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에서 버스나 지하철을 탔다.
출입문은 저절로 열고 닫힐까.
미술 특강을 마치던 날 바바라 고모가 아이를 위해 사놓았다는 자전거를 시승하기 위해 지하철 U4/U5를 타러 갔다. 우리가 내려야 할 역에 도착하기 한 코스 전은 옥토버 페스트로 유명한 테레지엔 비제 Theresienwiese 역이었다. 역명만 확인하고 그대로 앉아 있으니 남자 승객 하나가 ‘여기서 다 내려야 해요’ 하고 알려 주었다. 깜짝 놀라 아이의 손을 잡고 내렸다.
내리면서 보니 옆쪽 칸에도 젊은 남자 하나가 전동문 앞 손잡이를 잡은 채 폰을 보며 서 있었다. 내게 알려주던 친절한 승객이 문이 닫히지 않도록 전동차 문을 한 손으로 잡은 채 몇 번이나 “내리셔야 합니다!” 하고 소리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귀에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들리지 않는 모양. 다른 남자 승객 하나가 합세하여 ‘할로’를 몇 번이나 외친 후에야 상황을 눈치챈 남자가 겸면쩍게 웃으며 내렸다. 뮌헨에서 U Bahn(우반)을 탈 때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U반을 탔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내렸다가 다음에 오는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까지 가면 된다. 내 경우엔 다음 전동차에서도 사람들이 다 내렸기에 그다음 전동차로 이동해야 했다. U반이 우리식 지하철이라면 뮌헨에는 S Bahn(에스반)도 있다. S반은 도시 외곽까지 연결되는 장거리 전동차를 말한다.
독일에서 U반과 S반과 기차를 이용할 때 공통점은 뭘까. 타고 내릴 때 승객이 직접 문을 열어야 한다는 것. U반은 출입문의 양쪽 손잡이를 잡고 옆으로 밀면 문이 열린다. 어떤 U반과 S반은 문 가운데 초록색 불빛이 반짝이는 둥근 벨을 눌러야 한다. 전동문이 닫힐 때는? 안내 방송과 함께 저절로 닫힌다. 또한 한 가지 더 독일 S반과 기차는 연착을 밥 먹듯이 한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겠다. 그때 별 불평 없이 기다리는 독일 사람들의 태도도 인상적이다.
뮌헨의 주요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나 트람을 이용할 때도 출입문은 저절로 열리지 않는다. 내리기 전에 출입문 앞의 버튼을 반드시 직접 눌러야 한다. 독일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버스나 트람을 타고 가다가 몇 번 잊고 가만히 서 있었더니 진짜로 안 열렸다. 몇 번을 놀라서 후다닥 벨을 누르고 내린 적이 있다. 정신줄을 놓고 있으면 안 된다는 교훈.
특이한 것은 모든 승강장에 스크린 도어가 없다는 것이다. 사고가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이겠다. 뮌헨의 역사는 오픈형이다. 아무나 자유롭게 탄다. 그러다 차표도 안 사고 타면 어떻게 될까. 불법 승차는 벌금이 과하게 무겁다. 무임승차로 걸리면 벌금은 60유로. U반과 S반의 경우 검표원이 매번 검사하는 건 아니지만 걸리면 손해가 막심하다. 60 유로면 한 달 정기권 금액과 맞먹는다.
알리시아 고모 바바라 역시 어느 날 S반을 타고 시외 외곽으로 나갔다가 밤늦게 돌아오던 날 검표원에게 걸렸다. 뮌헨 시내에서만 사용하는 월정액 표를 사용하는 사람은 시외로 갈 때 10회권을 사서 정해진 만큼 티켓 기계에 출발지 역명을 꼭 찍어야 한다. 늦은 시간이라 방심하고 안 걸릴 줄 안 모양이었다. 독일 사람들도 걸린다는 걸 알고 조금 놀랐다.
거의 모든 역사에는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출구가 여러 곳이어도 대부분 에스컬레이터가 있어 편리하다. 많은 에스컬레이터가 양방향이 가능한 센스 기능을 갖추고 있다. 예를 들면 에스컬레이터 하나로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한다. 인구가 적절해서 가능한 시스템인 듯. 타는 사람이 없을 땐 저절로 멈추어 있다가 사람이 오면 가까운 쪽부터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리 동네만 해도 네다섯 출입구에 모두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는데 신기한 건 비가 와도 잘 작동한다는 것.
아참, 독일의 지하철 출구에는 우리처럼 번호가 없다. 간혹 A, B, C, D로 구분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모든 역이 그렇지는 않다. 다행히 우리 집 지하철역은 출구가 많아 알파벳으로 나뉘어 있고 우리 집 쪽은 출구가 C다. 그럼 독일 사람들은 약속을 할 때 어떻게 할까? 거리 이름을 말한다. 시내 무슨 역에서 어느 거리 쪽으로 나와라, 이런 식이다. 익숙하지 않아 불편함을 많이 느끼는 부분이다. 처음 살기 시작하면 거리 이름부터 외우는 게 일인 이유다. 거리는 왜 그렇게 많고 이름은 또 왜 그렇게 긴 지!
- 작가: 마리 오
뮌헨에 살며 글을 씁니다. 브런치북 <프롬 뮤니히><디어 뮤니히><뮌헨의 편지> 등이 있습니다.
- 본 글은 마리 오 작가님께서 브런치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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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와 지하철에서 문을 열어야 하는군요. 거리 이름도 잘 알아야겠구요.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