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클럽

[모젤파파] 나의 첫 취업 이야기

kohheon1 kohheon1 · 2021-02-14 01:58 · 조회 1811

이름만 들으면 아는 대기업에 종사하시는 분, 이미 사업에 성공하신 분들도 많으시지만 나처럼 독일 유학부터 시작하여 취직을 준비 중이거나 아우스빌둥을 하거나 이미 직장생활을 하며 독일에 정착하신 분들과 나의 소소한 경험을 나누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독일 유학 10년차. 학생 비자 받은지 8년차이던 어느 날 문득 취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사부터 시작해서 석사 학업중이였지만 이미 시간은 꽤 흘러있었다. 독일에서 학생비자는 10년까지만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남은 1년 내에 학업을 마치고 취업까지 성공 할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고, 학사를 독일에서 마쳤기 때문에 취업에 성공 할 수 있을 거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리고 당시 나에겐 사랑하는 아내와 첫째 딸아이가 있었기 때문에 우선 취업비자를 받고 독일이란 땅에 정착하여 킨더겔트도 받고 경제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안정된 삶을 살고 싶었다. 잠시 미룬 학업은 취업 후 병행하여야겠다고 결심하였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1단계: 결단했으면 바로 실행에 옮길것!

인터넷 검색창에 Stelleangebot + 직업명을 검색하여 대표적인 여러 채용공고 사이트에 접속하여 매일 매일 좋은 조건의 직장을 찾기 시작했다. 가장 최신 날짜에 올라온 곳부터 독일 전역에 걸쳐 최소 10곳 이상 이력서를 제출하였다.

하루하루 기다리며 시간이 흐른 뒤, 총3곳에서 2차 면접을 보기위한 Termin을 받기에 성공했다. 이정도면 기대 이상이였다. 우선 1번 후보지는 현재 살고 있는 지역에서 가장 가깝고 온 가족이 이사를 하지 않아도 출퇴근이 가능하며 아주 큰 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Rehaklinik(정형외과 재활병원)이였다. 그리고 2,3번 후보지는 집에서 최소 2~3시간 떨어진 다른 도시의 Rehazentrum(재활센터)와 Geriatrische Rehaklinik(노인재활병원)이였다.

 

2단계: 이제부터는 면접 준비 시작!

미리 예상 가능한 질문들을 찾아보고 나름 답을 생각하여 정리해두었다. 면접 전 미리 이발도 하고 가장 깔끔하고 깨끗한 셔츠도 걸치고 면접장으로 향했다. 다행히도 면접 인터뷰의 내용은 대부분 예상했던 질문들이었다. 가장 중요하고 공통적으로 받았던 질문은 왜 이곳에 지원하게 되었나? 그리고 직업관련 어떤 다양한 경험을 했는가? 였다. 사실 나는 체육을 전공하면서 한 번도 쉬지 않고 독일 스포츠클럽이나 Volkhochschule(시립시민대학)등에서 다양한 운동수업을 했고 Teilzeit로 작은 Praxis der Physiotherapie(물리치료)에서 일도 하고 있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경험과 지식의 중요성을 자신감 있게 이야기하였고, 자연스럽게 운동수업에 대한 나의 마인드와 지도철학까지 설명하였다. 면접관이 하나의 질문을 하면 더 많은 이야기를 쏟아 냈던 것 같다. 보통 인사담당자는 내가 맡아야 할 직무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하고, 그러한 직무를 잘 수행 할 수 있을지에 관한 나의 생각을 물어보거나 너가 더 잘 하는 것이 있으면 해도 된다라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또 다시 기다렸다는 듯이, 나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써 한국 스포츠인기종목인 태권도(태극권), 양궁, 요가 그리고 학창시절 야구선수로 활동했던 일 등 나의 다양한 경험과 한국 대학에서 공부했던 것들을 나열하며 굉장히 자연스럽게 독일 지원자들과 다른 나만의 장점을 자신감 있게 이야기하였다. 면접시 중요한 팁은 면접관이 아닌 지원자가 직접 이야기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면서 언어적으로나 표정에서 주눅 들지 않고 외국인이지만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설득시켜야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보통 면접 시 희망연봉을 제시하거나 협상을 하기도 한다. 최종학력에 따라 연봉 등급이 이미 정해져 있었지만 나의 많은 경험과 경력, 그리고 석사 마무리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을 어필하여 한 등급 더 높은 연봉을 받기로 하였다. 총 3곳의 면접이 끝난 후, 한 곳에서는 Lehrprobe(임시수업, 현장테스트)를 해보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실제 병원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업내용이 다른 2개의 재활운동 수업을 단독으로 시범보였다. 테스트 후 팀장은 수업참관 동료와 서로 이야기를 나눈 뒤에 면접결과를 알려준다고 하였다.

보통 합격통보는 전화 혹은 이메일로 전달이 되며, Haben Sie Interesse an dieser Stelle?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 가장 먼저 연락이 온 곳은 다른 도시에 있는 재활센터였다. 더 기다리고 싶었지만 답장을 해야 할 날이 다가와 용기있게 가장 가고 싶은 병원의 인사팀에 먼저 연락을 하였다. 난 이미 다른 곳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너희와 함께 일하고 싶어 연락했다. 나의 합격 여부를 알 수 있겠느냐 물었고 두 시간 뒤 인사팀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우리도 너와 함께 하고 싶다고!!

이후 가장 늦게 다른 한 곳에서도 합격 통보를 받았으니 세 곳에서 모두 합격한 것이였다. 나에게 남은 학생비자 1년이란 기간 동안 취직을 할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채용공고 검색부터 입사 계약서에 서명하기까지 총 3개월이 걸렸다.

정말로 독일 유학생이라면 다 경험해봤듯이, 대학 시절 무수한 시험을 보고 떨어지고 힘든 마음을 가지고 재시험을 보고 합격하고 힘들게 졸업하였는데, 정말 그 노력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설레인다.

그렇게 하여, 나는 학생신분을 청산하고, 드디어 직장인, 회사원, 봉급을 받는 사람, 세금 내는 사람이 되었으며, 취업비자 이후 지금은 영주권을 받고 안정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여러분들도 첫 직장에서 합격통보 받고 기뻐했던 적인 기억나시나요?

 

글쓴이: 저는 현재 아름다운 모젤강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위치한 재활병원에서 유일한 한국인 Sportwissenschaftler/Bewegungstherapeut으로 5년차 일을 하고 있으며, 아내와 딸, 아들 그리고 뱃속의 아이와 함께 천천히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아빠입니다.

 

전체 2

  • 2021-02-15 01:47

    열심히 공부하고, 그 노력의 값진 열매로 취직을 해서 남을 돕는 일을 하면서 산다는 것에 박수를 보냅니다. 앞으로도 생생한 현장 이야기 들여주세요 ^^


  • 2021-02-15 15:51

    유학시간부터 직장인으로 정착하기 까지 정말 쉽지 않은 과정인데.. 너무 열심히 살고 계신 분들의 이야기에 도전을 받아요. 나와 다르지만 독일에 어느 누군가 살아가는 그 삶의 이야기가 굉장히 흥미롭고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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