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독일식 교육’으로 잘 알려진 발도르프 학교는 20세기 초 슈투트가르트에 발도르프 학교를 세우면서 출발했고, 대안학교의 일종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한때 독일식 교육으로 알려져 부모들에게 인기를 끌기도 했는데요. 이러한 인기가 비단 한국뿐 아니라, 발도로프 교육의 본토인 독일에서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과연 어떤 이유로 점점 더 많은 부모가 아이들을 발도르프 학교로 보내는 걸까요? 발도르프 학교는 일반 학교와는 무엇이 다를까요?
1. 점점 더 인기가 많아지는 발도르프 학교
발도로프 학교 협회(BdFWS)에 따르면, 독일의 발도르프 학교를 다니는 학생 수는 지난 25년간 크게 증가했습니다. 발도로프 학교 협회의 교육 책임자인 Thomas Rohloff는 1992년부터 지금까지 발도르프 학생 수가 연평균 1.7%씩 증가했고, 이는 독일 부모들이 발도르프 교육철학을 기반으로 한 대안교육을 선택한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일반 학교 진학률이 같은 기간에 비해 매년 0.5%의 비율로 감소하는 성장세와 비교해볼 때, 발도르프 교육의 성장은 돋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2. 발도르프 학교의 긍정적인 측면
독일에서도 많은 학생은 어린 나이부터 경쟁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특히 부모가 고학력자일수록 김나지움에 진학할 수 있는 성적을 받기 위한 압박이 존재합니다. 발도르프 학교에서는 이런 경쟁에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방향을 찾는데 무게를 둡니다. 발도르프 교육을 선택하는 부모들 역시 경쟁사회에서 견뎌내야 하는 압력에서 벗어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곤 합니다.
발도르프 교육에는 학점이나 점수와 같이 경쟁을 부추기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아이는 아이들 나름의 특성대로 존중받으며 성장하는 것은 발도르프 교육에서 중요합니다. 담당 교사와 아이들은 입학부터 졸업할 때까지 끈끈한 관계를 맺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담당 교사는 교사가 아닌 참고인 정도로 인식됩니다. 또한 일반 학교에서 소홀히 하는 음악, 무용, 미술 등의 예술 수업은 지식보다는 자신을 성찰하는 교육시스템에 필수적인 부분으로 여겨집니다.
3. 발도르프 학교에 대한 우려
담당 교사가 졸업할 때까지 아이들을 가르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소속된 학급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교사와 갈등이 있는 경우, 이는 아이에게 큰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전문가들은 일반 학교만큼 깊이 있게 다루는 과목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전반적인 과목에서 갖춰야 할 기초 지식을 갖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발도르프 학교의 교육 인력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냅니다.
보통 발도르프 학교의 교사가 되려면 학위가 필요하지만, 이러한 학위 없이도 발도르프 교육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른 배경을 가진 교사라고 해서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교사에 대한 비교적 적은 급여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잘 훈련된 교육인력이 적은 급여를 받는 발도르프 학교 교사로 지원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 이유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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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 발도르프 학교에는 부유한 독일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독일 발도르프 협회 이사인 Kulak-Ublick은 독일에서 사립학교는 법적으로, 재정적으로 불리하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부모는 월평균 160유로를 학비 혹은 기부금의 형태(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음)로 지불해야하며, 이런 이유로 자연스럽게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의 진학률이 비교적 높게 나타납니다.
5. 발도르프 학교와 대학 진학
발도르프 학교에서는 1학년부터 12학년까지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과목에 대한 성적평가는 존재하지 않지만, 전 과목에 대한 상세한 서면 평가와 성격 발달에 대한 종합 평가는 내려집니다. 아비투어를 보기 위해서는 발도르프 교육 12년 과정을 마친 후 김나지움 상급반에서 13학년을 마쳐야 합니다.
5. 발도르프 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의 삶은 어떨까?
졸업생인 Julia Salcher는 “발도르프 교육은 원을 그리고 앉아서 노래 부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발도르프 학교만 졸업해서는 아비투어를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그녀는 발도르프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 공립 김나지움에서 아비투어를 볼 수 있도록 추가 수업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현재 그녀는 의대 졸업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발도르프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기초 지식이 부족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 좋은 예입니다.
발도르프 학교 졸업자 중 한 명인 Alenka Schmidbauer는 대학교에서 혼자 앉아서 공부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또래 학생들보다 더 오래 시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발도르프 학교 졸업자를 위한 대학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은 때때로 경쟁을 요구하는 대학과 사회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교육학자 Heiner Barz의 연구에 따르면 발도르프 학교의 졸업생들은 대부분 엔지니어, 의사, 약사 혹은 교사가 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발도르프 교육을 받은 대부분의 교사들은 급여가 낮은 발도르프 학교로 돌아가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발도르프 교육을 받은 저명한 사람들은 많이 있습니다. 특히 배우, 영화제작자, 작가 등 창의적인 성과를 내는 사람들이 돋보입니다.
- 작성: 도이치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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