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Eun,
어릴 땐 마냥 3월이 되면 봄이 오는 줄 알았는데 그 이유는 ‘입학’, ‘새 친구’, ‘새 학기’ 등과 같이 듣기만 해도 두근거리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일 거야. 그 새로운 시작과 함께 찾아온 봄은 그야말로 축제의 향연이었어. 돌이켜보면 지독히 하기 싫던 공부 외에도 우리를 웃게 했던 순간들은 참 많았던 것 같아. 학창 시절 손꼽아 기다리던 봄 소풍, 그리고 대학시절 꽃피던 봄에 찾아온 첫사랑, 친구들과 함께 노래하던 대학 축제까지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을 가져다준 생동감 있는 그 봄이 나는 정말 좋았어. 무엇을 꿈꿔도 왠지 다 이루어질 것만 같던 그 느낌, 봄만이 가져다주던 그 기분, 정말 최고였지.
독일의 학기는 한국과는 달리 여름학기와 겨울학기로 나뉘는데, 7월 여름학기가 끝나면 한 학년이 끝이 나. 그래서 그런지 한국에서만 느낄 수 있던 강렬한 설렘은 존재하지 않지만, 재미있게도 부활절은 왠지 기대가 된다는 사실 알아?
독일의 부활절, 무엇이 다르길래?
매년 독일은 부활절을 기념해서 크고 작은 행사를 열거나 짧고 긴 휴일을 선물로 줘. 대학생인 나에게 이번 공식적인 부활절 방학은 이틀뿐이지만 대부분의 초등학생들은 일주일여간의 방학을 맞이해. 살랑 봄바람이 불어올 때 즈음 가족 혹은 사랑하는 누군가와 훌쩍 떠나기 좋은 기회지. 그리고 사실 부활절을 지나 오순절이 찾아오면 또 한 번의 방학이 찾아와. 그때는 1주일의 휴가를 통째로 얻게 되는데 코로나가 아니었더라면 나도 여행을 계획했을지도 모를 황금연휴야.
(*오순절의 의미)
예수님의 부활 말고 또 다른 부활절의 의미?
하지만 왜 이렇게까지 부활절을 기념할까? 예수님의 부활의 기쁨이 그들에게 그만큼의 큰 의미가 있는 걸까? 아니면 삶에 여유를 두고 잠깐 쉬어가기 위한 휴일일까? 그 이유는 사실 명확히 존재하지 않아. 부활절(독일어로 das Ostern, 영어로 Easter)란 용어에 대한 설명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재미있는 두 가지만 소개해 볼게.
1.부활절이란 단어는 봄, 즉 게르만의 봄과 번성, 그리고 새벽의 여신을 상징하던 ‘동쪽(Ostara-“Osten”)’이라는 이름에서 유래됐다고 해.
2.두 번째 설명은 기독교 교육에서 “Osten” 즉, 동부라는 단어에서 유래되었다는 거야. 예수님의 텅 빈 무덤에 처음 서 있던 여인의 시선은 해가 뜰 무렵 동쪽으로 향했고, 예수님이 바로 그곳에서 지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어. 그래서 많은 교회가 동쪽을 향해 지어졌고 일부는 떠오르는 동쪽 태양 빛이 특별한 창을 통해 떨어진다고 말했어. 따라서 부활절은 “동쪽의 아침 축제”로 해석될 수 있어.
우리는 부활절에 왜 계란을 먹을까?
어린 시절에 부활절 날 교회에 가면 한 바구니 계란을 얻어오곤 했는데, 이곳 독일에서도 계란은 여전히 부활절 필수품이야. ‘다산’과 ‘새로운 삶’을 의미하는 계란은 초기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도 예수님의 부활을 의미했고 특히 달걀의 껍질은 무덤으로 해석됐어. 그래서 처음에는 인류의 구원을 위해 피 흘리신 예수님의 고통을 기념하기 위해 달걀을 붉은색으로만 칠했다고 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혼을 담아 달걀에 다양한 옷을 입히기 시작했지.
이름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이름, 부활절 토끼
또 다른 귀여운 발견 한 가지는 부활절 토끼가 존재한다는 거야. 부활절과 토끼는 과연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부활절 토끼는 1678년 독일에서 처음 언급됐지만 사실상 관습처럼 자리 잡힌 것은 최근 100년 사이의 일이야. 과연 토끼가 독일에서 부활절의 상징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1.토끼는 초봄에 새끼를 낳는 최초의 동물이기 때문이야.
2.비잔티움에서 토끼는 그리스도의 동물 상징이었어.
3.토끼는 다산의 상징으로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봄과 다산의 게르만 여신이 신성한 동물로 지정했기 때문이야.
4.부활절은 봄 보름달의 첫 번째 일요일에 축하되며 토끼는 달의 동물로 간주되기 때문이야.
위와 같은 이유로 이맘때의 독일에서는 상점 어디에서나 토끼를 발견할 수 있는데 토끼 비누, 토끼 향초, 토끼 장식품, 토끼 지갑, 기타 등등.. 토끼와 계란의 콜라보 장식품은 그야말로 어린이들에게 일등 선물이야.
독일에서는 왜 이토록 크게 부활절을 기념할까?
이 글을 위해 친구 몇몇에게 개인적으로 부활절이 지니는 의미에 대해 물어봤어. 우리에게 부활절은 그저 크리스천들에게 한정된 행사이고 어떤 때는 모르고 지나갈 때도 많은데, 축제에 휴일까지 있는 독일의 이 신선한 문화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잖아.
그들의 대답은 아주 간단했어.
우리는 기독교 국가이기 때문이야.
그랬던 거야. 그들은 진심으로 예수님의 부활을 기뻐하고, 그것을 축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어. 크리스마스 문화와 마찬가지로 그저 우리를 위한 한낱 행사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기념하고 잊지 않기 위해 애쓰기 위한 휴일이었던 거지. 쉼과 휴식을 통해 더 많이 웃고, 좋은 날을 더욱 기쁘게 맞이할 수 있다면 그거야 말로 일석이조 아닐까?
물론 많은 젊은 사람들은 부활절 자체의 의미보다는 ‘휴일’이라는 사실에 더 기뻐하고 계란 꾸미기가 더욱 중요하지만 국가적인 휴일을 통해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들이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바쁘게 달려가던 한 해의 상반기에 잠시 쉬어갈 휴식을 주는 이 봄의 축제가 주는 의미는 꽤 상당한 것 같아.
아, 언젠가 부활절 일요일이었던 어느 날 언니와 함께 환한 옷을 입고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처럼 가깝지 않은 사이였지만 부활절이라는 이유로 더 많이 웃고, 사진을 좋아하는 공통점을 가진 우리가 나란히 함께 섰던 그 날. 언젠가 다시 함께 웃고, 계란 까먹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봐도 좋겠지?
[올 해의 부활절 휴일(독일) : 짧게는 4월 1일- 4월 6일, 길게는 – 10일]
- 작가: 물결 / 예술가
독일에서의 삶을 기록하는 예술심리치료사. 재미있게 사는 것이 좋은 사람.
- 본 글은 물결 작가님께서 브런치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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