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현시대를 반영하는 것으로 유명한 베를린 국제 영화제가 74회를 맞아 막을 내렸습니다. 올해도 국가 간 정치적 대립, 이민, 망명, 차별 등 여전히 풀리지 않는 문제에 대해 다양한 영화들이 소개되어 주목받았습니다. 올해의 심사 위원장에는 케냐-멕시코 혼혈 여배우 루피타 뇽오(Lupita Nyong’o)가 선정되었는데, 영화배우로서 커리어 이외에 연극 활동, 동화책 집필, 아프리카 디아스포라*에 관한 팟캐스트 등 그녀의 포용력 있는 다양한 활동은 올해 심사 위원장으로 충분히 자격을 갖추게 했습니다. 베를린 국제 영화제는 끊임없는 변화의 과정을 거쳐 우리 시대의 가장 긴급한 질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지속 가능한 영화제로서의 역할을 계속해서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올해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주목한 영화를 선정하여 현재 우리 시대가 직면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려 합니다.
*디아스포라 Die Diaspora: 특정 민족이 자의적이나 타의로 기존에 살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집단을 형성하는 것, 또는 그러한 집단을 일컫는 말이다.
Dahomey
감독: Mati Diop
년도: 2024
참여국가: 프랑스, 세네갈, 베넹 공화국
러닝타임: 67분
참여섹션: Competition 경쟁
제74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황금곰상(Goldener Bär für den Besten Film) 수상작인 <다호메이>는 1892년 프랑스 식민군에 의해 약탈당한 다호메이 왕국 왕실의 유물 중 26점의 보물이 파리를 떠나 고향인 베냉 공화국(다호메이 왕국의 현 이름)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이 보물들은 수천 개의 다른 유물과 함께 되돌려져야 하지만, 돌려받은 26점의 보물에 대한 선조들의 귀향에 대한 태도를 취해야 하는 과정에서 시작된 질문으로부터 아보메이-칼라비 대학 학생들 사이에서 격렬한 토론이 펼쳐집니다. 다큐멘터리는 중간중간 등장하는 영화적 상상을 통해 흥미로운 전개로 이어지며, 2024년 9월에 프랑스를 시작으로 영화관에서 상영될 예정입니다.
The Editorial Office
감독: Roman Bondarchuk
년도: 2024
참여국가: 우크라이나, 독일, 슬로바키아, 체코
러닝타임: 126분
참여섹션: Forum 포럼
로만 본다르추크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는 공상과학적인 요소를 가미한 재미있는 미디어와 정치적 풍자를 담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유라는 우연히 목격한 범죄의 증거를 신문사에 제출하지만, 오히려 가짜뉴스와 조작된 정치 선거로 인해 국민들이 갈라지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 과정은 우스꽝스럽고 기이하며 자기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러시아 침공 직전에 촬영되어 전쟁 중에 완성되었으며 전투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거의 없지만, 그런데도 매우 현대적인 주제를 다루며, 여기서 인간의 연약함을 포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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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hitecton
감독: Victor Kossakovsky
년도: 2024
참여국가: 독일, 프랑스, 미국
러닝타임: 98분
참여섹션: Competition 경쟁
이 작품은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건축물이 우리의 파괴를 드러내면서 생존과 전진의 희망을 제시하는 서사적이고 정신적인 명상을 담고 있습니다. 미켈레 데 루치 (Michele De Lucchi)가 이야기를 전개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에서, 원을 이용하여 문명의 진퇴와 퇴보를 반영하며, 레바논의 발벡 신전 유적부터 기원후 60년에 건설된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 그리고 2023년 초에 발생한 터키의 7.8 규모 지진으로 인한 도시 파괴까지를 포착합니다. 이 작품은 인류의 웅장함과 어리석음, 그리고 자연과의 미묘한 관계를 통해 너무 늦기 전에 어떻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지를 절박하게 질문합니다.
Crossing
감독: Levan Akin
년도: 2024
참여국가: 조지아, 스웨덴, 덴마크, 프랑스, 터키
러닝타임: 105분
참여섹션: Panorama 파노라마
은퇴한 선생님 리아는 이웃인 아치와 함께 터키에서 오랜 기간 실종된 조카인 테클라를 찾아 나서게 됩니다. 이스탄불에 도착한 리아와 아치는 연결과 가능성으로 가득한 아름다운 도시를 발견하고 이스탄불의 거리를 헤매며 탐색을 시작합니다. 레반 아킨의 네 번째 장편 영화는 인상적인 감정적 실시간성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처음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두 낯선 사람이 자신들의 임무에서 이데올로기적이고 내적인 경계를 극복하고 힘을 합칩니다. 주인공의 이야기와 더불어 영화 속 넘나드는 도시의 지형은 인류에 대한 찬사로서 그 안에 살고 있는 다양한 캐릭터들만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Sterben
감독: Matthias Glasner
년도: 2024
참여국가: 독일
러닝타임: 180분
참여섹션: Competition 경쟁
최고 각본상인 은곰상(Silberner Bär für das Beste Drehbuch) 을 받은 이 영화는 죽음을 맞이한 한 가족의 이야기로, 멀어진 가족 구성원들의 재결합을 멜로 드라마로 연출한 영화입니다. 복잡다단한 삶에 대한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죽음을 다루는 또 다른 복잡다단한 이야기에 매료되어 전개됩니다. 3시간 러닝타임이 다루는 영화 내 주제는 암, 치매, 자기혐오, 우울증, 자살 등 현대인이 접하게 될 죽음의 현실을 주인공의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삶을 시작했던 한 가족이 각자의 삶을 쫓아 멀어졌던 삶을 다시 돌아보고 풀어내는 내용은 주인공 톰이 작곡하고 있는 <죽음>이라는 클래식 곡 선율의 변화도 흥미롭습니다. 2024년 4월 25일부터 개봉 예정입니다.
Afterwar
감독: Birgitte Stærmose
년도: 2024
참여국가: 덴마크, 코소보, 스웨덴, 핀란드
러닝타임: 85분
참여섹션: Panorama 파노라마
감독은 1999년 코소보 전쟁이 종료된 2007년 프리슈티나 거리에서 만난 담배를 파는 아이들과의 인연에서 출발하여, 2010년 <Out of Love>라는 단편 영화를 제작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아이들의 성장 과정과 삶을 기록하며,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번 영화를 완성했습니다.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로 분류되지만, 과거, 현재, 미래로 구성된 챕터에서 대본과 캐스팅, 그리고 현실 속의 실제 인물과 전문 배우들이 함께 등장하여 영화적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전쟁 이후 아이들의 성장 스토리와 상상된 현실을 함께 경험함으로써, 현재 진행 중인 일련의 전쟁에 대한 경각심을 되새겨볼 기회가 됩니다.
The Voices Of The Silenced (되살아나는 목소리)
감독: 박수남, 박마의
년도: 2023
참여국가: 일본, 한국
러닝타임: 142분
참여섹션: Forum Special 포럼 스페셜
<되살아나는 목소리>는 제49회 서울 독립 영화제에 출품되었으며, 올해 베를린 국제 영화제 포럼 스페셜 섹션에도 초대되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시력을 읽어 가는 재일 조선인 2세인 감독 박수남과 딸 박마의가 필름을 복원하는 과정과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박수남은 식민지 시대 한국 이민자의 후손으로 일본에서 태어나, 자신이 속한 일본 사회의 폭력 경험을 기록하는 것을 평생의 일로 삼았습니다. 필름에 담긴 10만 피트(50시간) 분량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피해 조선인, 학살, 강제 노동, 조선인 강제노역 피해자, 위안부 피해자 등 수많은 동시대의 목격자들을 인터뷰하여 기록한 귀중한 다큐멘터리입니다.
- 작성: 위크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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