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에 독일로 유학 나와 쭉 살게 되면서 나의 와이프는 지금까지 운전면허가 없었다. 독일에서도 유학생활 중엔 한학기 학생회비만 내면 지역내 기차, 버스, 우반 등을 이용 할 수 있었으니 면허의 필요성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나의 취직으로 인해 한적한 시골로 이사를 오고,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와이프에게 면허가 꼭 필요하게 되었다.
길치에 기계치이며 운전의 ‘ㅇ’도 모르는 와이프가 흔히들 세상에서 가장 따기 어렵다고 하는 독일의 운전 면허를 어떻게 딸 수 있었는지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면허를 준비하려면 우선 집에서 가까운 운전면허학원(Fahrschule)을 찾아야 한다. 몇 군데 학원에 직접 연락 하거나 홈페이지를 찾아보거나 이메일로 문의 할 수 있었다. 지역에 따라 조금씩의 가격 차이가 있겠지만 알아본 결과 같은 지역내에서는 수업료가 똑같았다. 그래서 수업시간, 요일 그리고 학원의 위치를 고려해 한 곳을 선택하였다.
운전 학원은 꼭 집 근처 이어야 한다. 이론 수업은 독일 어디서나 들어도 상관없지만 실기 수업은 살고있는 지역 내에서만 들을 수 있다. 독일에서의 면허 시험은 실제로 일상에서 운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목적이 있어, 살고 있는 지역 관할 면허청에 운전허가를 받은 후 실기 수업과 시험을 치룰 수 있기 때문이다.
예외적으로 직장, 대학, 아우스빌둥을 하는 지역에서 면허를 따고 싶다면 관할 면허청의 예외 허가를 받으면 가능하다. 간혹 면허 학원을 다니는 중에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하는 경우도 생기는데 수업 일정과 이사 일정을 잘 고려해서 학원 등록을 하여야 한다.
학원을 결정했다면, 신청서(Antrag)를 작성하고 수업료를 지불한 뒤 바로 이론 수업에 참여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3.5톤 이하, 최대 9인승 차량 운전이 가능한 면허 등급은 B Klasse이며 B등급 면허를 따기 위해서는 총 14시간의 이론수업을 들어야한다.
보통은 일주일에 2회정도 이론 수업이 진행되는데, 바쁜 직장인이나 빨리 면허를 따려고 하는 사람들을 위해 하루2시간씩 7일만에 이론수업을 마칠 수 있는 인텐시브수업을 하는 곳도 많이 있었다.
이론수업 중 12시간은 모든 면허 등급이 기본적으로 참여해야하는 수업이며 안전규칙, 도로표지판 등 운전에 필요한 모든 것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모든 수업 내용은 필수가 아니여서 같은 내용의 수업을 반복해서 듣고, 다른 수업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무조건 12시간 수업에 참여만 하면 된다.
그렇더라도 운전에 대해 잘 모른다면 모든 수업 내용을 다 듣기를 추천한다. 나머지 2시간은 B Klasse 면허 시험만을 위한 이론수업으로 일반 승용차의 기술적인 내용을 배우게 되며 이는 필수수업으로 꼭 참여하여야 하는 수업이다.
그리고 학원에 등록하면 교재와 필기시험 연습이 가능한 앱을 받을 수 있다. 휴대폰에 해당 앱을 다운받고 학원에서 알려준 아이디, 비밀번호를 넣으면 약 1500~1600개의 문제를 계속해서 풀어 볼 수 있다.
틀린문제들을 따로 모아 다시 풀어 볼 수도 있고, 실제 필기시험을 준비할 수 있는 모의고사도 무한대로 풀어 볼 수 있다. 사실 학원에서 듣는 이론 수업보다 계속해서 문제를 풀어보며 답을 거의 외울 때 까지 반복하는 것이 합격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론수업을 듣는 동안 준비 해야 할 일들이 있다. 필기시험 이후 바로 실기수업을 받으려면 실제 도로로 나가야 하기때문에 관할 지역 면허청에 운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때 일이 처리되는 시간이 4~8주 가량 소요되므로 미리 이론수업을 듣는 동안 준비하는게 좋다.
운전허가 신청서, 여권, 여권사진, 시력검사결과, 응급구조수업 수료증, 신청비(약 45유로)를 준비하면 된다.
신청서는 면허 학원에서 받을 수 있었고, 시력검사는 일반 안경점에서 약5유로 정도의 검사비를 지불하고 받았으며, 응급구조 수업은 적십자에서 진행하는 수업에 참여하였다.
응급구조 수업도 현재 코로나로 취소되거나 축소되어 대기 기간이 길어질 수 있으니 미리미리 신청하면 좋다. 보통 주말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하루 종일 진행되며 이론수업부터 붕대 감는법, 심폐소생술까지 여러가지 배울 수 있다.
나의 아내는 필기수업을 마치고, 면허 허가 신청을 한 뒤 2~3주 동안 정말 열심히 필기시험 준비를 하였다. 객관식 문제이지만 정답이 여러 개 일 수도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헷갈리는 문항은 그냥 통채로 외워버려야 한다.
필기시험은 한국어는 없지만 여러가지 언어로 선택가능하다. 독일어가 부족하다면 영어로 시험을 볼 수 있다. 동영상 문제나 이미지 문제들도 많이 나오며, 실제 시험에는 총 30문항이 출제된다.
각 문제마다 배점이 다르며 총 마이너스10점이 되면 탈락이다. 3점짜리 문제를 3개 틀려도 합격되지만 5점짜리 문제는 2개만 틀려도 불합격된다.
낮은 배점의 문항은 아주 기본적인 문제로 쉽지만 5점짜리 문제가 어렵기때문에 1문제 이상 틀리면 탈락이라는 각오로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시험에 합격하면 그 자리에서 시험관이 합격증을 출력해 준다.
이제부터는 실기준비에 들어간다. 우리집 차가 수동 자동차여서 처음부터 수동으로 연습을 시작했다. 보통 복잡한 시내에 있는 학원이라면 실내에서 시뮬레이션 연습을 충분히 하고 도로로 나간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동네는 한적한 시골이므로 첫날부터 차를 몰고 바로 도로로 나간다. 강사가 조수석에서 엑셀, 크런치, 브레이크를 밟아주면 핸들링부터 깜박이 넣기 등을 시작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이렇게 시작해 온 동네 곳곳을 다니며 약 20~30시간 수업을 하면 시험을 볼 수 있을 정도가 된다. 실기수업은 기본수업 이외에 야간운전3시간, 고속도로 운전 4시간, 시외운전 5시간을 필수로 연습 해야한다.
총 실기수업 기간은 일주일에 2~4시간씩 수업을 하여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거기에 코로나 락다운으로 운전학원이 문을 닫는 일도 생기며 긴 연휴, 강사의 휴가 일정까지 더 해져 시간은 점점 길어진다.
이제 운전강사가 시험을 쳐도 될 만큼 연습이 되었다고 판단하면 시험을 볼 수 있다. 시험 당일에는 같이 연습한 강사가 평소처럼 조수석에 앉고 시험관이 뒷자석에 앉는다. 시험관이 묻는 몇가지 질문에 답을 해야하고, 지시하는 대로 운전을 하면 된다.
실기시험에는 기본적인 주행모습부터 정지선지키기, 후면 주차/ 평행 주차하기, 후진으로 교차로 들어가기 등 여러가지를 평가한다.
면허허가 신청시 이미 면허증이 발급되어 있기때문에 시험에 합격하면 면허증 뒤에 시험 날짜 와 시험관 사인을 한 뒤 그 자리에서 면허증을 손에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만약 한번 탈락하게 되면 2주 후에 다시 응시할 수 있고 총 3번 불합격하면 3개월 이후에 다시 시험을 볼 수 있다. 강사의 말에 의하면 첫 회 실기시험의 합격률은 약65~70%정도라고 한다.
참고로 올해 4월1일부터 법이 바뀌어 더이상 수동으로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된다.
실기연습을 하는 동안 수동자동차로 최소 10시간 이상 수업을 받고 15분 정도 운전강사의 테스트를 마치면 실제 면허시험은 오토차량으로 시험을 볼 수 있다.
앞으로는 오토차량으로 합격하여도 이후 수동자동차 운전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리고 실기시험 응시료는 89.44유로에서 116.93유로로 올랐으며, 45분간 진행되던 시험이 10분 연장되어 총55분간 진행된다. 또한 필기시험 합격 이후 1년 이내에 실기시험을 봐야하는데 이는 코로나 락다운으로 6개월 더 연장되었다.
와이프의 경험에 의하면 안전규칙부터 실기운전까지 정말 차근차근 잘 배울 수 있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한국에서 몇시간 배우고 면허를 땄으면 당장 차를 끌고 나갈 수 없었을텐데 자동차에 대해 전혀 모르던 아내가 나에게 독일운전규칙을 알려주고 옆에서 잔소리를 하게 되었으며, 당장이라도 운전을 할 수 있다고 큰소리 친다.
아마도 그래서 독일에는 초보운전 딱지를 붙히고 다니는 사람이 없나보다.
면허가 아직 없으신 분들, 여러분들도 독일에서 면허 딸 수 있습니다!
작성: 모젤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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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보, 따듯한 글들… 애독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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