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6월 독일의 자금세탁방지법이 개정되었습니다. 2017년부터 있었지만, 유명무실했던 해당 법을 개정하고 난 뒤 논란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계좌에 1만 유로 이상 보관하기 어려워지자 현금을 집에 보관하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집에 현금을 보관하면 불법이라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그렇다면 정확하게 자금세탁방지법은 무엇이며, 합법의 기준은 어디까지일까요?
자금세탁방지법, 검은돈을 양지로 끌어오다
자금세탁방지법은 불법으로 유통되는 자금을 양지로 끌어오기 위한 법입니다. 특히 탈세나 마약 밀매, 강도 등 불법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잡을 수 있습니다. 독일은 새로운 자금세탁방지법을 도입하며 유럽 연합 기준에 따라 개인의 현금 사용 한도를 1만 유로로 제한했습니다.
만약 1만 유로가 넘는 재화나 용역을 현금으로 지급할 경우엔 돈의 출처를 밝혀야 합니다. 이러한 제한은 다른 나라에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경우는 현금으로 1.000유로 이상을 지급할 수 없으며, 그리스의 현금 사용 한도는 500유로입니다.
금액 제한은 예금 계좌에도 적용됩니다. 1만 유로 이상 예치하고 싶다면 돈의 출처를 명확하게 밝혀야 합니다. 또한, 주거래 은행이 아닌 다른 은행에 예치하기 위해선 2.500유로부터 증빙서류가 필요합니다. 이를 어길 경우 최대 500만 유로의 벌금을 내야 할 수 있습니다.
은행 감독 기관 BaFin 이 제시한 유효 문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최근 현금 결제 내역을 볼 수 있는 은행 거래 명세서
- 타 은행 또는 저축은행에서 발급한 현금결제 영수증
- 현금 지급을 확인할 수 있는 장부
- 판매 및 송장 영수증(예를 들어 자동차나 귀금속 판매 영수증)
- 상점에서 발급한 영수증
- 유언장이나 상속 증명서
- 기부 계약서 또는 통지서
해당 한도는 개인에 한하여 적용되고, 기업은 출처 증명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대신 기업은 투명성 등록을 의무적으로 해야 합니다. 또한, 현금 거래에 대해서도 기존 거래와 다른 형태, 규모 등이 발견되면 은행에 의해 신고가 접수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현금을 집에 보관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1만 유로 이상 예치하는 것이 까다로워지고, 심지어 은행에서 마이너스 이자를 부과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현금을 집에 보관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이를 인지한 일각에선 자금 세탁을 막기 위한 방법이 더 많은 검은돈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또, 시민들 사이에선 1만 유로 이상 신고 없이 보관하는 것도 위법이라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불법이 아닙니다.
2020년 7월 독일 연방은행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독일 개인 금고 평균 비축 금액은 1,364유로입니다. 즉, 이러한 현금 비축은 일반적이며 처벌 대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금액이 더 커져도 처벌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더욱 안전하게 현금을 보관하는 방법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은 피할 수 있지만, 집에서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사고를 대비할 필요는 있습니다. 특히 집에 도둑이 들거나 화재 및 수해로 큰 손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일반적인 보험은 최대 2.000유로까지만 보장하기 때문에, 그 이상 현금을 보관했다가 사고가 난다면 대책이 없습니다.
더 큰 금액을 보장받기 위해선 금고를 설치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보험에 가입된 은행의 안전 금고(Bankschließfach)를 택했습니다. 이는 각 은행에서 제공하는 금고 서비스로, 보안성이 높아 선호했습니다. 보관 최저 금액은 연간 50유로(높이 4cm)이며, 금고 크기나 은행 규정에 따라 가격은 다릅니다.
하지만 최근 자금세탁방지법 강화로 많은 은행에서 현금 보관을 거부하거나, 보험 보장에서 제외하는 사례가 늘어났습니다. 따라서 은행 안전 금고를 이용하고자 한다면, 현금 보관 관련 내용을 문의해야 합니다.
가정에 금고(Tresor)를 설치하고 싶다면 고려할 사항이 더 있습니다. 연방 경찰청의 조언에 따라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선 문과 창문의 보안을 강화해야 합니다. IP 감시 카메라나 스마트 알람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더불어 손상 보험 협회(VdS)에 따르면 금고를 가정에 설치할 때는 가급적 평평한 표면에 단단히 고정해야 한다고 합니다. 또한, 금고는 무거울수록 도난이 어려운 점도 유념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정용 금고도 보험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해당 보험은 금고 크기와 보안 및 기능 수준에 따라 달라집니다. 가장 낮은 0단계는 최대 4만 유로까지, 4단계는 최대 40만 유로까지 보장되며, 5단계는 보험사와 상담을 요합니다.
어떤 보험을 들고, 어떤 금고를 선택해도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바로 자신의 자산이나 현금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입니다. 따라서 금고에 보관 전 내용물 목록을 작성하고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귀중품이라면 가치를 증명할 전문가와 변호사와 함께 프로토콜을 작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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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알덴테 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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