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포스트 메르켈 시대의 막이 열린다
– 메르켈 차기 총리직 포기, 2021년 9~10월 총선이 최대 변수 –
– 차기 정부, 기후변화, 디지털 사업 육성 예정, 관련 진출기업에 호재 –
2021년, 16년 메르켈 시대 종료
독일 경제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내수시장 및 수출 감소로 인해 큰 타격을 받았으며, 아직 공식 발표는 없으나 Ifo 등 독일 경제 연구소들은 -5%의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한다. 단기적으로는 하드 록다운의 효과와 백신 배포를 통해 코로나19의 영향력이 감소하면서 2021년 독일 경제는 3~4% 정도의 성장이 가능해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정치적 변화가 가장 큰 변수이다. 독일은 총 16개 연방주 중 6개가 선거를 치르고 가을에는 총선도 치른다. 현재 집권당인 기민당(CDU)이 설문조사에서 지속해서 1위를 차지해 정권 교체는 예상되지 않으나 16년 동안 총리 역할을 하던 메르켈 총리가 차기 총리직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해 큰 변화가 예상된다.
메르켈 총리 정계 은퇴 선언, 차기 총리 후보는?
메르켈 총리는 2005년 슈뢰더 전 총리를 상대로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며 독일 총리가 됐으며 2017년 4선에 성공하는 등 장기 집권 중이다. 메르켈 총리 집권 후 독일 실업률은 11%에서 5%대로 하락했으며, 국민들은 메르켈이 미국발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브렉시트 등의 위기를 전반적으로 잘 극복했다고 평가하고 있고, 탈원전·탈석탄 및 2050년 기후 중립 선언 등 기후정책도 전반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메르켈의 정책 중 가장 독일에서 논란이 되는 정책은 난민 정책이다. 2015년 시리아 위기로 인해 많은 난민이 발생했을 때 독일은 대규모로 난민을 수용했으며, 그 후 약 150만 명의 난민이 독일에 정착하게 됐다. 이 정책은 기민당 지지층 일부의 반발을 야기했으며, 메르켈의 기민당은 2017년 총선에서 제1당 자리를 유지했으나 득표율(32.9%)이 2013년보다 8.6%나 하락했으며, 이탈자 중 상당 부분은 난민정책을 반대하는 극우 정당인 독일 대안당(AfD)에 표를 주었다. (AfD 득표율: 2017년 12.6%, 2013년 4.7%)
2018년 기민당의 위기는 지속됐고, 바이에른주, 헤센주 주정부 선거에서 전 선거대비 득표율이 10%p 이상 하락한 직후 메르켈 총리는 기민당 당대표직을 포기했고 차기 총리직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메르켈은 당시 자르란트주 총리 카렌바우어(Annegret Kramp-Karrenbauer)가 후계자가 되기를 바랬고 카렌바우어는 2018년 12월 기민당 대표로 선출됐으나 기민당 내에서 리더십을 인정받지 못하고 2020년 2월 차기 총리 후보로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기민당의 인기는 위에 설명한 바와 같이, 난민 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하락했으나. 2020년 초 코로나19 위기가 터진 후 정부의 대처가 좋았다는 평을 받으며 다시 상승했다. 현재 기민당의 정당 지지율이 35~37%를 유지하고 있어서 기민당이 지지하는 후보가 차기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1월 15~16일 개최된 기민당 당대회에 많은 관심이 쏠렸는데, 현 노트라인 베스트팔렌주 총리 라셰트(Armin Laschet, 60세)가 당 대표 2차 선거에서 1001명의 대의원 중 521명의 표를 받아 466표를 받은 메르츠(Friedrich Merz, 67세) 전 원내대표를 누르고 당 대표에 선출됐다.
라셰트는 메르켈의 정치 노선을 승계할 것으로 전망되며, 극단적인 정치보다는 실용적이며 절충안을 중요시하는 중도우파 노선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메르츠 후보는 좀 더 기업 친화적이며 보수적인 노선을 대표하고 있어서 독일 대안당으로 이탈한 보수 세력의 표를 다시 가져올 수 있다고 기대되고 있다.
라셰트는 독일 1당인 기민당 대표로 당선됐으나 아직 총리 후보가 된 것은 아니다. 2차 선거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라셰트의 정치 기반은 아직 강하지 못하다. 대의원의 거의 절반이 다른 후보를 희망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며, 라세트의 최우선 과제는 두 세력으로 나눠진 기민당을 다시 통합하는 것이다.
바이에른주에서만 활동하는 기민당의 자매 정당인 기사당(CSU) 대표인 죄더(Markus Soeder)가 강력한 총리 후보이다. 기사당은 1946년 후 바이에른주에서 집권당 자리를 한 번도 놓치지 않은 등 지역 내 정치 기반이 강하다. 죄더는 코로나19 위기 발발 후 강력한 규제를 요구하는 등 중도적인 노선을 펼치는 라셰트와 비교됐으며 전반적으로 독일 국민들의 호평을 받았다. TV 채널 RTL이 1월 18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36%는 죄더, 21%만 라셰트를 차기 총리로 원했으며, 기민당 지지자 중에서는 죄더 지지자가 51%였으며, 라셰트를 지지한다고 답한 경우는 25%에 불과했다.
(기민당 당 대표 라셰트)
(기사당 당 대표 죄더)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두 사람은 총리직에 대한 확답을 피하고 있으며 3~4월 기민당과 기사당이 합의를 해서 총리 후보를 선출하겠다고 밝혔다. 3월 바덴뷔르템베르크, 라인란드 팔츠 연방주 선거가 진행되는데, 기민당이 선방할 경우 라셰트, 그렇지 않으면 죄더의 우위가 점쳐진다.
다른 정당을 보면, 사민당은 현 재무부 장관인 숄츠(Olaf Scholz)를 차기 총리 후보로 임명했으며, 최근 설문조사에서 두 번째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녹색당의 경우 3~4월 후보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2021년 독일 경제는 코로나 백신을 통해 점진적으로 정상화 전망
독일은 작년 11월부터 록다운이 진행 중이다. 9월부터 신규 확진자 수가 급증하기 시작했으며, 여름에 하루 200~300명에 불과했던 확진자 수가 1만 명을 넘어가면서 독일 정부는 10월 28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하급수적 확산 및 통제 불가를 이유로 록다운 라이트(11월 2~30일)를 선포했으며, 11월에 신규 확진자 수가 크게 줄지 않자 12월, 1월 두 번에 걸쳐서 록다운 조치를 강화했다. 현재 독일 생필품을 제외한 상점, 요식업체, 학교, 유치원 등이 문을 닫았으며 1월 19일에는 대부분 사무직의 경우 재택근무 의무 규제도 도입됐다.
그러나 독일 내 코로나19 백신이 속속 보급되면서 2021년 하반기 코로나발 위기가 잠식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독일 바이오엔테크(Biontech)가 화이저(Pfizer)와 공동으로 세계 최초 코로나 백신을 개발했고, 또는 개발한데 이어 현재 EU는 바비오엔테크/화이저, 모더나(Moderna), 아스트라 제네카(Astra Zeneca) 백신 접종을 허가했으며 현재 존슨앤드존슨(Johnson and Johnson)사의 백신이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독일에서는 작년 12월 27일부터 백신 접종이 시작됐으며, 1월 20일 현재 접종을 받은 시민의 수는 100만 명이 넘는다. 따라서 독일 DAX 지수는 경제 상태가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2020년 하반기에 2021년 경제 회복을 기대하여 수직으로 상승했으며, 2020년 3월 3월 18일 최저점 도달 이후 63% 상승해 1월 초 사상 최고치를 갱신한 바 있다.
독일 경제 연구소들은 2021년 3~4% 정도의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IfW 경제연구소의 A 연구원은 “록다운 때문에 상반기는 경제가 부진하겠으나 하반기에 상당한 성장이 기대돼 2021년 3.1% 성장이 기대된다”라고 밝혔으며, Ifo 경제연구소는 “록다운이 끝나고 요식업체 등이 활동을 재개하면 빠른 경제 정상화가 기대된다”라며 4.4% 성장을 예측했다. IWH 경제연구소도 “2020년 민간 소비가 감소해서 여유자금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자금이 2021년 소비로 연결되면 경제가 눈에 띄게 좋아질 것이다”며 2021년 4.4% 성장을 전망했다.
장기적으로는 디지털화, 기후변화 산업은 육성은 기정사실
2021년 총선에서 승리하는 정당과 상관없이 독일 정부는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기후변화 산업을 육성할 전망인데, 변수는 남아 있다. 현재 제1당인 기민당이 이번 총선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은 높으나 의회에서 과반수를 차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다른 정당과 연정을 구성해야 하는데, 전통적으로 연정을 꾸린 자민당과의 표를 합쳐도 50%가 넘을 가능성이 낮다. 따라서 2013, 2017년처럼 중도좌파 사민당과 연정을 하던지 녹색당과 연정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독일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재정정책을 확대할 전망인데, 녹색당과 연정을 추진할 경우 친환경 및 기후변화 프로젝트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으며 사민당과의 연정에서는 사회복지 비중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화 사업 육성의 필요성은 모든 독일 정당이 인지하고 있다. 독일은 제조업 강국으로써 제조업과 IT를 융합한 인더스트리(Industry) 4.0 체제로 변신 중인데 IT 인프라가 너무 열악하다는 약점이 있다. 작년부터 5G망이 도입됐지만 보급이 느린 편이며, 독일 인터넷 속도는 세계 34위에 그쳐 한국은 물론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보다도 느린 편이다. 디지털 헬스, 디지털 교육 분야에도 뒤지고 있어서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
독일은 작년 6월 코로나 대응 경제부양책을 발표하며 미래산업 투자를 통한 포스트 코로나 경제 초석을 닦을 준비 중이며, 398억5000만 유로를 미래산업에 투자할 결정을 내렸다. 자동차 강국인 만큼 기후변화에 맞는 모빌리티 환경 구축을 위해 교통 인프라에 102억5000만 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수소경제, 5G, AI, 양자기술 등에도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그 금액 중 대다수가 2021년 이후 집행될 전망이다.
전망 및 시사점
독일 경제는 2021년 백신 접종으로 인해 코로나19가 잠식되고 하반기부터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 2021년 독일에는 큰 정치적 변화가 예상되며, 포스트 메르켈 시대를 이끌 총리와 집권 정당에 따라 정부 정책 기조가 변할 전망이므로 수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그러나 어떤 정당이 집권하던 새 정부는 기후변화 및 디지털 산업 육성에 집중할 것이며,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국내 기업에는 기회가 올 것이다. 특히 독일 정부가 집중 투자를 하는 산업 중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강한 전기차, 수소차, 배터리, 5G와 디지털 경제 관련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 독일 수요가 증가할 것이며, 적극적인 마케팅과 기술 협업 등으로 포스트 코로나 독일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
자료: Sonntagsumfrage Bundestagwahl, Die Welt, 로버트코흐 연구소, 연방경제에너지부, Ifo 겅제연구소, IfW 경제연구소, IWH 경제연구소, Spiegel, Handelsblatt, KOTRA 프랑크푸르트 무역관 자체 정보
출처: 독일 프랑크푸르트무역관 KOTRA 강환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