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명절에 결혼한 언니들과 우연히 연락이 닿았다. 멤버는 나와 같은 시기에 결혼한 언니도 있고, 결혼한 지 3-4년 된 언니들도 있다. 명절 인사를 건네고 ‘다들 잘 지내요?’라는 한 마디에 언니들은 봇물 터지듯 남편에 관한 흉을 봤다. 아직 신혼인 내가 보기에는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닌 것 같은데, 같은 문제가 매년 반복되다 보니 언니들도 지친 것 같았다.
제일 많이 이야기를 꺼냈던 건 ‘남자들은 철이 안 든다’와 ‘(남편을 떠올리며) 아들 키워봤자 소용없어’였다. 가장 많이 다투는 문제를 물어보니 언니들은 공통적으로 ‘부모님’을 이야기했다. 자신의 부모님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싸우게 된다는 것이었다.
한 언니는 우스갯소리로 ‘결혼하면 그렇게 효녀, 효자가 된다니까?’라며 자신이 이렇게 부모님을 사랑하는지 몰랐다고 한다. 부모님 이야기만 나오면 그렇게 애틋해진다고 한다.그때 거의 심청이 급이라나 뭐라나
결혼하면 효녀, 효자가 되는 매직
나 역시 ‘부모님’에 관해 언급하면 예민해지곤 한다. 별 얘기 아닌데도 ‘부모님’ 이야기만 나오면 갑자기 부모님께 미안해지며 이상하게 눈물이 차오를 때가 있다. 어쩔 수 없이 상황에 따라 한쪽 부모님이 빛나 보이는 순간이 있는데, 그 순간 다른 쪽에 속한 사람은 괜한 서운함에 시비를 걸 때가 있다. 정말 사소한 건데도 ‘부모님’ 이야기가 포함되면 큰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하도 이 싸움에 지쳤는지 몇몇은 ‘제발 셀프 효도 좀 하자’며 부모님 언급은 조심하자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나 역시 결혼한 뒤 이와 같은 고민은 이어지고 있다.
결혼하고 갑자기 효자,
효녀가 된 부부.
어떻게 부모님 이야기를
지혜롭게 할 수 있을까?
아직 나조차 정리 중이긴 하지만 지금 이 글을 통해 중간 점검을 하려 한다.
- 피는 못 속인다.
부모님 입장에서도 내 아들, 내 딸이 먼저일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내 부모님, 우리 부모님이 먼저이다. 정말 피는 못 속인다. 내 아들, 내 딸, 우리 부모님을 감싸는 건 정말 어쩔 수 없는 심리다.이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몇몇은 ‘아니야. 우리는 달라’라고 생각하며 행동하지만 마지막엔 ‘네 말이 맞더라’하며 수긍할지 모른다. ‘피는 못 속인다’는 사실을 그냥 인정해 버리자.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부모님’이야기를 조심하게 된다. 각자 자신의 부모님을 챙길 것이 너무나 명확하기에 서로 신중하게 이야기를 꺼낼 것이다.
- 효도는 셀프로 하자
원래 하던 대로 한쪽이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드리면 다른 쪽이 ‘우리 부모님은?’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이 질문을 던진 사람이 본인 스스로 안부 전화를 걸자. ‘우리 부모님은?’이라고 묻는 시간에 전화를 걸면 서운할 일도 없고, 부모님께 안부 전화도 하고 1석 2조다. 서로의 부모님께 잘하고 싶다면 효도는 셀프로 하는 것이 맞다.
- 부모님 이야기는 웬만하면 하지 말자
상대방을 100% 고려한 채 말을 꺼내는 것이 아니라면 ‘부모님’ 이야기는 웬만하면 삼가자. 싸움의 신호탄이 되는 부모님 이야기를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상대방을 충분히 배려한 채 이야기를 꺼낼 자신이 없다면 ‘부모님’의 ‘부’자도 꺼내지 말자.
서로에게 우리 부모님에게 더 잘하라고 말하는 건 어쩌면 상대방에게 굉장히 큰 짐을 주는 것과 같다. 그러니 우리는 결혼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서로의 부모님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이 멘트가 서운하다는 사람들한테는’효도는 원래 셀프예요’라고 말하고 싶다.우리가 조금 더 서로를 배려하며 ‘부모님’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낸다면, 부부의 대화도 완만하게 이어지지 않을까?
결혼하고 효자, 효녀 되신 여러분(나 포함)
우리 ‘부모님 이야기’로 서운해하지 말자고요. 효도는 셀프로 합시다!
- 작가: 은잎 / 방송작가
6년차 방송 작가이자, 기업 작가입니다. 삶의 권태로운 시기를 벗어나고 싶어 글을 씁니다.
- 본 글은 은잎 작가님께서 브런치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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