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변덕스러운 독일 날씨, 그리고 너무 긴 어두운 겨울.. 이렇게 10년을 살게 되니 저도 모르게 우울증이 왔네요.(그분이 오셨어. 오셨어). 저는 몰랐거든요. 근데 어느 의사의 영상을 보고 알게 됐어요. 아.. 이게 우울증이었구나. 오늘 저는 우울증이 와서 너무 힘들어요가 아니라 어떻게 극복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알려드리고 싶어서요.
제 증상을 말씀드릴게요. 이 삼년 전 어느 날 갑자기 부엌에서 여느 일상처럼 점심을 만들고 있는데 갑자기 가슴이 너무 답답해 오는거예요. 그냥 서서 숨을 크게 들이쉬고 해봐도 안 되더라고요. 쉽게 편해지지가 않아요. 뭔가 고구마 10개가 딱 들어 있는 것처럼요. 이러다 괜찮겠지 하는데 그게 반복되더라고요. 어느 날은 식은땀까지 나고요. 그래서 전 제가 하고 있는 고지방 다이어트 때문에 심장에 문제가 생겼구나..심근경색이 아닌가.. 해서 응급실에 신랑과 아이들 줄줄이 대동을 했죠.
의사 선생님이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봐서 내가 심근경색인 것 같다.. 내가 숨을 쉴 수 없고 답답하고 땀도 나고 아마도 지방을 많이 먹어서 심장이 잘못된 것 같다라고 말을 했어요. 그 말을 하자 의사 선생님은 정말 어이없다는 눈으로 저를 쳐다봤어요. 어디를 봐서 심근경색 증상이냐면서.. 너 인터넷 보고 왔냐면서 조용히 면박을 주셨어요. 그래도 저는 아프다 아프다 했죠. 아프다 하면 의사가 쉽게 집에 보내지 못하나 봐요. 그게 혹시 문제가 돼서 사고가 되면 안 되니깐요. 그래서 하루 입원해서 온갖 검진을 다 받았어요. 간호원들의 말을 잊을 수가 없어요. 이렇게 건강한 사람이 도대체 왜 온 거냐면서… ㅜㅜ 다음날 저보고 아침 일찍 집에나 가래요.
그 이후로 알게 됐어요. 이게 ‘정신적인 문제이구나’로요.
또 다른 증상으로 무기력이 찾아오더라고요. 아무것도 하기 싫고 뭘 해도 속도가 나질 않고 그렇게 느리게 사는데도 힘은 들고 가족들이 원망도 되고요. 하염없이 앉아 있다가 일어나 뭘 할 수가 없고 하기도 싫은 거예요. 몸이 특별히 아픈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냥 다 하기 싫어요. 의욕이 없어요.
최근의 또 다른 증상은 눈물이 많아졌어요. ‘나이 들면 눈물이 많아져’ 이러잖아요. 그거 무시하면 안되요. 그것도 증상이더라고요. 평범하게 티비를 봐도. 그냥 어떤 글을 읽어도 아무 특별한 것이 없는데도 툭 눈물이 나는 거죠.
저는 사실 굉장히 긍정적이고 활동적인 사람이거든요. 사람들과 수다 떨면 하루가 행복한 그런 사람이요. 근데 왜 제게 이런 우울증이 왔을까요? 어느 의사 선생님의 강의를 들어보니, 분명 이유가 있더라고요. 우리 몸에 존재하는 시스템이 작용하는 거죠. 뭔가 힘들고 부담이고 괴로우면 몸에서 반응을 한대요. 좀 쉬라고…. 그래서 사람을 느리게 하고, 좀 멈추게 하고 머리에서 그렇게 한대요. 그래서 사람이 행동이 느려지고 말도 느려지고 눈물도 많이 나고.. 쉬고만 싶고.. 피하고 싶고. 자연스럽게 몸이 그렇게 만든대요.
저는 아마도 말도 통하지 않는 독일에 와서 어떻게든 적응하며 살아가고 가슴 활짝 피고 막 수다 떨며 사는 것이 아니라 만나는 독일사람, 유치원 선생님들.. 학부모들에게 눈치 보고 주눅 들고 그리고 아이 둘을 연년생으로 키우면서 독박육아로 집에만 갇혀있는 사람처럼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게 작용을 해서 어느 시간이 지나서 한계가 왔나 봐요. 제 몸이 좀 쉬어..좀.. 피해.. 이렇게 신호를 보냈나 봐요.
문제는 이 우울증이 한번 아프고 없어지지 않는 거죠. 한번 생기면 지속이 돼요. 그래서 상담 치료나 약물치료를 받거나 하죠. 그렇게 되면 문제가 이 질병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게 되는 거고 결국 병을 가진 우울증 환자가 되는 거죠. 무슨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나는 우울증 환자야. 나는 그래서 못해.. 이게 습관이 되고 결국 평생 약 먹고 평생 환자처럼 살게되요. 약을 평생 먹거나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표정이 정말 안 좋고 약을 먹고 해도 관계도 안 좋아지고 일도 자기 능력보다 잘하지 못하고 소심해지고 살이 많이 쪄서 대부분 비만이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어떻게 극복하고 있냐면요,
- 이 병을 무시하기: 때때로 찾아오는 가슴 답답함, 무기력증, .. 아직도 찾아와요. 하지만 그럴 때 저는 무시해요. 아..너 왔구나..그리고 신경 쓰지 않고 평소 할 일을 계속해요. 절대로 이 증상에 집중하지 않아요. 그냥 무시하는 거죠.
- 운동하기: 작년에는 정말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하겠고 소파와 제가 한 몸이 된 것처럼 일어나기가 힘들더라고요. 아무것도 하기 싫은 절정의 상태요. 그게 계속 반복이 되더라고요. 그때 저는 몸을 질질 끌며 남편이 사준 핑크색 매트를 끌고 옵니다. 소가 도살장에 끌려가듯이요. 유툽의 댄스 홈트를 따라 하며 실실 웃으며 하기도 하고 스트레칭을 삼십 분씩따라 하며 아주 시원함을 느끼기도 하고 하여튼 나만의 운동을 해줘요. 그러면 신기하게 기분이 나아져요. 정말로요. 신기하더라고요. 하루에 두세 번씩 증상이 찾아올 때가 있었어요. 그래서 하루에 두 세번 운동 한 적도 있어요. ” 약먹자~~ ” 하면서요. 제 약은 운동이었어요.
- 따뜻한 물로 샤워나 바스하기: 물이 좀 많이 드는데, 기분이 정말 처지고 안 좋을 때, 따뜻하게 샤워나 바스를 하면 정말 기분이 좋아져요. 그냥 꿀꿀했던 기분이 리프레쉬 되는 것처럼요. 그래서 저는 종종 긴 샤워를 해요. ^^ 아주 따뜻하게요. 한국에 있을 때..왜 아줌마들이 목욕탕을 자주 가는지, 목욕탕에서 오래 있는지..알것 같았어요. ㅜㅜ 한국 가서 친정엄마와 꼭 가고 싶어요.
- 감사를 찾기: 이게 사실은 제일 중요해요. 우울감은 자신이 과거에 받은 상처, 현재의 부담, 힘든 마음, 뭔가의 실패에서 오잖아요. 근데 이 생각을 다 제로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바로 감사예요. 저는 힘들 때마다 한 권의 노트를 꺼내와요. 아무 힘도 없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너무 힘들 때마다 그 노트를 꺼내 하나 두개라도 꼭 적는 것이 있어요. 내가 현재 누리는 감사를 적는 것이에요. 어느 날은 내가 감사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도대체 뭐를 쓰나 해서 숨 쉴 수 있는 것, 내가 독일에 살고 있는 것, 그래도 숨을 쉴 수 있어 살 수 있는 것, 아름다운 자연을 볼 수 있는 것.. 이런 것을 찾아 하나씩 채워 가는거죠.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요. 그것을 하루.. 이틀.. 삼일..계속 쓰다 보면 나에게 있는 우울감은 어느새 사라지고 그냥 모든 것이 그저 좋고 그저 감사이구나..하고 살게 돼요. 힘이 나게 돼요. 정말이에요. 쓰면서 알게 된 것은 내가 누리는 오늘 하루는 다른 어떤 이가 그토록 간절히 원하는 그 하루가 될 수 있거든요. 너무 소중한 하루가 되는 거죠.
아직도 찾아오는 우울증.. 하지만 저는 얘를 무시하며 또 핑크색 매트를 꺼내며 감사 노트를 적어갑니다. 스스로 극복하는 우울증이 정말 효과가 뭔지 아세요? 스스로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가족간 그리고 친구와의 모든 관계가 다시 회복이 된다는 거에요. 정말이에요. ^^ 그리고 운동하면서 건강도 좋아지고 몸이 날씬해지고 또 목표도 생겨요. 건강해지면 자연히 행복이 따라옵니다. ^^ 삶이 달라져요. 취미도 생기고 목표도 생기게 돼요.
혹시 우울증으로 힘드신 분이 있으신가요? 독일에 오래 살면 꼭 찾아오는 우울증, 다른 곳에 의존하지 마시고 꼭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약을 만드셔서 찾아올 때마다 먹으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행복하세요~~ ^^
- 요즘 저의 새로운 취미가 요리예요. 아이들과 함께 만드는 요리요 ^^
- 독일에서 연년생 두 아이를 키우며 10년째 살아가고 있는 독일맘 입니다. 독일에 사는 것도, 아내로서, 엄마로서 살아가는 모든 것이 서툴고 처음인 평범한 이야기이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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