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구들의 귀환으로 휴전 중이던 항암이 다시 시작되었다. 여섯 번째 항암이다. 시작이 반이라는데 1/3을 넘겼으니 감격할 수밖에. 몇 가지 보조요법과 언니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잘 버티고 있으니 염려 마시길!
이번 주부터 항암을 계속하기로 했다. 2주를 쉬었더니 백혈구들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한 달에 한 번 뼈 전이 때문에 맞는 뼈주사도 같이 맞았다. 뼈주사라고 해서 뼈에 맞는 건 아니다. 팔에 맞는 정맥 주사라 아프지는 않고 항암처럼 피곤하지도 않다. 상냥한 간호사분이 근무하는 날이라 지난번 피검사 결과 복사본도 부탁했다. 비타민 C 요법 여의사분이 요청했기 때문이다. 지난번 피검사 결과는 백혈구 수치가 각각 2.7/2.3이었다(정상 수치는 3.9-10.4). 이번 주는 3.8로 정상 수치에 근접했다. 백혈구도 휴식이 필요했구나. 항암을 받을 때는 피로하고 졸렸다. 책을 보다 계속 졸았다. 마리오글루 샘이 한국에서 맞는다는 호중구 주사를 주셨다. 다음 주 항암 전날이나 당일에 복부에 맞고 오란다. 남편이 의사 샘에게 전한 말이 효과가 있었나 보다. 우는 놈에게 떡 하나 더 주는 이치는 어디나 똑같은가 보다.
그날은 내가 좋아하는 여의사 악커만 샘이 계셨다. 힐더가드 어머니의 질문을 물어보기 좋은 샘이었다. 샘, 언니와 제가 일란성쌍둥이라 언니의 피를 수혈받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프라우 오, 좋은 생각이긴 한데, 아쉽게도 수혈은 적혈구에만 해당이 되거든요. 그렇지만 가족들이 여러 가지 정보와 아이디어를 내주시는 건 좋은 일이죠. 특히나 언니 분이 곁에서 도와주신다는 말을 들으니 저도 기쁘네요. 말만 들어도 따뜻하지 않은가. 저녁에는 유로컵 축구 경기도 있었다. 올해 독일팀의 경기는 기대에 못 미쳤나 보다. 남편도 그렇고 힐더가드 어머니의 반응도 별로였다. 그날 독일은 2:0으로 영국에 지고 8강 진입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설사 독일이 이겼다 해도 너의 백혈구 수치가 오른 것보다 더 기쁘진 않았을 것 같구나! 수혈도 가족이기에 생각할 수 있었을 거라시며. 요즘 힐더가드 어머니가 자주 나를 감동시키신다.
첫 상담 때 의사 마리오글루 샘은 비타민 D(2000 IU)와 셀레늄 selenium(150-300 마이크로 그람)을 적극 추천했다. 내가 비타민 C 요법을 하겠다고 했을 때의 반응이었다. 비타민 D는 의사 샘이 추천한 용량의 두 배인 4000을, 셀레늄은 200을 먹고 있다. 셀레늄 용량 300은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하다고 했다. 두 개 다 우리 동네 약국에서 구입했다. 비타민 D는 일찍부터 먹었고, 셀레늄은 6월 말에야 구입했다. 왜 진작부터 안 먹었을까. 비타민 D는 면역력을 강화하고, 뼈와 근육을 지탱해준다. 나처럼 뼈로 전이된 환자에게 좋을 거 같다. <암의 스위치를 꺼라> 제10장의 암의 위험을 줄여주는 영양보충제 편을 보면, 유방암은 특히 비타민 D에 민감하다고 한다. 셀레늄은 면역력, 갑상선, 세포 보호, 머리카락과 손발톱 그리고 정자 생성을 돕는다. 항암 부작용 예방에도 도움이 되겠다(참고로, 미국 정부의 비타민 D 1일 권장량은 400, 세계 보건기구의 셀레늄 1일 권장량은 50-200 마이크로 그람이다. 셀레늄은 하루 400 이상 섭취하지 말라는 경고가 있음).
비타민 C 요법은 주 2회 받고 있다. 강황 요법과 함께 내 항암의 부작용을 줄여주는 일등 공신 중 하나다. 소요 시간은 1시간. 의자에 앉아 링거로 맞는데 그 짧은 시간에는 뭘 해도 몰입도가 높고 집중이 잘 된다. 때론 책을 읽고 때론 글을 쓴다. 하루는 40분 만에 끝나서 아쉽다 하니 간호사가 시간을 원래대로 늘려주었다. 비타민 C 요법 여의사는 60대로 세 손주의 할머니시다. 뮌헨의 종합 병원 암 센터에서 근무한 경력을 가진 분. 내 가발을 보고는 잘 골랐다고 하시며 샘의 언니분도 가발을 쓴 지 오래인데 만족도가 높단다. <오늘 난 블론드 Heute bin ich blond>라는 책도 소개해 주셨다. 네덜란드 출신 젊은 여성이 암에 걸린 후 5가지 색의 가발을 사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바꿔 썼다는 이야기였다. 가발의 순기능쯤 되겠다.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최근에는 식용유도 바꾸었다. 예전에 <암의 스위치를 꺼라>라는 책에서 아마씨유에 관해 읽은 기억이 나서다. 독일의 화학자이자 <관절염, 암 및 기타 질병들의 진정한 치유제로서의 아마씨유>의 저자 요한나 버트비히 박사는 지방과 기름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자 중 한 사람이다. 암 환자들은 매일 섭취하는 식용유를 바꿈으로써 자신들의 세포막을 온전하게 복구하고 산소 호흡을 강화하여 암도 치료할 수 있다는 내용. 그녀가 적극 권장한 것이 아마씨유. 남편이 예전에 사다 놓은 오일을 자세히 보니 그 오일이었다. 독일어로는 라인 욀 Leinöl. 요즘 검은 빵과 함께 아침마다 남편이 사 오는 빵 위에 반질반질한 초콜릿색 씨앗이 뿌려져 있는데, 알고 보니 그것도 아마씨였다. 이 정도면 아마씨의 재발견이라 부를 정도다.
한국에 잘 알려진 미슬토 요법도 계속하고 있다. 겨우살이 추출물로 100년 전 독일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사과나무 추출물을 사용 중인데 주 3회 집에서 복부에 주사를 놓는다. 10mg을 맞은 후 주사 맞은 주변에 붉은 반점과 딱딱한 몽우리와 가려운 증상이 있어 용액을 낮추기로 했다. 주 3회 용량을 1mg/1mg/ 2mg으로 하다가 붉은 반점이 3cm를 넘지 않으면 5mg/ 5mg/5mg으로 돌아가기로. 열치료 요법은 항암과 같은 날에 받는다. 자연요법센터가 가까워서 오전 11시에 항암을 마치고 쉬다가 12시 반에 예약된 열치료를 받으러 갔더니 급한 환자분이 먼저 시작하셨단다. 45분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간호사분이 미안해하길래 괜찮다고 했더니 엄청 고마워하심. 따뜻한 차 한 잔 줄까요? 이런 타이밍에 사양은 금물이다. 그 차가 보리수 차였는데 간호사분의 마음도 차도 향긋했다. 평소 항암 날보다 늦게 귀가. 집에 오자마자 뜨거운 국과 밥을 먹었다. 날씨도 20도를 밑돌고 비도 오락가락해서 그날 산책은 땡땡이! Y언니의 뜨거운 버섯차와 내 친구 J가 보내준 돌 주머니도 열 일하는 중.
- 작가: 뮌헨의 마리
뮌헨에 살며 글을 씁니다. 브런치북 <프롬 뮤니히><디어 뮤니히><뮌헨의 편지> 등이 있습니다.
- 본 글은 마리 오 작가님께서 브런치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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