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월 1일, 유로화는 상용 지폐로의 역사를 시작했습니다. 첫 10년은 유로존 확대 및 유로화 안정화에 힘을 썼지만, 이후 10년은 전 세계적 규모의 경제 위기로 인해 유로화의 안정성과 미래에 대한 물음표를 헤쳐 나가야 했습니다. 2022년 코로나 펜데믹의 장기화라는 또 하나의 거대한 장벽을 마주한 유로화는 어떤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을까요? 유로화의 20년간의 역사와 문제, 미래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19개 회원국을 보유한 유로화
유로화는 유로존이라는 거대 경제 연합을 구성하는 과정에 포함된 사안이었습니다. 1970년대 베르너 계획이라 불리는 룩셈부르크 수상 피에르 베르너가 발표한 유럽 연합 기획에 포함된 아이디어였지만, 환율 불안정과 브레턴우즈 협정 종료로 시행되지 못했습니다.
이후 1990년 유럽 연합의 발판이 마련되자 유로화 도입을 3단계로 나눠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첫 단계는 유럽 연합 내 국가의 경제 및 통화 정책을 긴밀하게 조정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연합 내 자본의 이동을 자유화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두 번째 단계는 4년 뒤인 1994년 유럽 통화 연구소(EMI)를 설립하며 완성되었습니다. 세 번째는 유로화를 승인한 국가만 전자 화폐로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1999년 당시 독일을 포함한 총 11개 국가가 참가했으며, 2001년 그리스가 추가되었습니다.
2002년 1월 1일 최종적으로 12개 국가는 기존 자국 화폐 대신 유로화를 실제 화폐로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 현재 독일,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핀란드,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슬로베니아, 몰타, 키프로스, 슬로바키아 공화국,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총 19개국에서 유로화를 법정 화폐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연간 유로 화폐 발행 수
2021년 한 해 발행된 유로 지폐의 수는 약 58억 3,990만 개입니다. 가치는 약 2,092억7,350만 유로입니다. 2021년 기준 유로 지폐는 약 1,200억 장 이상 발행되었으며, 총액은 4조 3,000억 유로 이상입니다.
2022년 지폐 발행 수는 60억 8,800만 개로 계획되었으며, 총 가치는 3,058억 1,000만 유로로 예상합니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생산되는 지폐는 50유로, 20유로, 10유로 순입니다. 모든 유로 화폐는 유럽중앙은행이 운영합니다. 반면, 유로 동전은 유럽중앙은행의 승인을 받아 각 나라에서 생산하며, 유통되는 동전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은 1센트입니다.
유로화 가입 요건과 유로화 도입을 망설이는 이유
1997년 유럽 연합 협약으로 체결된 유로화 가입 조건에는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 공공 적자가 GDP(국내 총 생산)의 3%를 초과하지 않을 것, 공공 부채가 GDP의 60%를 초과하지 않을 것
- 인플레이션 비율이 가장 안정적인 회원국 3개국을 기준으로 1.5%보다 높지 않을 것
- 물가 안정도가 가장 높은 회원국 3개국을 기준으로 금리가 2%보다 높지 않을 것
- 유럽 연합 가입 이후 최소 2년 동안 환율 안정성을 유지할 것
- 유럽 연합 회원국이 되어야 할 것
하지만 유럽 연합이지만, 유로화를 도입하지 않은 나라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유럽 연합을 탈퇴한 영국 외에도 덴마크, 스웨덴, 폴란드, 체코, 크로아티아, 헝가리,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이 있습니다.
덴마크와 스웨덴, 폴란드, 체코는 해당 기준을 통과했으나 국민 투표에서 승인되지 않는 실정입니다. 그 이유에는 유로화 도입 시 통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숨어있습니다. 반면 그동안 크로아티아와 불가리아, 헝가리, 루마니아는 기준치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2023년 크로아티아에서, 2024년 불가리아에서 유로화 도입이 확정되었습니다.
2008년 시작된 유로화의 위기
유로화의 위기(Eurokrise)는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로 발생했습니다. 실제 문제가 된 것은 2009년이며, 악화된 것은 2010년입니다. 이때 그리스와 스페인, 아일랜드, 포르투갈과 이탈리아가 가장 큰 타격을 맞았습니다.
해당 국가들은 실업 증가 및 세수 감소 등으로 공공부채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이를 해결하고자 유럽 연합은 3년 계획의 구제 패키지를 도입했으며, 긴급한 공공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총 7,000억 유로를 대출로 제공했습니다. 더불어 2012년에는 키프로스마저 위기 국가로 처하며 지원금을 확대했습니다.
이 위기에 대한 대처는 2013년 빛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각종 구제 지원금으로 인해 유로존에서 가장 안정적이던 독일 경제는 2013년 성장세가 둔화되며 역효과가 나타났지만, 하반기에 들어서며 유로존 전반이 불황에서 벗어나며 첫 흑자를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2013년 말에는 아일랜드와 스페인이 구조 패키지를 벗어나며 홀로서기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2014년에는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상황도 나아져 신용도가 상승했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뉴스
G20 정상회담 – 우리가 알아야 할 회담 결과
주요 20개국 정상들이 참여한 정상회의가 이탈리아 로마에서 개최됐습니다. 이는 2019년 일본 오사카 정상회의 이후 2년 만에 대면 방식으로 진행됐고 글로벌...
이전 화폐 120억 마르크, 환전되지 않고 있어
유로화가 2002년에 도입된 지 20년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수많은 마르크화가 반환되지 않고 있다. 올해만 해도 베를린(Berlin)과 브란덴부르크(Brandenburg)에서만 250만 마르크가 반환됐다고 한다. 이는...
코로나와 유로화, 무엇이 문제일까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한 유로화의 위기는 기존의 경제 위기와 다른 점이 많습니다. 유로는 그 어느 때보다 안정적인 환율을 유지하며 유통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가지 큰 문제는 국가 재정의 지출은 늘어났지만, 세수는 적어졌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국가 부채와 비율이 늘어나며 다시 한번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모든 유럽국가의 국가 부채가 늘어나고 있지만, 남부 유럽의 부채 비율은 유로존 위기 때를 연상케 합니다. 2021년 여름 그리스의 국가 부채 비율은 200%를 넘었다는 것이 중요한 증거입니다. 하지만 이미 구제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유럽 연합은 연합 수준의 코로나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상환 의무가 없는 보조금을 지급했습니다.
공통 통화를 넘어서 공동 재정으로
현재까지 공통 통화인 유로를 도입하고 확장하고 있지만, 공동 재정 정책은 보류되어 왔습니다. 각 국가의 개혁 및 투자 여부를 개입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코로나 펜데믹과 함께 코로나 채권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공동 채권에 대한 개념으로 유로화를 사용하는 나라가 자본을 조달해야 하며, 차입 후 이자 및 상황까지 공동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코로나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해당 채권은 공동 책임을 지며, 자본을 사용하는 방식을 통제할 수 없어 활용 범위를 제한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유럽 연합에 세금 도입
유럽 연합의 지출은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회원국의 기부를 통해 재정을 충당했지만, 이러한 자금 조달 시스템은 반발과 한계를 동시에 갖습니다. 이를 해결하고자 2017년 마리오 몬티 전 이탈리아 총리가 이끄는 그룹이 유럽 연합의 예산 조달 시스템을 제안했습니다.
각 회원국에서 기업 이익에 대한 세금이나 연료, 전기, 담배나 주류에 대한 소비세, 디지털세를 징수하고, 수입의 일부를 유럽 연합에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각국의 표준 세율을 통일시켜야 하며, 유럽 연합 세금에 대한 국민 반발을 해결해야 합니다.
디지털 유로와 새로운 지폐 디자인
그 외에도 유로화는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먼저 디지털 유로 도입에 관한 문제입니다. 온라인으로 빠르고 쉽게 결제할 수 있는 방식이며, 공식 현금을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라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2021년 7월 유럽중앙은행 이사회에서 발표했으며, 도입 시기는 미정입니다.
한편, 2024년에는 새로운 유로화 지폐 디자인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현재까지 유로화 지폐에는 유럽 역사와 문화가 담겨 있어, 과거의 유럽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유로화에는 미래에 대한 인식과 기대를 담고자 합니다.
작성:알덴테 도마도
ⓒ 구텐탁코리아(http://www.gutentag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