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는 독일 식탁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식자재입니다. 감자를 활용한 레시피도 많습니다. 매년 8월 19일은 감자의 날이기도 합니다. 독일인들이 이토록 감자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독일과 감자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감자의 나라는 어떻게 시작했나
16세기 중반, 안데스 산맥에서 재배되던 감자는 스페인과 영국을 거쳐 도착했습니다. 독일에도 들어왔지만, 사람들은 감자를 재료로 사용하는 것에 회의적이었습니다. 이를 본 프리드리히 2세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군인을 동원해 감자밭을 엄중하게 지키게 한 것입니다. 여기서 독일인들의 관심은 시작됩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지역 농부들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훔쳐서 재배하기도 했습니다.
감자는 척박하고 돌이 많은 토양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수확량이 곡물보다 높았고, 특별한 기술 없이도 쉽게 키울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1740년부터 63년까지 발생한 기근을 이겨내는 데에 큰 역할을 하며, 19세기 독일인들의 주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세계 10개 감자 생산국, 독일
지난 2020년 한 해 독일에서 생산되는 감자는 약 1,100만 톤입니다. 이는 유럽 수확량의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그 어떤 유럽 국가 중에서도 독일만큼 수확량이 많은 곳은 없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도 6위에 해당합니다. 인구 1인당 생산량으로 따지면 130kg으로 세계 3위에 해당합니다. 한국의 1년 출하량이 약 63만 톤으로 1인당 12kg 정도인 것에 비하면 엄청난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일인의 감자 소비, 연간 1인 당 55kg
생산량만큼 소비량도 상당합니다. 생산된 감자의 70%가 식품으로 활용됩니다. 감자 소비량은 1인당 55kg으로 쌀 1인당 약 5.5 kg, 파스타 1인당 약 8.1kg과 비교해서도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감자는 독일인들에게 여전히 주요 탄수화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감자 소비 1위 국가는 어디일까요. 연간 200kg을 소비하는 라트비아입니다.
감자 종류만 약 200가지
전 세계적으로 감자 종류는 4,000가지가 넘습니다. 이 중 독일에서는 약 200여 종의 품종이 재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레시피에 적합한 감자를 고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트에서 포장지를 보면 용도에 따른 감자를 간단히 구분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단단하고 밀도가 높은 품종(Festkochende Kartoffelsorte)은 샐러드나 튀김에 적합합니다. 또한 부드럽고 전분기가 많은 감자(Vorwiegend festkochende Kartoffeln)는 굽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밀가루처럼 요리할 수 있는 감자(mehligkochenden Kartoffeln)는 쉽게 가루처럼 되기 때문에 퓌레나 뇨끼, 수프에 적합합니다.
감자의 강점
감자는 78%의 수분으로 이뤄져 있고, 지방이 거의 없어 칼로리가 낮습니다. 미네랄과 비타민은 100g당 17mg으로 사과보다 많은 비타민 C 함유량을 자랑합니다. 감자 재배의 강점은 물이 적게 필요하단 점입니다. 평균적으로 1kg의 밀을 수확하기 위해선 1,400L, 쌀은 2,500L, 쇠고기는 1만7,000L의 물이 필요하지만, 감자는 1kg을 수확하는데 130리터의 물이면 충분합니다.
감자만 기억해도 쉬워지는 속담
흔히 한국을 밥에 진심인 나라라고 합니다. 밥으로 인사하고, 안부를 묻고, 후일의 약속을 기약하기 때문이죠. 마찬가지로 독일은 감자에 진심인 나라입니다. 여러 감정을 감자로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어리석은 농부가 가장 두꺼운 감자를 수확한다(Die dümmsten Bauern ernten die dicksten Kartoffeln)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큰 이익을 얻을 때 사용하는 말입니다. 결과만 보면 좋은 말 같지만, 사실 농담이나 조롱의 느낌으로 쓰입니다. 충분한 노력 없이, 자격 없이 성공하는 이에게 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누군가 불 속에서 감자를 꺼내오기(Für jemanden die Kartoffeln aus dem Feuer zu holen)
불 속에서 감자를 꺼내오는 일은 생각만 해도 번거롭습니다. 이 관용구는 불쾌한 일을 대신해주는 사람에게 혹은 직접 할 때 사용합니다. 사실 이 문장의 근원에는 감자 대신 밤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감자의 나라답게 이를 바꿔서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귀찮은 일을 대신했다면 이렇게 말해보길 권합니다. “어쨌든, 나를 위해 불 속에서 감자를 꺼내줘서 고마워! (Danke trotzdem, dass du für mich die Kartoffeln aus dem Feuer geholt hast!)”
넌 소파 감자야!(Du Couch-Potato!)
소파 감자는 운동을 하지 않고 주로 소파에 앉거나 누워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1970년대 중반 미국에서 일어난 운동 붐에 반대하는 운동으로 게으른 사람들을 위한 협회가 설립되었습니다. 이들은 스스로를 소파 감자(Couch Potato)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독일 여왕 협회에는 감자 여왕이 있다
독일에서도 바이에른 주, 니더 작센 주, 작센 안할트 주에서는 매년 감자 여왕을 선정합니다. 바이에른 주에선 올해의 감자 여왕으로 베레나 1세(Verena die I.)가 선정되었습니다. 이를 기념하여 바이에른 주 감자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습니다.
작성: 알덴테 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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