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허리통증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하시나요?
한국이라면 정형외과나 물리 치료실 혹은 한의원으로 바로 찾아가면 되지만 독일에서 정형외과치료를 받기란 막막하실거라 생각됩니다. 혹은 이미 치료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결과가 좋지 못하거나 만족하지 못하는 독일 사람들도 너무나 많이 있습니다. 현재 근무중인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도 그동안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며 호소하고 있으며 퇴원 이후 계속해서 개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는 환자들도 아주 많습니다. 환자들의 이러한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풀어드리기 위해 독일의 정형외과 및 물리 치료 시스템에 대해서 간략하게 이야기해 보자고 합니다.
가장 먼저 통증이 생겼다면 가정의학과전문의(Hausarzt)를 찾아갈 수 있습니다. 혹은 정형외과(Orthopädie)에 바로 예약을 잡고 갈 수도 있습니다. 어느 곳을 먼저 가느냐에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보통 가정의학과전문의는 이미 주치의로서 환자를 오랜기간 진료해 왔기때문에 이전 병력을 알고 있으며, 갑작스런 통증이 생긴 것인지 오래 전부터 통증을 가져 온 환자인지에 따라 적절한 처방을 해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가정의로부터 받은 처방전을 가지고 정형외과로 간다면 처방전에 따라 빠른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어차피 정형외과로 가야한다면 곧바로 가면 되지 않을까? 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빠르게 전문의를 만나 치료가 시작되면 좋겠지만 보통은 예약 대기 기간이 길고 신규환자가 왔을 때에는 이전 병력에 대한 데이터가 없어 처음부터 하나씩 검사하고 통증의 원인을 찾고 치료를 하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습니다. 보통 정형외과를 처방전 없이 바로 찾는 경우는 만성적인 통증 환자보다는 응급사고, 학교나 직장 내 사고 등 응급치료가 필요한 경우 Notfallambulanz 환자를 받는 경우입니다. 만약 아직 주치의가 없거나 이전 병력 기록이 없는 상황이라면 바로 정형외과를 방문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아예 움직이기 힘들만큼의 통증이 있을 때 응급실을 찾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하지만 응급실에서는 목숨이 위급한 응급상황으로 분류되지 않아 많은 대기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며 진통제 이외에 긴급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단 후 입원치료나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발생하지만 대분분의 경우 집으로 다시 되돌려 보내지기 때문에 응급실을 찾기 전에 이러한 점을 잘 고려해 보아야 합니다.
정형외과 방문까지 마쳤다면 가장 흔하게는 크랑켄김나스틱(Krankengymnastik:KG, 의료체조)을 받을 수 있는 처방전(Rezept)을 받게 됩니다. 이러한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또 한번 물리치료 프락시스를 환자가 직접 찾아 예약을 잡고 기다린 후 치료를 받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아우스빌둥(3년과정)을 마친 물리치료사가 있는 프락시스에서는 기본적으로 열치료, 마사지, 운동치료를 받을 수 있으며, 추가적으로 수기치료(Manuelle Therapie) 2년과정을 수료한 자격을 가진 치료사가 있다면 도수치료(Chiropraktik)나 추나요법(Osteopathie)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수기치료는 정형외과에서 의사로부터 처방전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의사에 따라 수기치료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많으며 처음 방문한 신규 환자가 이전 치료 단계없이 무작정 도수치료 처방전을 작성해 달라고 요구한다면 대부분의 의사는 이를 거절할 것입니다. 가장 먼저는 크랑켄김나스틱을 처방하고 차후 경과에 따라 추가적인 치료를 권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결과적으로 수기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아주 오랜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리고 치료사에 따라 도수치료라고 하더라도 한국식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랜시간 기다리지 않고 좋은 치료사를 만나기 위해서는 개인치료사를 찾는 방법도 있습니다. 개인 치료사에게 치료를 받는 경우에는 처방전없이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지만 보험혜택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직접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정형외과 의사는 진단과 주사 요법, 약물 처방 및 치료, 수술 치료만 하기 때문에 실질적이고 성공적인 물리 치료를 받는 것은 치료사의 역량이 아주 중요합니다. 좋은 의사, 치료사를 만나는 것은 독일 사람들에게도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좋은 치료사가 있다고 한다면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먼 곳을 찾아가서라도 치료를 받으려고 합니다.
이처럼 독일에서는 다소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마침내 치료다운 치료를 받게 되는데 시간도 아주 오래 걸리며 좋은 의사와 물리치료사를 찾지 못했을 때에는 또 다시 똑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동반되기도 합니다. 이런 악순환을 거치면서 많은 환자들은 치료를 중단하는 되는 과정을 거치고, 의사와 치료사를 신뢰하기 어렵게 됩니다.
현장에서 재활병원 입원환자의 상황을 지켜보면 오랜기간 치료를 포기하였다가 안타깝게 병이 더 악화되어 수술까지 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합니다. 이런 경우를 보면 환자들은 독일 의료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병을 오히려 키워서 더 고생을 합니다.
가끔 어느정도 통증이 있는데 지금 당장 병원을 가야할까요? 하고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현직 치료사로서 환자들에게 조언하기로는, 통증이 아주 심해졌을 때 치료를 받으려고 하면 시간이 오래걸리기 때문에 이미 늦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당장 어떤 치료를 받기 위해서 라기 보다는 미리미리 자신의 병력기록(Verlauf)을 남겨두기 위해서 병원을 방문하라고 말합니다. 예방의 나라인 독일에서는 몸이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참고 견디지 말고 즉시 의사를 찾아 기록을 남겨두어야 합니다. 두번, 세번에 걸쳐 같은 통증 문제로 의사를 찾게 되거나 통증이 심해져 다시 방문했을 때의사는 이미 남겨진 기록이나 MRT사진기록을 토대로 심각성을 빨리 알아차리기 쉽기 때문입니다.
또한 독일 의사들은 왜 병원을 왔는지, 무엇을 도와주어야 하는지 오히려 환자에게 물어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 본인이 증상이나 질환에 대해 제대로 숙지하고 자세하게 어필해야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한국에서 치료를 받는 중 독일로 입국하게 된다면 치료 기록들을 독일로 가지고 오는 것도 좋습니다.
또 한가지 팁은 정형외과 의사와 물리치료사가 함께 운영하는 대형 프락시스의 경우 진단 및 처방에 따라 같은 병원 내에서 빠른 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예약 후 대기시간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집 가까운 물리치료실을 방문하기보단 다른 사람들의 방문 후기나 평가, 지인들의 소문 등을 통해 좋은 치료사를 찾아 “자신만의 의료진” 을 만들어야합니다.
이미 아파서 치료를 받으려고 하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몸은 더 아파지고 서러운 마음이 생길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마음을 비우고 미리미리 예방하면서 이후 아프게 되었을 때 빠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잘 준비해두시길 바랍니다.
저자: 모젤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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