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문장을 엮어 이해하지 못할 경우도 문맹
계속된 높은 문맹률 지적에도 개선된 것 적어
지난 5월 함부르크(Hamburg) 대학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독일인 중 6백만 명 이상 약 12%가 문맹인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서 이르는 문맹은 최대한 문장까지는 알아볼 수 있지만, 여러 문장을 엵는 것에 큰 어려움을 느끼는 수준을 이른다. 이 경우는 긴 텍스트를 쓰지도 못할뿐더러 텍스트가 길어지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증상을 보인다. 이런 사람들은 어떻게 일상을 살아나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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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문맹률은 예전부터 낮지 않았지만, 이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밝힐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3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만큼 문맹인이 느끼는 수치심은 절대 작지 않다. 그러나 요즘엔 점점 많은 문맹인이 이에 잘 순응하며 생활해 나가고 있다. 가령 축하 카드를 보낼 경우 카드 위에 적지 않고 종이쪽지에 제대로 적을 때까지 적은 뒤 가장 잘 적은 것을 카드에 넣어 보내는 방법을 쓰는 것이다. 책을 읽을 때도 느린 속도로 읽는 것을 즐기는 트랜드도 생겨났으며, 더 나아가 쉬운 표현으로 재편된 고전 소설이 늘어나고 있어 문맹인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나 독일같이 발달한 사회에서 높은 문맹률은 분명 독일의 체제에 문제가 있다는 표시로 인식되고 있다. 아무리 직업학교를 나왔더라도 10 학년제까지 마친 학생이 고난도의 서적을 읽을 줄도 구사할 줄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졸업하는 현상도 종종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문맹 발생의 이유로 부모가 글 교육에 신경 쓰지 않는 환경이나 초등학교에서 글을 다 때지 못한 경우, 혹은 교육이 힘들 정도로 정신 질환을 앓을 경우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지만, 아직 제대로 된 연구가 진행되진 않았다.
이문제 인식이 강해지면서 연방 문맹 교육과 기본 교육 협회(Bundesverband Alphabetisierung und Grundbildung e.V)같은 기관도 생겨났다. 이 기관은 주로 전화 서비스를 통해 문맹 호소자를 돕고 글을 가르치는 곳을 소개해주고 있다. 하지만 글을 배우려는 문맹자는 매해 겨우 3만여 명밖에 되지 않고 있다. 또한 자발적으로 읽거나 문맹인 상황을 극복해보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차선책을 택하는 문맹자도 여전히 많다는 것이 문제다. 가령 교통 표지판을 이해하지 못해 살던 도시를 떠나지 않는다거나, 운전 면허증을 따지 않는다거나, 이메일이나 온라인 쇼핑 등 디지털 시스템 사용을 아예 포기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사회와 경제, 정치의 분야에까지 영향을 줄 수도 있는 문제다.
그나마 문맹자 중에 독어가 국어인 경우는 52%이며, 47%는 외국인으로 이 중 80%는 각자의 국어를 제대로 구사할 줄은 아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맹자 중 60%가량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이로써 개인적으로 자신감을 얻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체로 그들이 속한 업종은 3D 업종이라 불릴 업종이며, 이는 반대로 노동 환경이 놓지 않은 업종에 종사하는 경우 글 교육을 포함한 교육과 거리가 멀어진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직업 학교를 나와 곧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고는 모든 서류 처리를 배우자에게 맡긴 이들 가운데 문맹자가 나타나기도 했다. 따라서 문맹은 지능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지는 않다.
결국, 문맹의 발생 요인은 우선적으로 주변 환경이고, 그다음으로는 개인의 의지다. 협회는 문맹자와 상담하면서 글을 배울 의지를 부여해줘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상당수의 경우 커다란 문제가 닥쳤을 때에야 동기부여가 쉽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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