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시대에 접어들면서 세계 각지의 페스티벌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21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대의 맥주 축제, 뮌헨의 옥토버페스트 또한 올해 9월 3년 만에 재개되었습니다. 그런데 모두의 예상과 달리 이번 옥토버페스트는 손님이 없는 행사장, 성범죄 사건, 코로나 감염자 수 증가 등으로 비난 여론이 일고 있습니다. 다음 주면 막을 내리는 옥토버페스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이면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텅텅 빈 행사장, 저조한 관광객수와 노쇼 손님으로 골머리
요식업에 20년 이상 종사하고 이번 옥토버페스트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고 있는 관계자에 의하면 오랜만에 열린 옥토버페스트에 많은 관광객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녀의 예상과 달리 축제 첫날부터 줄곧 텅 빈 테이블과 낮은 매출로 올해 옥토버페스트를 “최악의 비센(Wiesn)”으로 평가합니다. “비센 첫날에는 손님이 30%가량 줄은 것 같았지만, 행사가 계속된 지금은 40% 정도 빠진 것 같다. 축제가 한창인 대낮에도 축제 장소인 오이데 비센(Oide Wiesn)은 마치 유령도시처럼 텅 비었다.”
이번 옥토버페스트는 지난 축제와 달리 행사장을 찾은 단체 외국인 관광객수가 매우 저조했습니다. 뮌헨 출신의 한 관계자는 “올해 옥토버페스트에서는 아시아에서 온 단체 관광객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장거리 여행은 대부분 1년 전부터 계획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 옥토버페스트의 개최 여부가 불확실했기 때문에 이곳을 여행지로 계획하는 이들이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빅텐트와 테이블을 예약해 놓고 당일 행사장에 나타나지 않는 노쇼 손님 또한 골칫거리입니다. 콜마르는 “한 회사에서 직원들을 위해 단체로 예약했지만, 직원 중 다수가 참여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갑자기 당일 취소를 하거나 30명이 함께 사용하는 빅텐트에 일부만 오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합니다.
축제의 즐거움 속에서 횡행하는 성범죄
옥토버페스트는 단순히 맥주만 마시는 행사가 아닙니다. 전통 의상과 민속 음악이 한데 어울리고 놀이기구와 사이드 쇼가 뒤섞인, 그야말로 바이에른주 문화의 정수를 담은 축제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축제의 즐거움을 즐기는 동안 누군가는 평생 잊지 못할 불쾌한 경험을 겪는다고 합니다. 옥토버페스트를 방문한 한 여성 방문객은 “천막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그런데 낯선 사람이 나의 옷 속으로 손을 넣어 신체를 더듬었으며, 나를 쳐다보고 웃는 그의 모습에 두렵고 무력하기만 했다”고 회상합니다. 또 다른 여성 참가자는 옥토버페스트를 방문하기 전부터 이미 이러한 남성의 신체적 접촉에 대해 인식하고 주의를 기울였음에도 성희롱을 당했습니다. 그 다음부터 그녀는 옥토버페스트에서 술 취한 남성들을 피해 다니거나 남성 친구들을 동반할 때만 축제 텐트를 이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으로서 자신을 만지고 평가하려는 시선에 스스로 “고깃덩어리가 된 기분”이 든다고 말합니다.
전 세계 각지에서 옥토버페스트를 방문한 수천 명의 사람들이 한 데 모여 술을 마시고 음악에 맞춰 함께 춤을 추다 보면 낯선 이와의 신체적 접촉이 의도치 않게 늘어납니다. 여기에 그릇된 성인식을 지닌 남성들은 알코올 섭취를 빌미로 억제력이 약화한 상황을 틈타 여성에게 성희롱과 성추행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로 뮌헨 경찰은 올해 옥토버페스트 기간 중반까지 총 31건의 성범죄가 발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성범죄를 겪은 여성 모두가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많은 여성 피해자가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참고로 ‘세이프 비센’은 여성과 소녀들이 옥토버페스트를 보다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캠페인으로 AMYNA와 IMMA, Frauennotruf Munich 협회는 이 캠페인을 통해 여성과 소녀들이 안전을 위협받거나 각종 범죄를 겪었을 때 현장에서 직접적인 조언과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참고로 2022년에는 2019년보다 50%나 더 많은 228명의 여성이 ‘세이프 비센’에 도움을 요청했으며, 이 중 50명은 미성년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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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급증하는 코로나19 감염자 수
옥토버페스트가 시작된 지 열흘 만에 뮌헨의 코로나 감염자 수가 치솟고 있습니다. 물론 코로나19 발병률과 옥토버페스트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입증할 수는 없지만, RKI(Robert Koch Institute)는 축제가 개최된 지 열흘이 지난 시점에서 개최 전과 비교했을 때 발병율이 약 77% 증가한 424.9 이르는 것으로 보고했습니다. 바이에른 전역의 코로나19 감염자 수 증가율이 43.1%, 독일 전체는 29.4%인 점을 비교해 볼 때 이는 분명 매우 높은 수치입니다.
코로나19로 가동 중인 병상 수만 봐도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현재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297개의 병상이 가동 중이지만, 축제 전 가동 병상 수는 68개였습니다. 더욱이 코로나19에 감염된 모든 이들이 PCR 검사를 받거나 병원을 방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 감염자 수는 RKI에서 발표한 것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실 옥토버페스트 개최로 인한 코로나19 감염자 수의 증가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아벤스베르크(Abensberg)와 슈트라우빙(Straubing)의 코로나19 감염자 수 또한 옥토버페스트보다 앞서 개최된 지역 전통 축제로 인해 크게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아마도 사전에 옥토버페스트로 인해 뮌헨의 코로나 감염자 수가 증가할 것임을 예상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반면 바이에른주 주장관인 플로리안 헤어만(Florian Herrmann(CSU))은 코로나 감염자 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그것이 옥토버페스트 때문인지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말하면서 병원과 중환자실 점유율을 위험한 단계로 보기에 시기상조라고 언급했습니다. 독일 연방 보건부 장관인 칼 라우터바흐(Karl Lauterbach)가 트위터에 올린 언급처럼 옥토버페스트에 입장하기 전에 방문자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았더라면 더 안전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작성: 독일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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