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SVB 은행을 비롯한 중소규모 은행의 파산과 스위스 제2 은행인 크레딧 스위스의 파산으로 세계은행은 위기론을 맞이했습니다. 이에 독일의 가장 규모가 큰 은행인 도이체방크에까지 은행 위기론이 확산되었는데요. 각종 미디어에서는 도이체방크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는 뉴스를 내보내고 있고, 이에 급기야 독일 총리까지 도이체 방크는 안전하다면서 진화에 나섰습니다. 독일의 도이체방크는 정말 안전할까요? 또 그 배후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있을까요?
1. 스위스 크레딧과 도이체방크, 스캔들에 대한 대처가 다르다.
은행 위기론이 독일로 퍼지면서 스위스 크레딧처럼 도이체방크도 파산위험을 가진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언론을 타고 퍼지고 있습니다. 도이체방크 역시 과거 여러 가지 구설수를 안고 있어서인지 고객과 투자자들도 마음이 편할 리 없을 것입니다. 2016년 ‘제2의 리먼’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던 도이체방크는 IMF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은행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으며, 미국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한 주택 모기지 담보증권을 판매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일조한 탓에 벌금을 물어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연달아 터진 스캔들로 도이체방크는 경영악화에 시달렸는데, 2019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최대 2만 명 감원, 740억 유로에 달하는 자산 매각)을 함으로써 썩은 뿌리를 도려내기 위한 노력을 했습니다. 그 이후로 큰 문제 없이 독일 최대 은행답게 비교적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2. 코코본드 채권, 그리고 도이체방크 주가를 급락시킨 배후
지난 금요일 도이체방크의 주가는 장중 최대 15%까지 급락하며 불안감이 최고조에 다다랐습니다. 주가 급락의 원인은 크레딧 스위스가 발행한 코코본드라는 채권에 도이체방크의 자본 비중이 약 18%(유럽 은행 평균 약 16%)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코코본드는 채권 형태로 거래되지만, 파산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때는 채권에 대한 원금을 상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유사시 원금을 받지 못하는 리스크가 있는 만큼 채권 투자자(도이체방크)는 반대로 높은 이자를 취할 수 있는데, 이 코코본드 채권은 전혀 망할 것 같지 않은 신뢰 있는 기관에서 발행합니다. 그러나 스위스 크레딧이 UBS에 인수되면서 레딧 스위스의 주식은 약 22주당 UBS 주식 1주로 바꿔주는 대신에 코코본드 채권은 조항대로 휴지 조각으로 만들어버리면서 이 채권에 투자한 도이체방크도 손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이유가 주식시장에 악재로 부각되어 도이체방크 주가는 급락하게 된 것입니다.
도이체방크 주식이 급락하면 일반투자자는 손해를 보지만, 반대로 공매도 세력은 이익을 얻게 됩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CDS(신용디폴트스와프 파생상품)에서 약 500만 유로 상당의 대규모 공매도 베팅이 있었으며, 이것이 도이체방크의 주가를 급락시켜 공포감을 조성하고 글로벌 매도세를 부채질했을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3. 경제 위에 정치가 있다.
그러나 도이체방크는 도이체방크입니다. 사실인지 모를 도이체방크의 위기론이 촉발되자마자 숄츠 총리는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습니다. 더 일이 커지기 전에 사전 진화에 나선 것입니다.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과거 금융위기라는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에 도이체방크에까지 퍼진 이번 파산론은 분명히 과도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습니다.
도이체방크(Deutsche Bank, 독일의 은행)라는 이름에서도 보이는 것처럼 도이체방크는 독일이라는 상징성이 있습니다. 이 은행이 설령 파산한다고 하더라도 경제 위에 정치가 자리하고 있듯, 독일 경제 당국이 이를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도이체방크의 파산 가능성이 극히 드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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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금리 인상 여부는 어쩔 수 없이 세계 은행권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미 연준(FOMC)의 목표는 물가안정, 경제성장, 금융안정이라는 크게 세 가지 목표를 위해 금리를 올리기도 하고 낮추기도 하는데요. 물가안정을 이유로 코로나 사태로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기 위해 미 연준(FOMC)은 지금까지 유례없는 금리 인상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는 은행권에게 큰 타격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은행은 기업과 개인에게 대출해주고 그 이자로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데, 금리가 계속 올라가면 이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작년에는 경제성장을 이유로 더 이상의 금리 인상을 하지 말아 달라는 목소리가 은행권에서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계속되자 이제는 은행권이 더 강력한 카드를 꺼내든 모양새입니다. 만약 금리 인상을 더 한다면 SVB나 크레딧 스위스처럼 전 세계 은행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며 마치 연준(FOMC)를 압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이미 주식시장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 금융시스템이 붕괴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미 연준(FOMC)이 더 이상 금리를 올리지 못하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받아들인 시장은 연일 상승분위기를 달리고 있습니다.
작성: 도이치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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