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2000년대 후반 1유로가 2000원이 넘어가던 시기가 있었다. 한국에서 부모님으로부터 유학비용을 받아 쓰던 나는 어학비자가 끝나고 학생이 되자마자 미니잡 알바를 시작하기로 계획한다. 부모님께서는 부족함없이 지원해주고 싶으셨겠지만 이미 성인이 되었다고 생각한 나는 생활비라도 벌어서 써야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학생이 되고 나서 주변 친구들이 어떤 미니잡을 갖고 있는지 유심히 지켜보기 시작했고, 지역 구인광고사이트나 학교 게시판에 붙은 구인 광고를 보면서 알바를 구했다.
당시 같은 한국 유학생들 중에는 방학을 이용해 생산공장에서 일하거나 학기중에는 교내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학생들이 꽤 있었다. 학생비자에 명시된 노동시간은 제한이 있어 더 많이 일 할 수 없고 공부해야 하는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에 적절한 일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독일 친구와 함께 친구 아버지 회사의 홍보물 우편 배달을 하는 일이였다. 당시에는 길도 모르고 주소 읽기도 힘들었지만 한집 한집 찾아가며 우편함에 홍보물을 배포하고 나서 작은 돈을 받고 나면 너무 뿌듯하고 재미있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일은 일회성에 그쳤고 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였다.
그래서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간다. 샐러드에 사용할 야채들을 씻고 손질하며, 설거지를 하고 주방 청소등의 업무를 했다.
서빙이였다면 팁도 받고 좀 더 재미있을 수 있었을텐데 외국인 주방장과 좁은 조리실에서 줄담배를 피며 요리하는 요리사들 사이에 있으려니 답답하고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방학이 되면 좀 더 시간이 많고 교대근무도 할 수 있으며 시급이 높은 다른 아르바이트를 찾았다.
그래서 찾은 일이 금속부품공장에서 불량품을 검사하는 일이였다. 교대 근무 중 야간근무를 하게 되면 50% 더 많은 시급을 받을 수 있었다. 불량품을 찾아내야하는데 새벽시간이 되면 졸음이 몰려와 꾸벅 졸기도 했다. 밤에 일찍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던 나에게 밤늦게 일하는 것은 아주 힘들었기에 다음 번에는 새벽일찍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로 했다.
독일 새벽을 여는 일은 역시나 빵집이다.
내가 일한 곳은 일반 빵집이 아니라 조식으로 팔기 위해 샌드위치처럼 빵을 만들고 포장하여 시간내에 주문한 곳으로 보내야 하는 작은 제조 공장이였다.
새벽 3시반, 4시부터 시작하여 6시가 되면 일이 끝난다. 첫날 일하러 가니 사장이 말했다. 보통 젊은 사람들은 하루, 이틀 일 해보고 안나와요…라고…
아침잠이 없고 그 누구보다 부지런하다고 자부한 나인데 정확히 3일 일한 후 일어나지 못하고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
그 외에도 온라인 쇼핑몰 물류공장, 공항 기내식 업체, 티셔츠 프린트 공장 등등 유학생활 10년동안 짧게는 몇일씩, 길게는 일년이상 아르바이트경험을 쌓게 되었다.
전문 지식이 필요하지 않고 최저시급을 받는 이런 미니잡은 힘들기도 하지만 대학을 다닌다고 고학력이라고 편의를 봐주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과 마찬가지로 빨리 하라고 재촉하거나 실수라도 하면 핀잔을 주기도 한다.
특히 많은 직원들은 나처럼 어린 학생이거나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이였다. 몇년 씩 일해도 마이스터나 사장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생활을 위해 매번 가장 힘든 일을 묵묵히 하는 노동자들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였다.
공부만 하던 나는 알바를 하면서 독일 사회에서 외국인노동자의 힘든 삶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이후 나의 몸값을 올려 높은 시급의 일을 찾아야겠다고 다짐하고 내 전공과 관련된 일을 하기 시작한다. 먼저 전공관련된 박람회(Messe)가 열릴 때 단기 아르바이트하였다. 박람회에 방문한 사람들에게 물건을 소개하는 등의 일을 하려면 관련 지식과 독일어가 뒷받침이 되어야 할 수 있었고 시급이 높았으며 일을 하면서 박람회 구경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좋았다. 하지만 박람회는 매번 정기적으로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일 할 수는 없었다.
또한 지인 찬스로 독일영재교육 세미나에 참석하여 강사로 일하는 기회를 얻는다.
주말을 이용하여 2박3일간 머무르며 아이들을 인솔하고 체육수업을 진행하였으며 함께 참여한 가족들을 위한 운동수업을 하였다. 독일북부 Ostsee 섬마을에 가기도 하고 숲속으로 가기도 하는 등 같이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고 숙식 지원을 받았으며 잠시 수업을 진행하는 것 외엔 휴식시간을 즐길 수 있어 재미있었다.
세미나에 참여한 사람들과 자전거 여행도 하고 밤시간까지 보드게임도 하고 일상을 벗어나 여행도 하고 일도 하는 아주 좋은 경험이였다.
이후에는 집 근처 스포츠 클럽, Volkshochschule(vhs), 대학스포츠 등에 문을 두드렸다.
구인 광고가 없어도 나는 이런이런 수업을 진행 할 수 있고,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으며 혹시라고 운동강사가 필요하다면 연락을 달라고 무작정 이력서를 보냈다.
대부분 이번 학기에는 수업플랜이 정해져 있어 힘드나 다음 시즌에 꼭 연락을 주겠다는 답장을 보내왔다.
특히 VHS에서는 없던 수업을 만들어 기회를 주기도 하였고 일주일에 1~2시간만 투자하면 최저시급 2~3배의 수입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경험이 점점 쌓이면서 다른 수업강사들 사이에서 가장 많은 시급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스포츠 클럽에서는 아이들 운동수업부터 어른과 노인수업까지 다양한 수업을 하며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그 당시 독일어도 엄청 많이 늘게 되었다.
유학시절 다양한 경험은 직장을 구할 때에도 나의 장점으로 어필할 수 있었고 현재 업무를 할 때에도 엄청난 도움이 되고 있다고 자부한다.
지금 유학생들에게 감히 조언한다면 너무 힘든 단순업무보단 전공과 관련하여 짧은 시간에 고소득을 할 수 있으며 이후 본인에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공부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독일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시간을 통해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여러분은 독일에서 어떤 알바를 해보셨나요?
저자: 모젤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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