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전역에는 32개의 한글학교가 있습니다. 아래 독일 지도에 보이듯 독일 전역에 골고루 한글학교가 분포된 것이 아니라 서쪽과 남쪽에 집중이 되어 있습니다. 한글학교는 40년 넘게 독일 내 한국 문화와 한국어 보급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주독일 한국 교육원의 주요 활동 중에 하나입니다.
그중에서도 프랑크푸르트 한글학교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으며 보통 주말에 한글을 배우고자 하는 재독 한인 어린이나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글 수업이 진행됩니다. 제가 있는 도시엔 한글학교가 없어 아이들을 데리고 토요일에 자동차로 왕복 200km를 몇 년간 왔다 갔다 하기도 했습니다.
주중 풀로 일을 한 후 주말엔 쉬고 싶기도 하고, 자동차로 먼 거리를 왕복 운전하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한글 학교가 주는 많은 장점들이 있어 몇 년을 토요일마다 운전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수업에 참여했습니다.
아이들은 주말의 한글학교 참여를 짧은 여행 가듯이 아주 즐거워 했으나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도 벅차 결국엔 지속하지 못아 많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우리가 겪은 코로나 시간을 돌이켜볼 때 코로나가 준 유일한 축복(?) 중 하나는 다양한 온라인 수업의 증가였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한국에 있고 독일에 없어서 하지 못했던 것들, 한인들이 많이 있는 독일 서남부가 아니라서 하지 못했던 교육 활동들, 독일 대도시의 유명한 독일인 선생님들의 수업 등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는 방법들이 늘어났습니다. 디지털 소통은 교육의 시간적, 지리적 한계를 넘어서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독일의 많은 한글학교들도 코로나 기간 중 줌(zoon) 등을 통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돼 올 3월부터 뮌스터 한글학교에 두 아이가 함께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한글학교는 나이별로 혹은 한글 교육 수준별로 각각 반이 배정돼 한글 수업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주말엔 공부 안 하고 당연히 노는 거야~ 생각하는 독일식 사고방식의 아이들도 토요일 오전 수업 중 만나게 되는 여러 선생님들과 친구들, 한글 공부 시간을 무척이나 행복해했습니다. 330km 넘게 떨어진 곳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곳에서 진행하는 수업에 매주 함께 한다는 것은 코로나 이전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한글 학교 수업의 장점
1. 다양한 사람들과의 접촉으로 풍부한 어휘력을 키울 수 있다.
한국에 사는 아이들은 24시간 다양한 한국어에 노출이 됩니다. 부모 외에 친인척, 학교(학원) 선생님, 학교(학원, 동네) 친구들 등 정말 다양한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그들이 사용하는 한국 어휘와 문장, 생각들을 접하면서 한국어 능력을 키우게 됩니다. 반면 해외에 거주하는 아이들은 접촉하는 사람 중 한국어를 말하는 사람이 부모와 소수의 한국인들로 제한적이다보면 그 사람들이 말하는 한국 어휘 정도만큼만 한국어가 발달하게 됩니다.
유튜브, 한국어 DVD 등을 많이 보여준다 해도 소통하지 않는 일방적인 보여주고 들려주기는 언어의 발달에 그다지 많은 도움이 되지 않더군요. 그런 점에서 한글학교를 통해 만나게 된 몇몇 선생님과 친구들의 수업, 대화는 아이들이 한국어 능력을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2. 코로나 기간 중 계획적인 하루가 가능해졌다
아침에 학교에 갔다가 오후 늦게 돌아오는 루틴 한 생활을 하다가 24시간 통째 집에 갇힌 아이들은 시간이 갈수록 할 일을 계획적으로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옆에서 부모가 일과표를 짜서 하나하나 짚어 나갈 수도 없다 보니 홈스쿨링의 공부가 늘어지기도 하고 주중과 주말의 구분도 모호해지며 유튜브, 게임 사용량이 늘어나는 혼돈(?)의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주말 오전 10시부터 11시 반까지의 한글학교 등 수업 시간이 정해진 여러 온라인 활동들의 참여는 그나마 아이들의 일과표를 흐트러지지 않게 지지해 주는 기둥이 되어 주었습니다.
3. 다양한 과목, 미술, 과학, 역사 등의 체계적인 학습
열성적으로 가정 내에서 아이들 한글을 가르치시는 부모님들도 계시겠지만, 부모가 가진 생각과 경험에 국한돼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한글교육의 내용이 제한적이고 역사, 과학실험, 미술 등의 특정 분야는 다루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며칠 동안 고민해서 ‘내일은 아이에게 이걸 보여줘야지’하고 준비한 수업을 아이들에게 펼쳐보이는 부모님은 드물 테니까요. 저 또한 아이들 교육에 관심은 많으나 늘 시간이 없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그때그때 손에 잡히는 책들을 읽어주거나 글씨를 쓰게 하는 정도밖엔 못했습니다. 주로 읽어주던 책도 어릴 때 세계명작동화, 창작동화, 한국 전래동화 정도에 국한되었었죠.
그러나 한글학교 온라인 수업을 통해 아이들은 한국의 역사/문화역사에 대해 배우기도 하고 과학실험을 통해 재미와 함께 과학의 원리를 배우기도 했습니다. 선생님이 고심해서 많이 준비한 수업이구나를 옆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글학교가 주독일 한국 교육원의 활동이다 보니 한글학교를 통해 주 독일 한국 교육원이 주관하는 다른 행사들 소식(예, 마인츠 동양화 수업, 재외 동포 한국 이해과정 모집, 어린이 한국어 그림일기 대회 등)들을 전해 듣고 참여도 가능하였습니다.
4. 독일에 사는 다른 한국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
한인이 적은 도시에 살다 보니 교류하는 한인들, 한국어를 하는 친구들의 수도 많이 제한적이었습니다. 독일 친구들이 아닌 자기 나이 또래의 한국 아이들은 어떤 수준의 한국어를 구사하는지, 어떤 생각들을 하는지를 아이들 스스로의 눈으로 보고 듣는 시간은 아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자극과 따듯한 동질감을 느끼는 시간이었던 거 같습니다.
독일의 증가하는 백신 접종률과 날로 좋아하는 코로나 상황은 한글학교 온라인 수업의 끝이 다가오고 있음을 말합니다.
매주 수고하시는 독일의 모든 한글학교 선생님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이번 기회를 통해서 한글 학교를 매주 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온라인 수업이 개설되어서 계속 운영이 되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 작성: 독일북부 무쏘뿔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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