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사는 아이들은 그룬트슐레(Grundschule)를 졸업하면 자신의 진로를 결정을 해야합니다. 한국 가정이라면 우리 아이가 레알슐레보다는 김나지움으로 진학하기를 희망하실텐데요. 이번 글에서는 막연히 “김나지움=인문계, 레알슐레는=실업계” 라고 알고 있었던 내용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알아보고, 부모로서 우리 아이에게 알맞은 학교 선택을 위해 미리 체크해야 할 내용과 팁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정리해보았습니다.
1.김나지움 혹은 레알슐레로의 진학
- 그룬트슐레에서 상급학교로의 진학 과정
그룬트슐레를 졸업하고 어느학교로 진학할지는에 대한 결정은 주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보통 학교선생님의 추천과 학교 성적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며, 김나지움 진학을 위해서는 수학과 독일어 성적이 적어도 2,0 에서 2,5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 김나지움으로의 진학, 선생님 추천이 꼭 필요할까?
브란덴부르크 주, 브레멘 주, 바덴 뷔템베르크 주, 튀링겐 주, 바이언 주, 작센주에서는 김나지움 진학을 위한 선생님 추천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물론 선생님 추천이 없이도 김나지움에 지원할 수 있지만 면접과 시험, 성적표 등을 추가로 요구 받을 수 있습니다.
그 밖의 다른 주에서는 교사의 추천 없이도 아이가 어느 학교로 진학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 배우는 교과목과 학업목표의 차이
김나지움과 레알슐레에서 배우는 교과목은 큰 틀에서 대체적으로 동일하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김나지움에서는 필수 이수과목이 존재하고, 조금 더 다양하고 심도있는 과목들을 배울 수 있습니다. 반면 대부분의 레알슐레에서는 라틴어를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이 눈에 띄는 차이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 학교형태의 학업목표 또한 다릅니다. 김나지움은 아비투어를 치른 후 대학진학이 주된 학업 목표인 반면, 레알슐레는 고등학교 졸업 후에 바로 직업을 갖는 것에 그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레알슐레를 다니더라도 좋은 성적으로 졸업한다면 아비투어와 대학진학을 할 수 있는 길은 항상 열려있습니다.
- 또 다른 대안, 게잠트 슐레(Gesamtschule)
게잠트슐레는 김나지움, 레알슐레, 하웁트슐레가 합쳐진 학교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독일 내 게잠트슐레의 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 이 학교의 장점을 꼽는다면 그룬트슐레 4학년을 마치고 바로 “김나지움 과정” 혹은 “레알슐레 과정” 이라는 틀을 굳이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학생 개인의 학업능력과 적성에 따라 김나지움 상급학년 과정(gymnasiale Oberstufe)으로 진학해 아비투어를 볼지, 아니면 졸업 후에 직장을 구할지 등의 진로를 충분한 시간을두고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대안으로 떠오르는 학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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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진로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팁
아이들에게 알맞는 학교를 선택을 돕고자 Kita.de 에서 아래와 같은 몇 가지 팁을 제시했습니다.
- 학교 선생님의 추천을 염두해두세요.
몇몇의 주에서는 선생님의 추천을 무시해도 되지만, 학교 선택을 위해서는 선생님의 의견을 참고해야합니다. 선생님들은 학업 성취도 뿐만 아니라, 그 학생의 강점과 약점을 보통 잘 알고있기 때문입니다.
- 성적만 보지 마세요.
물론 성적은 진로선택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아이를 다른 관점에서도 바라봐야합니다. 김나지움에서 공부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학업에 충분한 자신감이 있는지, 힘든 일에 맞닥드렸을 때 포기하지 않고 이겨낼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것들도 고려해야합니다.
- 시범수업(Probeunterricht)에 참여해보세요.
몇몇 주의 김나지움과 레알슐레에서는 미리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을 제공합니다. 이것을 통해 부모는 학교에서 아이의 모습을 어느정도 짐작해 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선생님들 또한 아이가 과연 적응을 잘 할 수 있을지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 잘못된 결정은 없습니다.
많은 부모들은 진로선택에 앞서 많은 걱정을 합니다. 김나지움에서 레알슐레로, 혹은 레알슐레에서 김나지움으로의 전학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보통 김나지움에서 레알슐레로의 전학이 훨씬 더 쉽게 이루어집니다. 반면 레알슐레에서 김나지움으로의 전학은 좀 더 광범위한 수업에 참여해야하기 때문에 많은 지식을 요구합니다. 김나지움의 학업목표가 아비투어를 통한 대학진학인 만큼, 이는 어쩌면 당연한 이치입니다. 레알슐레에서 김나지움으로의 변경은 마지막 주제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3. 김나지움보다는 레알슐레를 선호하는 부모들도 있다.
독일의 부모들 중에는 김나지움에 보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레알슐레로 진학을 원하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레알슐레를 졸업한 몇몇 부모들은 김나지움에서의 배움이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또한 자신의 아이가 충분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한다고 느끼는 부모들 역시 레알슐레 진학을 고려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배움의 즐거움을 잃지 않기 위해선 성공적인 경험들을 필요로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아이가 적성에 맞지 않는 학교로 진학한 후에, 나쁜 성적만을 받아온다면 의욕상실에 빠져 학업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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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레알슐레, 졸업후에 열려 있는 다양한 기회들
레알슐레를 졸업한 후에도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합니다.
- 아우스빌둥을 통한 직업선택
레알슐레 10학년을 졸업하면 약 3년간의 아우스빌둥을 통해 전문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직업교육의 대부분은 기술직과 현장직이 차지하지만, 은행원(Bankkaufmann)이나 건축설계도 작성자(Bauzeichner), 약제사(Drogist), 컴퓨터공학자(Fachinformatiker) 등의 사무직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보수를 받는 아우스빌둥으로는 항공관제사(Flugloste)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인기도 가장 많습니다. 하지만 레알슐레 졸업장만으로는 지원을 할 수 없고, 반드시 아비투어 점수가 필요합니다. 만약 레알슐레를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고, 김나지움 Oberstufe 과정으로 진학하여 아비투어를 성공적으로 치룰 수 있다면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는 직업입니다.
- 공무원 (Öffentlicher Dienst)
레알슐레를 졸업했다면, 아우스빌둥을 통해 독일 공무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경찰, 국세청 직원, 일반 관청 직원 등이 있는데, 이러한 직업들은 아비투어 없이 레알슐레 졸업장만으로도 충분히 지원가능한 직종입니다.
- 김나지움 과정으로의 변경
앞에서도 짧게 언급했듯, 레알슐레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다면 김나지움 Oberstufe 과정으로 진학하여 아비투어를 준비할 수도 있습니다. 레알슐레 과정에서 김나지움 과정으로 전학(Schulwechsel)을 하고 싶다면 각 연방주의 Schulamt에 먼저 여러가지 문의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각 연방주별로 정해놓은 교과과정 변경(Schulwechsel)에 대한 기준이 있고, 언제 교육과정을 변경할지에 따라 그 기준 또한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BW주의 경우, 김나지움으로 전학을 가기 위해선 독일어, 수학, 그리고 필수 외국어 과목에서 “gut” 이상의 등급을 받아야 하고, 나머지 과목의 평균 점수가 3,0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또한 전학을 가고자 하는 김나지움의 교과과정과 교육기간(G8인지, G9인지)에 따라 기준이 또 나뉘기 때문에, 전학가고자 하는 김나지움과 Schulamt 에 반드시 문의해보아야 합니다. 독일에서 교육과정을 변경하는 일이 간단한 과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 마이스터 자격증 취득 후 대학 진학
아우스빌둥 과정을 마치고 마이스터 자격증까지 취득하게 되면 사회에서 인정하는 전문인력으로서 일을 할 수도 있고, 공부에 뜻이 있다면 조금 늦은 나이일지라도 관련학과로 대학에 진학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매년 평균 독일 대학신입생의 3% 정도는 아비투어 점수 없이 마이스터 자격증을 가지고 대학에 입학한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건축분야의 경우, 목수(Zimmermann)아우스빌둥을 통해 마이스터 자격증을 취득 후, 대학에 진학하여 현재는 건축가로서 활동하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작성: 도이치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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