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주택 임대를 하고 있거나 임대를 계획하고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임대료를 제대로 내는 세입자를 들이는데 실패했던 저의 경험을 통해, 독일에서 처음 임대를 하시려는 분들이 겪을 수도 있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임대의 첫 단계인 세입자를 구할 때 검토해야 하는 내용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결혼을 할 때 상대방에게 뭔가 미심쩍은 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을 감고 결혼하는 경우, 이것이 이혼의 사유가 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세입자를 구하는 것은 물론 그 정도로 인생의 중대사는 아니겠으나, 좋은 게 좋다고 그냥 넘어간 것은 결국 눈덩이처럼 불어난 문제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실 좋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고, 이러한 사람들은 임대의 첫 단계에서 반드시 제외되어야 합니다.
근처 도시에서 자가 주택에 거주하고 있고 (따라서 지난 임대료 지불 확인이 불가능), 건축 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따라서 급여 명세서가 없음), 딸아이의 인턴쉽을 위해 시내에 급히 집을 구한다는 지원자의 말은 엄청나게 그럴 듯했습니다. 더구나 본인이 건축업에 종사하고 있어, 집을 빌리는 동안 욕실 리모델링을 해주겠다는 말에 더욱 솔깃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집이 비는 기간 없이 바로 후속 세입자를 받고 싶다는 것도 빠른 결정에 한 몫을 했습니다. 욕망이 커지는 순간 상황을 판단하는 눈이 흐려졌습니다.
어느 임대인도 자신의 집이 오래 비어 있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임대료를 내지 않는 세입자가 그 집을 채우고 있는 것은 더더욱 원하지 않습니다. 집을 보러 온 사람에게 대놓고 이런저런 서류를 요구하는 일은, 흡사 나는 당신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 같아서, 민망하면서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그런 순간에 한 번 용기를 내서, 다음의 서류들을 요청하고 꼼꼼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세입자 자기 정보 (Mieterselbstauskunft)
세입자 자기 정보는 신상정보와 재정상태 등을 작성한 서류에 해당합니다. 공식적으로 정해진 형식은 없으나, 많은 부동산 사이트에서는 세입자 자기 정보 양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세입자 자기 정보는 기본 서류도 제대로 작성하지 않는 불성실한 사람들을 제외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는 있으나, 이는 실질적으로 임대인을 보호해 주지는 못합니다. 세입자가 임의로 작성을 하는 것을 사실상 막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해당 내용이 적절한 증명으로 뒷받침되는지가 더욱 중요합니다.
소득 증명 (급여 명세서 또는 세금 평가서)
세입자 정보공개서류와 함께 소득을 증명하기 위한 서류를 확인해야 합니다. 임차인이 직장인인 경우 직전 3개월치 급여 명세서를 통해 임대료와 추가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임차인이 자영업자인 경우에는 가장 최근의 세금 평가서 또는 세무서에서 최근 몇 년간의 평균 소득에 대한 서면 확인서를 발급받을 것을 요청하여 이를 확인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문제를 일으켰던 저의 세입자는 자영업자였고, 저는 급여 명세서 대신 통장 잔고를 보여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세입자는 그런 걸 의심하냐는 듯 웃으며 돈은 충분히 있다고 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정말 어리석지만, 당시 저는 손윗사람에게 강하게 요청하는 것이 상대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것 같아 ‘나중에 주겠지’ 하며 그냥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뒤늦게 크게 후회했습니다. 세입자가 적절한 소득이 있음을 확인하는 것은, 말하기 민망하다는 이유로 결코 그냥 지나가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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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UFA 신용 정보 (SCHUFA-BonitätsAuskunft)
SCHUFA 신용 정보는 위조가 방지되는, 최근 신용도에 대한 공인된 증명입니다. SCHUFA 사이트에서 간단한 신청으로 발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발급이 복잡할 것을 고려하여 해당 증명서를 요구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SCHUFA 정보는 2024년 기준 29.95유로의 발급 비용이 들고, 따라서 돈이 드는 일을 해달라고 말하는 것이 미안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능하다면 요청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 SCHUFA 신용 정보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지불능력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 세입자의 입장에서도 해당 문서가 있는 경우 주택시장에서의 기회를 크게 늘어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가능하면 3개월 이내의 최신 정보를 받는 것이 현재의 상태를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임대료 지불 확인 (Mietzahlungsbestätigung)
임대료 지불 확인을 통해 세입자가 임대료 지불 의무를 제때에 이행했으며 임대료 연체금이 없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입자는 이전 집주인에게 임대료 지불 확인서 발급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SCHUFA 신용 정보 외에도 이러한 임대료 지불 확인서를 통해, 임대인은 임차인이 긍정적인 지불 내역을 가지고 있으며 재정적 위험이 낮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임대료 지불 확인 기간에 대한 법적 규정은 없으나, 중요한 것은 최근의 지불 증명이므로 3~6개월 이내의 기간의 서류를 요청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보증 (Bürgschaft)
보통 학생이나 소득이 없는 세입자는 소득 증명 대신 보증을 이용하여 임대료 지불능력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세입자가 보증금을 지불하고 소득 증명을 하는 경우에도, 추가적인 재정적 안정을 위해 보증을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임대 보증금에 대한 보증(Bürgschaft für eine Mietkaution)이 통상 3개월 순 임대료(KM)로 제한되는 반면, 자발적 보증(freiwillige Bürgschaft)의 경우 그 책임에 제한이 없습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임대인이 좀 더 안전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는 세입자에게는 무척 깐깐하게 여겨질 수 있으나, 임대인 입장에서는 혹시 미심쩍은 생각이 드는 경우 안전장치로 사용할 수 있음에는 틀림 없습니다. 더구나 제대로 된 보증인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물론, 의심되는 면이 있는 경우 애초에 계약을 안 하는 편이 정신건강에 좋은 것도 사실입니다.
너무 이것저것 요구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수도 있습니다. 집 하나 가지고 유난을 떠나 싶은 자기검열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장기간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불씨는 만들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좋을 때는 다 좋습니다. 좋은 임대차 관계는 어떤 모습으로 임대차 계약을 종료하게 되는지가 결정합니다. 그 첫 번째는 안정적이고 믿을만한 세입자를 찾는 일이고, 이를 위한 확인은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 작성: L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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