더라고요.
여러가지 이유로 신선식품을 제외한 쿡박스를 출시하니, 오퍼레이션도 간편해지고 어느 지역으로든 배송도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베를린보다 다른 지역 오더가 훨씬 더 많습니다.
스타트업의 비지니스 모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고 싶은데요, 일반적인 음식 재료 배달 서비스와 어떤 차별점을 강조하고 계신가요?
우리가 흔히 아는 밀키트 회사는 일반 사람들을 상대로 대중적인 음식을 선보입니다. 대부분 주 3~4회 발송의 구독 (Subscription)이고요. 그래서 음식의 기능적인 부분을 강조하죠. 예를들면 조리하기 편하다, 가격이 저렴하다, 슈퍼를 가지 않아도 된다.. 등등
저희는 아시아 음식을 전문으로 하기 때문에 타겟층이 조금 다릅니다. 아무래도 새로운 문화를 접해보고 싶은 분들, 아시아 음식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분들,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분들이 타겟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조리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새로운 요리팁을 알려주고요. 음식을 조리하면서 그 나라를 여행가는 느낌이 나도록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박스에 재료만 있는게 아니고, 그 지역의 특산물이나 기념품, 이야기가 함께 들어갑니다.
Korea 박스에는 저희 고객의 이름을 한글로 적어서 카드를 담고요, Indo 박스에는 인도 사람들이 이마에 붙이는 Bindi가 있어 인도 음악을 들으면서 춤도 추게 하고요. Taiwan night market박스는 타이완 치킨을 요리하고 버블티를 마시며 집에서 야시장을 경험하게 하는 거죠. 곧 새로 디자인한 외부 박스가 나오는데요. 여행할 때 들고 다니는 수트케이스처럼 디자인을 했습니다. 특별한 경험, 여행의 의미를 담은거죠.
그 아이디어를 키워서 베를린 스타트업 경진 대회에서 입상도 하고, MBA 코스안에서 인큐베이터로 시작을 하셨다고 했는데요, 스타트업 경진 대회는 아무나 참여할 수 있나요? 몇 개팀이 나오고, 선발 과정은 어떻게 진행이 되나요?
처음 아이디어가 생겼을때 사실 제일 처음했던게 사업 계획서를 쓰는 거였어요. 한 두달 정도 걸려서 20쪽 넘게 썼을 겁니다. 그 뒤 어떻게 됐을까요? 사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왜냐면 계획만 하고 제 머리속에서 생각만 한거지 실행으로 옮기지 않았으니까요. 나중에 안 거지만 이게 전혀 Lean한 방법이 아니더라고요.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MBA과정 중에 있는 Entrepreneurship 수업 시간을 통해서 였습니다. 교수님이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 손한번 들어봐라 그러면 수업을 통해서 아이디어를 키워보는 기회가 될거다 라는 것이었어요. 대뜸 손을 들었죠. 그렇게 시작했어요. 수업을 듣고 가장 중요한 메세지는 “Done is better than perfect”이었습니다. 완벽하게 하려하지말고 그냥 일단 해 봐라 라는 거죠. 처음 이 말을 듣고 머리가 땡 하고 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수업을 듣고 계단으로 내려오던 중에 “Make it Lean Contest”라는 포스터를 보게 되었어요. 바로 이거다, 뭐 잃을게 있어 라는 생각으로 바로 지원했어요. 위 단어를 제외하고 모두 독일어였는데 저는 독일어를 거의 못했거든요. 뭐 잃을거 있어? 하는 마음으로 지원했습니다..
모든 과정은 독일어로 진행이 되었으나, 선발 과정에서의 차별은 전혀 없었습니다. 주변의 도움을 받아 준비를 했고요. 정확하게 몇개 팀이 지원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숫자는 꽤 많았던 것 같아요. 크라우드 펀딩 을 통해 대중의 인기를 모아야 하고, Lean Startup을 얼마나 잘 적용하는지가 평가 기준이었고, 최종 Pitch를 통해 수상팀을 선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생에 처음으로 비디오도 만들고,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것도 알게되었어요. 최종 Pitch팀으로 선발되어 운 좋게도 상을 2개나 받게 되었고요. 그 과장에서 팀원들을 만나 하나의 팀을 만들게 됐던게 가장 큰 수확이었던 것 같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은 금액과 상금을 모아 제품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MBA 과정 중에 인큐베이터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것이 흔한 일인가요? 학교와 교수님들은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편인가요?
MBA가 일종의 Manager를 키우는 과정이다 보니 창업을 한다는 것이 흔히 있는 일은 아니죠. 저희 선후배를 봐도 창업을 한 분들은 많지 않은것 같습니다. 다행히 제가 다닌 학교가 Startup으로는 꽤 유명한 학교였던 덕분에 그 덕을 많이 본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알고 간 것은 아니어서 제가 운이 좋았던거죠.
학교와 교수님들이 창업 과정에서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학교에서 참여하고 있는 인큐베이터에서 시작했고, 좋은 Pitch 기회가 있을때마다 교수님들이 불러주셨어요. 물론 저희 초기 쿡박스도 많이 테스트 해주셨고요. 스타트업에서 쓰는 여러가지 툴, 이를테면 린스타트업, 비즈니스 캔버스 등도 지도해 주셨습니다. 참고로 제 졸업 논문 주제가 Lean Startup을 적용한 아시아 쿡박스 사업이었습니다. 공부도하면서 사업도 준비하고 1석2조였습니다.
경진대회 입상과 인큐베이터를 기반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의 시작은 어땠나요? 경제적으로 힘들지 않았나요?
아시겠지만 창업을 하고 나서 바로 매출이 발생하고 수익이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적어도 창업후 1년 이상은 자금 때문에 고생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저희도 마찬가지 였고요.
특히 저 개인적으로는 가족이 함께 있기 때문에 생활비 걱정도 많았습니다. 제 꿈만 쫒기에는 무리가 좀 무리가 있는 상황이었죠. 그때마다 주위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크라우드 펀딩과 상금으로 제품 개발을 시작할 수 있었고, 그 인연으로 Startup Incubator Berlin 담당자를 만나 정부 지원으로 인큐베이터에서 EasyCookAsia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여러 테스트를 거쳐 비즈니스 모델이 좀 잡히자 European Social Fund로 운영되는 Berliner Startup Stipendium에 지원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가까스로 선발되어 창업자 1명당 월 2,000유로를 지원, 1년간 총 6만유로 펀딩을 받아 무사히 초반 1년의 death valley를 건널수 있었습니다.
고객 중에 도심지의 사람들보다는 오히려 아시아 음식을 접하기 어려운 도시 외곽 고객층이 더 주문을 많이 한다고 하셨는데요, 아시안 식당을 창업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이 아이디어가 기회가 될 수 있을까요? 임대료가 비싼 도심지 보다는 외곽으로 빠지는 것이요.
네 그렇습니다. 많은 독일인들이 아시아 음식을 좋아하고요. 특히 최근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도는 굉장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도심지역에 거주하는 분들은 아시아음식을 자주 접할수 있지만, 외곽지역 거주자들은 아시아 슈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시아 식당이 많은 것도 아니어서 그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저희는 도심 외곽지역에 사는 분들 오더가 상당히 많은 편이고요.
아시아 식당을 창업하는 분들은 온라인 배송을 많이 고민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배송 시장이 굉장히 커지고 있고, 코로나 이후로도 계속 커지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그렇다면 굳이 바쁜 직장인들 대상으로 높은 임대료를 주면서 시내에 식당을 오픈하는 것보다는 인테리어도 필요없는 일종의 고스트 키친을 만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처럼 공유주방에서 창업해도 좋을것 같고요.
저희도 저희 쿡박스를 활용한 고스트 치킨컨셉의 프랜차이즈를 하면 어떨까 검토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음식 박스가 배송이 된 후에 지금까지 사업 성장세는 어떤가요?
저희가 작년 1월 처음 선보인 박스가 중국의 설 쿡박스였습니다. 그런데 당시 중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시작한 탓인지 중국음식에 대해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아 판매가 거의 없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아시아 음식에 대한 편견이 좀 있었던 것 같습니다.
3월이 지나 독일도 코로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면서 오히려 모멘텀으로 작용했습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요리도 자주하게 되었고, 저희 쿡박스 문의도 많아졌습니다.
독일 사람들이 여행다니는 것도 좋아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것에 착안해 Explore Asia in your kitchen 컨셉으로 요리를 하면서 아시아를 여행하는 컨셉으로 조금 바꾸자 관심도 더 많이 늘었습니다.
창업 초기와 비교해 단순 비교는 좀 어렵지만, 박스 판매 수량 기준 10배 정도는 성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최근에는 회사 Team 이벤트용 박스를 별도로 만들어 B2B로도 많이 나가기 시작했고요. 연말과 연휴 시즌에는 Theme Box가 선물용으로도 잘 나갑니다. 일부 한국분들은 한국박스를 구매해 지인께 선물로도 보내시고요.
갑자기 시작했을 때가 궁금해 지는데요, 재료 준비, 포장, 배송, 마케팅 활동까지 너무 궁금합니다. 처음에 어떻게 재료 준비, 포장, 배송 등을 진행 하셨나요?
한마디로 초기에는 저희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했습니다. 아시아 슈퍼에 가서 재료 사고, 포장지 사서 포장하고, 가까운 곳은 배송도 직접하고요. 아무래도 수량이 적기 때문에 업체에 맡겨서 생산할수 있는 양도 아니고, 도매업체에서 수급할 수량도 안됐으니까요.
저희가 음식을 해봤던 사람들도 아니었기때문에 어려움이 더 많았습니다. 특히 독일은 식품 위생 관련 법규, 규제도 까다롭고 복잡한데요. 모르니까 주변에 많이 물어봤습니다. IHK에서 진행하는 위생 교육도 받고, EDEKA Food Tech Campus하고 베를린 Kitchen Town등에 물어가면서 하나씩 배웠습니다.
저희가 자금 여력이 되지 않으니 모든것을 공유해서 썼습니다. 공유사무실에 공유 자동차, 부억도 필요할 때만 쓰는 공유 주방을 사용해서 최대한 고정비 지출을 줄이고자 했습니다.
마케팅 활동은 주로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마케팅도 사실 아는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마케팅과 세일즈의 차이도 몰랐고, 으레 다른 분들이 하는 것처럼 FB 페이지를 만들어 포스팅하는 것이 온라인 마케팅이라고 생각했었죠. 스스로 공부도 하고, 주변 분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하나씩 배워나갔습니다.
특히 타겟층이 비슷한 회사들과의 콜라보를 많이 해 왔습니다. 예를 들면 코로나로 요리 선생님들이 오프라인 쿠킹 클래스를 할수 없게 되자 저희가 레서피를 전수받아 쿡박스를 만들고 그분들의 온라인 수업을 프로모션 해드렸습니다. 어려운 아시아 식당들과 콜라보하면서 쿡박스를 만들어 배송도 했었고요. 최근에는 온라인 여행사, 각국 문화원, 주방기구 회사, 장난감 회사등과 콜라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5월부터는 Amazon 등 마켓플레이스에 진출하고, 정부에서 디지털 마케팅을 지원해주기 때문에 SEO와 구글 Keyword 등 Paid ad에도 투자할 계획입니다. Social Marketing쪽에서는 인플루엔서들과 협력을 더 강화할 예정이고요.
6월 쯤엔 Culinary Journey라고 하는 3개월짜리 Limited Subscription 상품이 나오는데, 가령 Asia Street Food Tour는 한달에 한번씩 각국의 스트리트 푸드 Box를 받아 여행하는 컨셉입니다.
지난달은 타이의 해변에서 칵테일에 파타이, 이번달은 대만의 야시장 치킨과 버블티, 다음달은 하노이의 길거리에서 베트남 커피한잔… 뭐 이런식으로 요리를 하면서 여행을 가는 겁니다.
그렇게 열심히 달려오시고, 성장한 결과 올 해 초에 좋은 소식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15만 유로의 엔젤 투자 받았을 때, 회사의 가치, 15만 유로에 해당하는 회사의 지분, 계약 과정 등 할일도 많고, 알아야 할 것들도 많으셨을 텐데요, 모든 과정을 어떻게 진행 하셨나요?
네 다행히도 올해 2월 첫 투자를 받았습니다. 사실 작년 상반기에 엔젤 투자자 2명과 구두로 투자를 받기로 약속했으나, 코로나 때문에 무산된 적이 있던 터라 실제 투자금이 입금될때까지 안심할 수는 없었습니다.
저희가 창업이 처음이라서 투자관련해서도 모르는 것이 많았습니다. 다행히 베를린에는 다양한 인큐베이터, 엑셀러레이터, 엔젤투자자, VC 등 에코시스템이 잘되어 있던 터라 평소 이런저런 투자관련 행사를 다니며 인맥도 쌓고 공부를 해 두었습니다.
독일 정부에서 스타트업 투자 독려 정책으로 BAFA INVEST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요. 투자자가 이 Certificate을 가진 회사에 투자하면 투자금의 20%를 돌려받는 겁니다. 올해 저희도 선정된 후 투자관련 문의가 부쩍 늘었는데요, 공적 분야에서의 지원도 첫 투자를 받기까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보통 신생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을 때 투자 금액 대비 회사의 가치를 측정하는 공식 같은 것이 있나요?
네 저도 이게 가장 궁금한 점이었습니다. 교과서에서 미래의 Cash Flow를 현재가치로 Discount해서 회사의 가치를 평가한다고 배웠는데, 보통 스타트업의 경우 미래의 현금흐름 예측이 매우 어렵잖아요.
그래서 초기 스타트업들의 경우 대부분 스타트업에서 향후 1년동안 성장하는데 필요한 경비와 내놓을 지분을 대략적으로 준비해서 투자자와 협의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어느정도의 User수와 매출을 기반으로 해야겠죠.
기본적으로 향후 3년동안 우리가 이정도의 매출을 발생하고 회사가 이런식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Financial Plan이 필요하고요. 회사의 가치는 가령, 앞으로 1년동안 성장하는데 필요한 경비가 20만 유로이고, 지분을 20%정도 내놓는다고 하면 회사의 Pre Money Valuation이 1M이 되는 것이죠. 투자에도 Pre Seed부터 시리즈 A, B, C 하는 단계가 있는데, 보통 각 단계별로 10~25%정도 지분을 나눈다고 보시면 될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Tool을 통한 벨류이이션보다는 비슷한 회사들의 벤치마킹과 결국은 네고시에이션이다… 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추가로 미국의 투자자들은 리스크 테이킹 성향이 강하고, 벨류에이션도 좀더 높게 측정하는 반면 독일의 투자자들은 항상 Traction을 먼저 보는 등 리스크를 줄이고 벨류에이션도 조금 낮게 평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맨 땅에 헤딩하듯이 배우셨다고 하셨는데요, 회사 가치 평가, 현금 흐름, 매출 등을 기반으로 협상을 하는 과정을 부딪혀가면 배울 때, 역시 스타트업을 하고 싶으면 베를린으로 와야 할 것 같은데요?
네 저는 베를린을 강추합니다! 특히 유럽에서 스타트업을 하겠다는 분들이 있다면 베를린으로 오셔서 도전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생활물가도 저렴하고, 외국인들도 많고, 영어 사용도 가능하고요. 베를린은 여러가지 색을 가진 멋진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첫 투자를 받고, 우리 사업이 진짜 다른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다고 하셨는데요, 이제 내년 초의 투자 목표는 얼마인가요? 그리고 실현 가능성을 어떻게 보시나요?
내년 상반기 1M ~ 2M Seed round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저희 업종의 특성상 11월, 12월이 성수기더라고요. 작년 이 기간 동안 아무런 마케팅활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밀려드는 오더에 잠을 잘 시간이 없을 정도 였습니다.
올해 성수기에 최대한 숫자를 만들어서 투자자들과 좋은 만남을 가지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실현 가능할 거라 믿고요, 그렇게 만들어야죠.
독일에서 창업, 특히 스타트업을 고민하고 있는 창업 후배들에게 마지막으로 나누고 싶은 생각이 있으신가요?
주변사람들에게 본인이 하고싶은 아이디어를 자주 이야기하고 피드백을 받아보길 권합니다. 저희도 이 아이디어를 말하면 누가 도용하지 않을까 고민도 많았는데요. 사실 사람들은 우리가 하는 일에 그닥 관심이 없더라고요. 리서치를 하다보면 이미 우리와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회사들도 굉장히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하죠.
Done is better than perfect이라는 말을 꼭 간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실천하시면 더욱 좋고요.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기보다는 하나씩 하면서 배우고 만들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희 경우, 처음부터 스타트업을 해야지 하고 불굴의 의지로 시작한건 아니거든요. 하나만 더, 한번만 더 하나씩 하다보니 경험이 쌓이고, 기회가 찾아오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성장해 나가더라고요. 스타트업을 고민하고 있는 후배님들도 한걸음씩 나아가길 바랍니다.
혹시 저의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기쁜 마음으로 제 경험을 나누겠습니다.
구코) 인터뷰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응원하겠고요, EasyCookAsia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백만유로 투자 가즈아 !!!
- 인터뷰: Easy Cook Asia 대표 이민철
- Easy Cook Asia는 아이사 식재료를 여행의 컨셉을 기반으로 다양한 여행 주제, 아시아 국가별 식재료를 배송하는 스타트업입니다. (사이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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