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추적 및 감염 경로 정보 사용에 있어서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독일의 코로나 사태 대응은 아날로그적이며, 다른 국가에 상당히 뒤쳐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습니다. 지난 번 뉴스에서 이미 필자는 왜 독일이 코로나 중앙 대책위원회가 없는지를 설명했습니다. (참고 링크)
즉, 그 이유는 독일 연방주가 중앙 집권적인 힘을 갖지 않고 각 연방주에 자치권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각 자치주가 다르게 일하고 있으며 1년이 넘도록 전 독일에 적용 가능한 코로나 대응 솔루션을 찾으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즉 현재 401개의 보건 당국( 294개 지구, 107개의 도시)이 감염 경로 파악 시스템을 만들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신속한 솔루션이 개발되어 지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독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경로 파악 시스템이 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려면 다시 한 번 과거의 역사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1960년대 서독에서는 좌파 학생 운동이 일어나면서 훗날 이들이 적군파(RAF – Red Army Faction)로 불리는 극좌파 무장단체를 결성하고,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국가와 기업의 고위인사를 공격, 은행 강탈, 비행기 납치, 스웨덴에 있는 독일 대사관 테러 등 수많은 범죄행위를 저질렀습니다. 이에 서독 정부는 국제 기준보다 훨씬 앞선 법규정을 만들었습니다. 자기 테이프를 활용한 정보 수집 방법을 활용한 드레그넷 조사 방식을 시도했으며 이를 통해서 상당수의 RAF 단원을 검거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 시기에 처음으로 중앙 데이터베이스 센터도 경찰 당국에 설치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70년대 중반, 중산층의 큰 반발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1980년대 초에 데이터 보호라는 명분하에 독일 대규모 인구 조사가 진행 되었을 때, 이 조사는 정치적 이슈로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이 조사를 위해서 연방 정부는 모든 독일 시민을 인터뷰하려 했고, 이로 인한 정치적 갈등은 연방 헌번 재판소에 까지 올라갔습니다. 이 때 내려진 판결은 오늘날 독일의 개인 정보 보호법의 근간을 이루는 바탕이 되었습니다.
판결문 BVerfGE 65, 1에 따르면 법원은 각 개인의 자유는 개인의 정보가 수집될 가능성이 있을 때 침해된다. 이 정의는 현재 독일의 개인 정보 보호법의 기본 개념을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판결이 내려진 다음 해에 이 판결은 다음 해에 연방 주 개인 정보 보호법에 통합되었습니다.
동독의 국가 안보부는 한 때 시민의 거의 모든 사생활을 감시했습니다. 거의 200,000개의 정보 매체 네트워크가 활용되었으며 1,600만 명의 시민을 관리하기 위해서 4,400만 개가 넘는 정보 분류카드가 존재했었습니다. 오늘날에도 100km 가 넘는 정보 파일이 존재하며 이전 동독 시민은 파일 검토 요청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점은 독일 내에 개인 정보 수집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게 된 또 하나의 큰 이유중의 하나입니다.
이와 같이 서독 및 동독 모두 과거의 개인 정보 보호 수집에 대한 나쁜 경험으로 인해서 정부 기관이 개인의 정보를 수집, 보관하는 정책에 대해서 거부 반응을 일으킵니다. 특히 건강관 연관된 주제에는 더욱 민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싸움 앞에 독일은 개인 정보 보호법이라는 또 다른 큰 벽이 있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독일 시민들은 현재의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개인 정보 공유에 대해서는 포기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몇 개월간의 록다운으로 인해서 시민 경제가 흔들리고 직장이 불안정하고, 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도, 감염 경로를 더욱 빨리,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는 QR 코드를 다운받은 횟수는, 인구 8천 만명의 독일에서 11,000 회에 불구합니다. 이는 개인 정보 공유와 건강 보호 사이에는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독일인들의 생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를 이겨낼 수 있는 국가적인 해결책은 없는 것처럼 보여집니다.
- 글쓴이: 김정빈 (Tim Hanstein) / 독일 입양인 협회 회장 / 입양인 협회 홈페이지
이런 역사적인 배경이 연관이 있군요.. 너무 잘 배웠습니다. 알고나니 뭔가 조금 독일 사람들에대해 이해가 가는것 같아요. 역사적인 배경과 함께 코로나 사태를 위한 빠른 해결책이 어렵다는 부분에서 좀 슬퍼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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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F(Rote Armee Fraktion) & Stasi(Ministerium für Staatssicherheit) 에 대한 트라우마군요.
“RAF”나 “동독의 국가 안보부” 같은 단어는 독일어 단어도 같이 표기해주시면 도움이 될거 같아요.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참고할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