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외국인이 정착하기 쉬운 듯 어려운 나라입니다. 이미 다인종, 다문화 국가인 독일이지만, 여전히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는 이들만의 전통과 문화적 기이함이 있습니다. 다음 중 적어도 다섯 가지 이상 수긍이 가는 경우, 독일 사회에 적응했다는 명백한 신호입니다.
당신이 비로소 ‘독일화’ 되었다는 명백한 징후 10가지
1. 숫자 ‘1’이 더 이상 ‘7’로 보이지 않습니다
금방 익숙해질 듯하지만 숫자 ‘1’을 숫자 ‘7’처럼 써야 하는 우리의 손과 머리가 혼연일체 되기까진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독일에서 처음 접하는 숫자 ‘1은’ ‘7’처럼 보이기 때문에 많은 혼동을 야기했지만, 이제는 이 사회에서 다른 방식은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우리 아이가 독일 학교에 입학한 첫날부터 각과 줄에 맞춰 쓰는 법을 배우고, 익혀야 하는 숫자 ‘1’. 숫자 ‘1’은 독일 생활의 장대한 서막을 알립니다.
2. 딱딱한 브뢰첸과 소시지를 보면 군침이 돕니다
정확히 언제부터일까요? 따뜻한 국물에 흰 쌀밥보다 브뢰첸이 생각나는 아침이 늘어납니다. 심지어 이처럼 거칠고 건조한 빵을 먹지 않고 며칠 지나면 금단 증상이 나타납니다. 처음엔 ‘저걸 무슨 맛으로 먹지’ 하던 생각이 ‘하나 사 먹어볼까’에서 어느덧 길거리를 거닐며 밋밋한 빵과 소시지의 오묘한 조화를 탐닉하는 나를 발견합니다. 대부분 독일식 행사의 ‘바비큐 파티’는 한국의 푸짐한 ‘삼겹살 파티’가 아닌 ‘브로첸’과 ‘소시지’로 조촐하게 끝나는 경우가 많아 이제는 큰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3. 항상 동전이 가득 찬 지갑을 가지고 다닙니다
한국 동전의 최종 종착지는 저금통이지만 독일의 동전은 그 쓰임과 금전적 가치가 명백합니다. 주차장, 마트 그리고 거리 곳곳에서 동전은 주요 지불 수단입니다. 아직 카드보다 현금을 선호하는 독일에서 묵직한 동전 뭉치는 수많은 상황에서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독일 생활이 오래되면 될수록 손끝엔 전달되는 촉감, 크기 그리고 무게로 동전의 금액을 판별할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4. 악천후에도 우산 대신 두툼한 외투로 충분합니다
“악천후 같은 것은 없고 질 나쁜 옷만 있을 뿐이다”
오래된 독일 속담입니다. 패션에 무심한 독일인이라도 가성비 좋은 아웃 도어 의류를 대하는 태도는 사뭇 진지합니다. 사계절 내내 같은 색감과 재질의 외투를 걸치고 집을 나서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음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어떤 종류의 기상 현상에도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질 좋고 값비싼 외투 한 벌은 독일에서 사치가 아닙니다.
5. 모든 맥주병과 페트병이 돈으로 보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Pfand 병을 한가득 카트에 싣고 마트로 향하는 길은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처음엔 빈 병을 철저히 분리하고 수거하는 독일인의 투철한 시민의식에 감탄하지만, Pfand 영수증이 모이면 모일수록 생계에 작은 도움이자 기쁨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진 그리 오랜 세월이 걸리지 않습니다.
6. Spargel(아스파라거스)이 보이면 봄이 왔음을 감지합니다
독일의 4월과 5월은 온 나라가 Spargelzeit의 재림을 소리 없이 축하합니다. 마트 입구의 첫 가판대부터 시골길의 노점상까지 매끈한 흰 줄기를 전시하며 봄이 왔음을 알립니다. 우리에게 큰 식욕을 자극하는 작물은 아니지만 특히 몸에 좋다고 알려져 겨울이 가면 독일인은 열정적으로 Spargel을 소비하며 잃었던 양기를 보충합니다. 그럼에도 ‘올해는 꼭 먹어 봐야지!’ 하며 입맛만 다시다 봄이 지나고 한해를 넘기고 또 넘기며 우리는 그렇게 매년 독일 봄을 떠나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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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나의 생일 케이크는 내가 만들어서 직접 가지고 출근합니다
독일에서 나의 생일을 축하받길 원한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직접 구운 케이크나 쿠키를 동료에게 한 조각씩 나눠줄 수 있는 정성을 보여야 비로소 생일다운 축하를 한 몸에 받게 됩니다. 여전히 생일에는 무작정 받는 것에 익숙한 우리지만, 독일 생활이 길어지고 나이를 먹을수록 생일도 여느 평범한 날 중 하나라는 마음가짐을 품고 소박한 하루하루를 살게 됩니다.
8. Quadratmeter : 방, 거실, 욕실 그리고 테라스의 정확한 크기를 알고 있습니다
독일인만큼 정확한 통계와 직관적인 숫자를 좋아하는 민족이 있을까요? 독일 거주 공간의 가격과 값어치는 Quadratmeter(평방미터) 단위로 측정됨을 인지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독일에서 주택의 임대이든 구매이든 합리적인 가격의 척도는 첫째로 공간의 정확한 크기입니다. 예전엔 60크바(Quadratmeter)에 1,200유로였던 월세가 새로 이사한 100크바 크기의 보눙(아파트) 웰세는 1,500유로라며 뿌듯해한다면 박수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9. 일요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할까요? 독일에서 일요일은 진정한 휴식을 의미하며, 쉬는 날에 대한 독일인의 자세는 사뭇 진지합니다. 독일 헌법에도 명시된 Sonntagsruhe 원칙은 어길 시 경찰의 방문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평소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우리도 일요일만큼은 쌓인 집안 일도 내일로 미루며 빈둥거리는 여유가 마음 한켠에 무럭무럭 피어납니다.
10. 이제서야 ‘Bitte’의 다양한 의미와 상황별 쓰임을 완벽히 습득했습니다
Bitte라는 단어가 용서와 자비를 구하는 표현만이 아님을 알고 다양한 상황에 적절하게 쓰고 듣고 말하고 오해 없이 현지인과 소통하고 있다면 정말 독일에 오래 머물렀다는 징표입니다.
♣ Bitte. : 부탁합니다.
♣ Bitte. : 계속하세요.
♣ Bitte. : 천만에요.
♣ Bitte. : 들어오세요.
♣ Bitte. : 환영합니다.
♣ Bitte. : 이거 받으세요.
♣ Bitte. : 마음대로 하세요.
♣ Bitte? : 도와드릴까요?
♣ Bitte? : 뭐라고요?
♣ Bitte! : 살려주세요!
♣ Bitte! : 제발!!!
작성: 오이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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