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살다 보면 한국과는 다른 시스템 때문에 가끔은 머리가 아픈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번 글은 제가 얼마 전에 겪었던 공보험료와 관련된 실수인데요. 독일의 공보험 시스템에 대해 다시 배울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던 사건입니다. 이 글을 보시고 저의 실수를 참고하셔서 부디 저와 같은 스트레스는 받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1. 부족했던 공보험 시스템에 대한 이해
저는 결혼을 했고, 배우자가 일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배우자와 제 아이들은 세금 납부자인 저에게 귀속된 가족보험(Familienversicherung)에 가입한 상태로 독일에 계속 머물고 있었습니다. 육아보다는 나가서 일을 하는데 더 즐거움을 느꼈던 제 아내는 막내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타일자이트(Teilzeit)로 일을 시작했고, 그 순간부터 더 이상 저에게 귀속된 가족보험이 아닌 독일에 세금을 내는 납세자로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보험에 가입된 상태가 됩니다. 여기까지의 과정은 보험가입자인 아내가 보험사에 따로 연락을 하지 않고 자동으로 변경된 것이기에 따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보험료 납부에 대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소득이 없는 상태로 돌아가면서 생기게 되었습니다. 소득이 없는 것처럼 경제 상황이 바뀌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보험사에 알려서 보험 상태를 가입자가 변경해야 합니다. 아내의 보험 상태는 독일 공보험 시스템대로 회사에 소속된 상태에서 자발적 보험(freiwilige Versicherung)으로 이미 변경된 상태였고 우리만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도 아내의 보험 효력은 계속 유지가 되었기에 너무나 당연하게 가족보험으로 재가입되었을 거라고 여기며 아무 걱정 없이 지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우편함에 날아든 낯선 편지를 받아 드는 순간 무언가 불길한 생각이 들었고,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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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공보험사의 우편을 뜯어보지 않았던 것이 일을 더 키웠다.
공보험사에서는 정기적으로 우편을 보냅니다. 가족 중 아이가 일정 나이가 되었으니 받아야 할 검사를 안내해 주거나, 추가적인 보험상품, 혹은 정책 변경으로 인한 일반적인 안내문 등이 그것입니다. 저희가 간과했던 부분도 이 부분이었습니다. 매번 별다를 것없는 내용이 날아도는 보험사 우편을 처음에는 뜯어보다가 어느 순간부터 그저 광고나 안내문 정도라고 생각해 뜯어보질 않고, 차곡차곡 모아만 놓았던 것이지요.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는 불길한 예감의 편지 봉투를 뜯어보고 머릿속이 순간 하얘졌습니다.
중앙관세청(Hauptzoll)으로부터 온 이 편지 1면에는 6,000유로에 가깝게 미납된 금액과 함께 관세청 직원이 우리 집에 방문할 것이라고 적힌 내용이 쓰여있었습니다. 그 편지를 보자마자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6,000유로에 가까운 돈을 왜 내라고 하는 것이며, 우리는 그냥 평범하게 일하며 사는 사람들인데 집까지 찾아온다고 하니 황당하기만 했습니다.
처음에는 사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했는데, 내용을 천천히 읽어보니 보험료 미납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있었습니다. 그때부터 모셔두기만 했던 공보험사의 편지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하나씩 뜯어보았습니다. 편지를 뜯어볼수록 의심은 제가 놓치고 있었던 실수로 확고해졌습니다. 아내의 보험 변경이 안내된 우편과 매달 미납되고 있는 보험료 안내, 그리고 미납으로 인해 벌금이 붙을 것이라는 독촉장(Mahnung)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우편으로 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는 부랴부랴 공보험사 홈페이지로 들어가 이것저것 확인하기 시작했고, 홈페이지에는 경제 상황이 달라졌을 때 보험사에 전달할 수 있는 웹페이지가 매우 친절하게 게시되어 있었습니다. 명백히 제가 놓치고 있던 실수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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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금껏 청구된 요금을 없던 것으로 해주세요.
저보다 마음을 더 썼던 것은 제 아내였습니다. 조금이라도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고자 시작했던 일이었는데, 오히려 벌금이 붙은 보험료 폭탄을 맞아버렸으니 이 모든 것이 자신 때문에 발생한 것 같은 죄책감이 들었나 봅니다. 일단은 보험사에 바로 전화로 연락해, 보험료 폭탄 사건이 발생한 경위와 직장을 그만둔 시점부터 자발적(freiwilige Versicherung)이 아닌 가족보험으로 가입이 돼야 했다는 점을 설명했습니다.
전화로 상담한 직원은 아내가 직장을 그만둔 시점부터 미니잡 이하의 소득을 증빙할 수 있다면 크게 문제가 없을것이라 안내받았습니다. 그러나 전화로는 역시 한계가 있었습니다. 2주 후 변경된 보험 상태를 우편으로 받았습니다. 유선상으로 안내받은 대로 연말정산 후에 받아둔 세금납입증명서(Steuerbescheid)를 통해 소득증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전화를 한 시점부터 아내가 가족보험으로 변경되었을 뿐 여전히 미납된 보험료는 우편으로 날아오고 있었고, 그 사이 중앙관세청에서도 예고한 시간에 집에 방문까지 했습니다. 결국 보험사로 직접 발걸음을 옮겨 다시 우리의 상황을 재차 설명하고, 소득 증빙을 다시 한번 더 한 다음에야 지금까지 청구되었던 보험료를 취소해달라는 서류에 서명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 아내처럼 집에만 있기엔 몸이 근질근질하신 분이라면 아마도 한 번쯤은 독일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드시는 분도 많을 거라 생각됩니다. 엄마로 그리고 아내로 생활하다가 독일이라는 낯선 땅에서 무슨 일이든 시작하는 것이 두렵고 어렵지만, 무엇이든 도전하고자 하신다면 저희가 겪었던 실수를 상기하셔서 부디 똑같은 스트레스는 받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작성: 도이치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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