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사람이 법정에서의 소송절차를 진행해 본 경험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그러할 것인데, 더구나 이 먼 독일까지 와서 법정에 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필요한 경우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아니면 반대로 본인이 피고로서 소송에 참가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임대료 지불 연체를 이유로 한 임차인 퇴거를 위한 명도소송을 제기한 경험을 나누어, 해당 소송이 대략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레니 크래비츠의 유명한 노래이자 야구선수 요기 베라의 명언이기도 한, ‘It Ain’t Over ‘Til It’s Over’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말 그대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의미하지요. 소송 외 절차 4개월, 소송절차 및 집행 절차 5개월, 총 9개월 동안 필자가 마음 속으로 가장 많이 새겼던 말이기도 합니다. 임대료를 내지 않는 임차인을 내 소유 부동산에서 퇴거시키는 일은, 끝날 듯 말 듯 참 끝나지 않는 지난한 일이었습니다.
소송의 시작
8월 24일 지방법원에 소장을 접수하여 8월 27일 법원 비용에 대한 일부 사전 청구를 받아, 다음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해당 금액을 즉시 입금했습니다. 그 후 9월 13일 법원으로부터 소송제기 및 구두변론기일에 대한 정보가 임차인에게 송달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임대인과 임차인으로 만난 사람들이 이제 소송에서 원고와 피고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제1차 궐석판결
10월 6일, 피고는 구두변론기일에 나타나지 않았고, 원고인 저희 측의 청구에 따라 궐석판결이 이루어졌습니다. 궐석판결(Versäumnisurteil)이란 독일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있는 제도로, 피고의 출석 없이 재판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궐석판결은 관련 당사자 중 일방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더라도 법적 절차가 진행되도록 설계된 절차적 시스템으로, 해당 사안의 경우 피고인 임차인이 계속해서 법정에 출석하지 않는 경우 원고인 임대인이 자신의 권리 구제를 위해 법원에 결석 판결을 요청하고, 이에 따라 내려지는 판결을 의미합니다. 필자의 경우도 궐석판결을 청구했고, 이에 따라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다음은 해당 궐석판결의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해당 법원은 민사소송법(ZPO) 제331조 제3항에 따라 구두 심리 없이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1. 피고는 해당 임대물을 원고에게 넘겨주어야 한다.
2. 피고는 연체된 임대료 및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3. 피고는 재판 전 법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4.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5. 판결은 잠정적으로 집행 가능하다.
동시에 여기에는 궐석판결에 대한 이의제기도 쓰여져 있었습니다. 즉 피고는 법원의 결정에 대해 이의제기를 할 권리가 있으며, 이 신청은 판결문 전달 후 2주 내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임차인은 자신의 권리를 정확하게 챙기는 사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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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의 이의제기(Einspruch)
10월 7일 피고에게 궐석판결이 전달되었다는 통지를 받았습니다. 10월 22일 임차인이 궐석판결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에 법원으로부터 집행 가능한 판결 사본을 받는 것이 실패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저의 임차인은 이의제기 기간을 정확하게 채워서 이의제기를 했고, 이 기간 동안 임차인은 해당 주택에 계속 머무르며 기한의 이익을 누렸으며, 2차 구두변론기일 전까지도 계속해서 그 기간을 연장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긴 터널을 이제 빠져나오나 싶었던 저는 다시 속이 탔지만, 임차인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권리를 행사한 것이고 저는 다시 기다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2차 궐석판결
제2차 구두변론기일이 11월 3일로 결정이 되었고, 임차인은 예상한 대로 법원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피고의 이의제기에는 당연하게도 정당한 사유가 없으며, 그저 시간을 벌고 싶었던 것이라는 예상이 정확하게 맞았던 것입니다.
판사는 피고에게 규정에 적합하게 구두변론기일이 고지되었음이 확실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오후 3시 30분에 열린 재판에서 3시 45분까지 피고를 기다렸으며, 그 이후 필자는 두 번째 궐석판결을 통해 제1차 궐석판결에 대한 피고의 이의를 기각할 것을 청구했습니다. 이에 따라, 11월 3일 즉시 제2차 궐석판결이 선고되었으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2차 궐석판결
1. 10월 6일자 궐석판결에 대한 피고의 이의제기는 기각한다.
2. 피고는 후속 절차 비용을 부담한다.
3. 판결은 잠정적으로 집행 가능하다
두 번째 궐석판결에 대해서도 피고는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이의제기를 할 수 있고 이 기간은 1개월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이의제기는 적절한 구두변론기일에 대한 통지를 받지 못했거나 여기에 본인의 과실이 없는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그러나 해당 사안의 경우 임차인에게는 명확한 통지가 이루어졌고, 이는 판사에 의해 피고가 규정에 적합하게 구두변론기일에 대한 고지를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듯, 저는 혹시 세입자가 또 이상한 주장을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 발 한 발이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었습니다. 재판에서는 승소하였고 이에 따라 집행권원(Titel)도 손에 쥐었지만, 제 소유 부동산에 거주하고 있는 임차인을 퇴거시키는 것은 요원해 보였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을 마음 속으로 몇 번이나 되새기며, 드디어 마지막 단계인 강제집행절차를 결정했습니다.
- 작성: L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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