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베를린을 중심으로 유럽 3위권의 스타트업 생태계 형성 –
-코로나19 속에서도 2020년 투자유치건수 신기록 경신…대형 딜은 모빌리티 분야에 집중 –
독일 스타트업들에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은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안겼다. 독일 스타트업협회(DSM)가 2020년 평균 업력 2.5년의 스타트업 1,946개사*를 표본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기업 중 74.2%가 코로나19로 사업에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3%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없다고 밝혔으며 나머지 12.8%는 이번 팬데믹이 오히려 사업에 긍정적인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주: * 독일재건은행은 따르면 2019년 기준 독일 내 스타트업 기업수는 약 7만 개로 추산, 독일재건은행은 업력 5년 이하의 혁신기업을 스타트업으로 정의하고 있음.)
업종별로 분석해보면 여행 관련 스타트업의 91.7%, 문화예술산업 관련 스타트업의 85.7%, HR 관련 스타트업의 85.0%는 사업 환경이 악화됐다고 응답했으나 교육서비스, 금융보험, 헬스케어 관련 스타트업들은 65% 내외에 그쳐 업종 간 온도차가 감지되었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가 언택트 시대를 앞당기면서 독일의 원조 유니콘 스타트업이었던 딜리버리히어로(Delivery Hero, 음식 배달서비스)와 헬로프레쉬(HelloFresh, 밀키트 배달서비스)는 각각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치은행(Deutsche Bank)과 독일 국적의 유럽 최대 항공사인 루프트한자(Lufthansa)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었다.
이처럼 코로나19 팬데믹은 혁신적인 제품·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독일 스타트업 생태계의 이모저모를 돌아보고, 팬데믹 시기에 어떤 기업들이 각광을 받고 있는지 살펴보면서 우리 기업의 진출 가능성을 엿보자.
코로나19 전후 딜리버리히어로와 헬로프레쉬의 시가총액 변화(2019~2020)
(단위: 십억 달러)
주: 시가총액은 각 연도 12월 말일 기준
자료: 각 기업 홈페이지, CompaniesMarketCap.com
독일, 유럽 3위권의 스타트업 생태계 보유…베를린 중심으로 외국인 친화적인 환경 형성
독일 내 스타트업 거점도시로는 베를린, 뮌헨, 및 함부르크를 꼽을 수 있다. 특히,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수도 베를린은 시정부의 서비스업을 통한 산업고도화 전략과 독일 연방정부의 적극적인 스타트업 육성 정책이 어우러지면서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의 스타트업 허브로 부상했다.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분석기관 ‘스타트업 게놈(Startup Genome)’에 따르면 2019년 베를린은 런던(세계 3위), 파리(세계 9위)에 이어 유럽 3위, 세계 10위 스타트업 생태계로 이름을 올렸다. 2020년 베를린은 스타트업 평가에서는 세계 16위로 하락했으나, 베를린 특유의 외국인 친화적인 환경을 바탕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독일 스타트업협회(DSM)의 2020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분야별로는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스타트업이 전체의 약 32%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 및 기타 소비재, 헬스케어, 모빌리티, 건설 및 부동산 관련 스타트업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창업자의 전공을 살펴보았을 때는 경제∙경영학이 전체의 약 40%로 압도적이었으나, 이공계열 전공자의 비율도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자료: 독일 스타트업협회, Statista
독일 스타트업 창업자의 전공별 분포도(2020년 기준)
자료: 독일 스타트업협회, Statista
독일 스타트업의 인적 구성을 살펴보면 2020년 기준 스타트업 1개사당 평균 16.7명(창업자 2.4명, 종업원 14.3명)이 근무 중이다. 2017년 이후 평균 종업원수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면서 스타트업의 고용창출 효과를 뒷받침하고 있으며, 특히 스타트업 거점도시인 베를린, 뮌헨, 함부르크 소재 스타트업의 평균 임직원수는 독일 전체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등 해당 지역에서 스타트업의 스케일업(Scale-up)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가늠할 수 있다.
독일 스타트업의 평균 임직원수 추이(2016~2020)
(단위: 명)
자료: 독일 스타트업협회, Statista
또한 외국인 창업자의 비율도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독일 국적 미보유자를 기준으로 독일 스타트업 내 외국인 창업자의 비율은 2020년 12.9%를 기록해 2016년 8.0%보다 약 5%p 상승하였다. 특히, 독일 내에서 가장 외국인 친화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를 형성한 것으로 평가되는 베를린에서는 외국인 창업자의 비율이 2020년 기준 20.8%에 이른다. 또한 베를린 스타트업의 외국인 종업원 비율은 2020년 43%에 육박해 독일 전체 26.6%보다 확연히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베를린 진출 스타트업 A사 관계자는 “베를린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창업자들이 모여 개방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 스타트업 내 외국인 창업자 비율 변화(2016/2020)
자료: 독일 스타트업협회, Statista
독일 주요 도시 스타트업의 국적별 종업원 비율(2020)
(단위: %)
료: 독일 스타트업협회, Statista
한편, 독일 스타트업 업계는 여성 창업자의 비율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독일 스타트업의 여성 창업자 비율은 2015년 13%를 기록한 이래 2020년에는 15.7%로 꾸준히 확대되고 있으나 남성 창업자 비율이 여전히 압도적이다. 독일 스타트업협회는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와 함께 2018년부터 매년 여성 창업자 실태조사를 실시하며 여성 창업 확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독일 스타트업 내 여성 창업자 비율 변화(2016~2020)
자료: 독일 스타트업협회, Statista
초기 자금 확보부터 투자유치까지 독일 스타트업은 어떻게 하나
독일 스타트업협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스타트업의 사업 자금 출처로는 개인 저축자금(78.4%), 가족 및 친구(25.5%) 등 개인 인맥이 많이 활용되지만 동시에 공공 지원자금(44.3%), 엔젤투자자 투자유치(31.6%)도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독일 스타트업이 투자유치, 대출 등으로 조달한 외부자금 조달 누계액을 살펴보면 50만 유로 미만이 전체의 약 60%를 형성하고 있다.
독일 스타트업의 주요 자금조달 경로(2020)
주: 항목별 중복 응답
자료: 독일 스타트업협회, Statista
독일 스타트업의 외부자금조달 규모별 분포도(2020)
주: 독일 스타트업협회의 2020년 실태조사 참여기업이 조사시점까지 조달한 외부자금의 누계액
자료: 독일 스타트업협회, Statista
매출액을 살펴보면 연간 매출액이 50만 유로 이하인 스타트업의 비율이 전체의 50%를 넘었으나, 연간 50만 유로~2백만 유로의 매출액을 가진 기업들의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사업모델의 관점에서는 B2B 사업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이 전체의 약 70%에 이르고 있으며, B2C 사업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은 26.5%에 머물렀다. 특히, 세부 사업모델 중에서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Software-as-a-Service)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 전체의 26.7%로 최대치를 기록하였고, 온라인 플랫폼 운영(17.7%), 기술 개발 및 제조(17.3%)가 뒤를 이었다.
자료: 독일 스타트업협회, Statista
독일 스타트업의 사업모델별 분포도(2020)
자료: 독일 스타트업협회, Statista
한편, 2020년 독일 스타트업의 총 투자유치건수는 전년대비 약 6% 증가한 743건을 기록하며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다만, 총 투자유치액은 전년 대비 15% 급감한 52억7200만 유로를 기록하였다. 그 원인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1억 유로 이상의 대형 딜이 약 38% 감소한 것과 비교대상연도인 2019년 자체가 유난히 투자유치가 활발했던 한 해였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2020년 총 투자유치액은 2015~2020년 기간 2019년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수치이며, 동기간 약 9.8%의 연평균성장률(CAGR)을 기록하고 있다.
2020년 1회 이상 투자를 유치한 독일 스타트업은 총 687개사로 이 중 40% 이상이 베를린*에 소재하고 있다(278개사). 그리고 바이에른주(163개사),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60개사), 함부르크(46개사)가 그 뒤를 잇고 있는데, 특히 바이에른주는 뮌헨을 중심으로 한 스타트업 생태계가 성장하면서 2020년 투자유치에 성공한 스타트업도 전년 123개사에서 163개사로 30% 넘게 증가하였다. (주: * 베를린과 함부르크는 도시인 동시에 연방주임)
2019년 독일의 지역별 스타트업 투자유치 현황
(단위: 개사)
자료: Ernst & Young
2020년 투자유치한 스타트업을 분야별로 살펴봤을 때는 SaaS, AI, 데이터 분석, 사이버 보안 등 소프트웨어 개발·분석이 총 투자유치건수 743건 중 30%를 넘는 232건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헬스케어 부문 또한 코로나19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전년대비 약 27% 증가한 106건의 투자가 이루어졌으며 전자상거래(E-Commerce), 모빌리티, 핀테크∙인슈어테크 등이 그 뒤를 따랐다. 2020년 최다 투자유치액 기준 상위 5개사 중 3개사가 모빌리티 분야, 이커머스와 스마트팜이 각각 1개사로 모빌리티에 대형 딜이 집중됐음을 알 수 있다.
독일 스타트업의 분야별 투자유치건수(2019~2020)
(단위: 건)
자료: Ernst & Young
2020년 독일 최다 투자유치 스타트업 5개사 현황
자료: 각 기업 홈페이지, Ernst & Young, Gründerszene
시사점
2020년은 독일 스타트업에게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안겨주었다. 독일 스타트업의 74% 이상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피해를 입었으나, 언택트 사업모델을 가진 스타트업들은 선전하였다. 독일 유니콘 기업의 원조인 딜리버리히어로와 헬로프레쉬가 2020년을 기점으로 각각 도이치은행, 루프트한자의 시가총액을 넘어선 것은 언택트 시대를 알린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2021년에도 코로나19 팬데믹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 속에 숨은 사업기회를 발견하려는 독일 스타트업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특히,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AI, 데이터 분석, 사이버 보안 등 소프트웨어 개발·분석을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은 독일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함께하며 성장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팬데믹으로 재택근무, 화상회의 등 비즈니스 영역에서의 디지털화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독일 정부가 2020년 9월 중소기업의 디지털화를 위한 지원사업 ‘Digital Jetzt(Digital Now)’를 시작하는 등 민간부문과 공공부문 모두에서 디지털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는 가운데 친환경∙디지털 모빌리티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2020년 최다 투자유치액을 기록한 스타트업 5개사 중 3개사가 모빌리티 관련 기업이라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스타트업과 협력하는 독일 및 유럽 기업, 특히 투자가들 중에서는 협업의 선결조건으로 현지 법인의 유무를 중요하게 꼽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세계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가중된 지금 현지 진출이 어려운 스타트업들도 제품∙서비스 수출과 기술협력에 우선 집중한다면 좋은 기회가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가 앞당긴 디지털 전환 시대에 뛰어난 역량을 가진 우리 스타트업들이 독일 무대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고대해본다.
자료: 독일재건은행(KfW), 독일 스타트업협회(DSM), 독일 연방통계청(DESTATIS), 독일 연방경제에너지부(BMWi), 베를린시 경제에너지부, 스타트업 게놈(Startup Genome), 벨트(Welt) 슈피겔(Spiegel), Ernst & Young, CompaniesMarketCap.com, Gründerszene, Statista, 각 기업 홈페이지 및 KOTRA 함부르크무역관 보유자료 종합
- 출처: 독일 함부르크무역관 김승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