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교육: 한국 아이에게 독일은 교육의 유토피아인가?
- 기회의 불평등과 구조적 문제에 대해 (1)
‘독일 학교’라는 도전 앞에 선 아이들
독일에 가족과 함께 이주한 경우 부모와 함께 아이들도 자동적으로 크나 큰 도전 앞에 서게 된다. 어른인 우리에게도 독일에서의 공부 혹은 직장 생활은 만만한 것이 아니지만, 그동안 살아온 세월의 경험과 패기로 인해 잘 헤쳐 나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특히 어중간한 나이에 독일에 온 아이들에게 이 도전은 더욱 힘들고 어렵다. 국제학교라는 해결책이 있지만, 너무 비싼 학비가 걸림돌이다 (독일어보다 배우기 쉽다고 하지만, 영어가 서툰 아이들의 경우 당연히 영어도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다). 부모가 장기간 독일에 체류하게 될 경우 대부분의 아이들은 독일 학교에서 공부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만큼 독일의 교육 현장과 상황에 대해 알고 있는가? 특히, 한국 매스 미디어에 비춰진 독일은 (핀란드만큼이나) 교육 제도에 관한 한 지상의 유토피아처럼 보인다. 정녕 그러한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독일은 교육 시스템에 있어서 유토피아가 아니다. 특히, 외국인인 우리 아이들에겐 더욱 더 그러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국의 매스 미디어를 통해 전해진 독일 교육의 장점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부정하였다면, 나 역시 독일에서 아이들을 키우기로 결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독일 교육에 대해 지나친 환상을 갖는 것은 금물이다. 자, 무엇이 문제일까?
네 가지 기준 혹은 낙인
큰 아이는 4, 5학년을 국제학교에 다녔고, 6학년 때 김나지움으로 전학을 갔다. 아이에게 적절한 학교를 구하는 과정에서 어느 독일 초등학교 교사에게 우연히 듣고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내가 사는 도시에 초등학교와 김나지움의 학교 별 랭킹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그 랭킹은 다음 네 가지 기준에 의해 정해졌다: (초등학교의 예) 이민 배경 (Migrationshintergrund), 한부모 가정 (Alleinerziehend), 4학년 학습 부진아 (Schwache Viertklässler), 생활 보호 대상자 (Hilfeempfänger)의 비율을 산정해 랭킹을 정했다. 이 비율들의 총합이 낮을수록 학교의 랭킹은 올라갔다.
시행정부에서 사회 복지사의 필요성을 결정하기 위해 전체 시내 초등학교의 랭킹을 매겼다고 한다. 취지는 이해되지만, 이를 지역 신문을 통해 공론화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는다. 당시 이러한 랭킹의 존재 이유에 대해, 그 산정 기준에 대해 찬반양론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김나지움의 랭킹의 경우 다른 기관에서 조사했고 표면적으로는 위의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어찌 됐든, 위 네 가지 기준은 포용적인 난민 정책, 인도주의 정책, 무분별한 경쟁을 지양하는 교육 정책 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독일 사회의 이면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서 씁쓸했다.
기회의 불평등
교육의 형평성을 산술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대학 졸업자들의 출신 성분이 사용된다. 현재, 독일 대학 졸업생들의 약 70 퍼센트는 부모가 대학교육을 받은 가정 출신이고, 약 30 퍼센트는 사회적 약자 가정 출신이다. 여기에는 분명한 불평등이 존재한다. 하지만, 대학 학위는 아주 긴 프로세스의 끝일 뿐이다. 즉, 교육의 불평등은 훨씬 이전에 시작되었다.
독일 교육 제도에서 이민 배경을 가진 아동·청소년이 불이익을 받는다는 사실은 많은 연구 결과를 통해 잘 알려진 독일 교육의 냉정한 현실이다. 교육의 불평등은 기회의 불평등에서 시작한다. 어린이집 (Krippe) 을 다닐 수 있는 가능성은 이민 가정의 아이에게 매우 큰 기회임이 틀림없다. 이민 가정에서 충족될 수 없는 조건, 즉, 독일어를 모국어처럼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민 배경을 가진 아이들이 독일 아이들보다 더 적은 교육 기회를 제공받는다는 것이다. 교육 전문가 클라우스 클렘 (Klaus Klemm) 에 따르면, 현재 사회적 약자 가정의 아이들은 더 나은 출신 배경을 가진 아이들보다 어린이집에서 자리를 제공받을 가능성이 훨씬 낮다. 연구는 1960년대부터 진행되어 왔다. 이 이민 배경에 의한 기회의 불평등은 아이들이 그 다음 단계의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교육과정 전반에 걸쳐 이어진다. 예를 들어, 그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김나지움에 진학할 확률이 독일 아이들보다 낮고, 이미 초등학교 시절부터 교육과정 전반에 걸쳐 학습 역량 면에서 더 부진한 성과를 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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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문제: 교원 부족
또한, 교육협회 (VBE: Der Verband Bildung und Erziehung) 는 정치인들이 교원 부족 실태에 대해 정직하게 말하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교육문화부 장관 회의 (KMK: Kultusministerkonferenz) 는 2035년까지 24,000명의 교사 부족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VBE는 말한다. VBE 에 따르면, 그때까지 127,000명의 교사들이 부족할 것이다.
관심과 지원의 부족
교원 부족 실태가 아이들에게 끼치는 악영향에 대해 나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A는 나의 둘째 딸의 친한 친구 중 한 명이다. 터키 이민 가정의 아이이고, 학습 능력 부진으로 인해 1학년을 두 번 다녔다고 한다. 초등학교 2학년을 마친 현재 여전히 독일어 글을 읽지 못하고, 간단한 연산을 하지 못한다 (유급하지 않았다면, 그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을 마치고도 기본 문해력과 연산 능력을 갖추지 못한 심각한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 딸을 통해 그 아이가 하는 장난이나 농담을 전해 들었을 때, 매우 조숙하고 재치 있는 아이라는 생각이 들어 가정과 학교에서 조금만 더 신경 써주면 좋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 아이는 학교를 자주 빠지는데 (일주일에 평균 두, 세 번 학교를 나오지 않는다) 딱히 부모 상담이나 자세한 원인 파악이 이뤄지는 것 같지 않다. 아침에 출석을 확인할 때 교사는 “A는 오늘 또 안왔네”라고 말하며 넘어가던지, 아예 언급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A에게 결석의 이유를 물어보면 몸의 이곳저곳이 아팠다고 한다. 친구들은 꾀병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자주 아프고 금방 낫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는, 현재 가뜩이나 학업 능력이 뒤떨어져 있는데 학교에 성실히 나오지 않으니 학력 격차는 더 빠른 속도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의 사회학자이자 저술가인 알라딘 엘-마팔라니 (Aladin El-Mafaalani) 는 독일 교육의 가장 큰 구조적 문제는 초등학교에 있다고 본다. 가장 요구하는 바가 많은 힘든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교사의 연봉은 김나지움 교사의 연봉에 비해 적고 OECD 평균보다 적다. 교원 수는 부족하고 책임져야 할 학급의 인원은 점점 많아진다. 이러한 독일 학교의 구조적 문제는 집에서 독일어를 사용하지 않는 이민 가정의 아이에게 더욱 더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A의 경우처럼 학습 능력이 부족한 아이들 수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집중적인 지원과 관심, 도움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이때 단지 이민 가정이라는 출신 배경만이 문제가 될 것인가?
– 2편에서 계속
출처:
Wie ungerecht ist unser Schulsystem? – SWR Wissen
Mangel an Lehrkräften: Schule schön gerechnet – ZDFheute
Expertise_Doppelt_benachteiligt.pdf (stiftung-mercator.de)
Bildungsforscher & Soziologe Aladin El-Mafaalani (Teil 1) – Jung & Naiv: Folge 535 – YouTube
작성: Cla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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