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이미 운전면허를 취득했다면, 별도의 추가 시험 없이 독일 운전면허증으로 교환하여 주행이 가능합니다. 한국과 독일의 교통법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주행할 때 큰 어려움은 없지만, 이따금 운전할 때 민망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교차로에서 다른 차량과 마주쳤을 때, 나와 상대 운전자가 동시에 양보 수신호를 보내는 경우인데요. 이럴 때 과연 어떤 차량이 먼저 우선권을 가지고 있을까요?
1. 우선 주행권
어떤 운전자들은 내가 양보까지 했는데 고맙다는 신호를 보내기보다 오히려 꺼림칙한 인상을 지으며 지나가기도 합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요? 이것은 한국과 다른 차량 우선 주행권 때문입니다. 교차로에 다른 차량과 동시에 마주쳤을 때 내가 우선 주행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먼저 가라는 수신호를 보내고 있다면, 아마 다른 차 입장에서도 난감할 것입니다. 그럼 독일에서는 주행 우선권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독일 도로에서 우선권을 갖는 순위는 경찰관 > 신호등 > 표지판 > 기본 통행권 체계 순입니다. 즉, 도로에 경찰관이 교통지휘를 한다던가, 신호등이 작동하고 있다면 어느 쪽에서 오는 차량이 통행 우선권을 가지는지 명확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두 교통체계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2. 우선 주행권을 위해 꼭 알아두어야 할 표지판
도로와 도로가 만나는 교차로에 진입할 때 양보나 우선권 표지판이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두가지 표지판만 알고 있다면 어떤 차량이 우선권을 가지는지 쉽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시골 지역에도 신호등 설치가 잘 되어있는 한국과는 달리, 독일은 도심지를 제외한 교외 지역에 신호등 조차 설치 되어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독일로 막 이주해온 분들이라면 도로에 서 있는 표지판을 쉽게 간과할 수도 있으니 교차로에 진입 전 표지판을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3. 표지판이 없는 때는 오른쪽이 왼쪽보다 우선권을 가진다(Recht vor links)
표지판이 없는 교차로에서는 오른쪽에서 진입하는 차량이 왼쪽에서 오는 차량보다 우선권을 가집니다. 이를 독일어로 “Recht vor links” 규칙이라고 부릅니다. 몇 가지 예시를 통해서 어떤 차량이 우선권을 가질 수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위의 그림처럼 두 대의 차량이 표지판 없는 교차로에서 만난 경우, “Recht vor links(오른쪽 차량 우선)” 규칙에 따라 노란 차보다 파란 차가 진행 방향에 상관없이 우선권을 가집니다. 노란 차 운전자 오른쪽에서 파란 차가 진입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표지판 없는 교차로에서 다른 차량과 맞닥뜨렸을 때, 내 오른편에서 차량이 진입한다면 이제는 살며시 양보 수신호를 보내면 되는 것입니다. 그럼 동일한 교차로에 세 대의 차량이 마주했을 때는 어떨까요?
세 대의 차량이 동시에 표지판 없는 교차로에서 만난 경우 역시 “Recht vor links” 규칙이 적용됩니다. 노란색 차량의 오른쪽에는 파란색 차가 있고, 파란색 차량의 오른쪽에는 초록색 차가 있으니 제일 높은 우선권을 갖는 차량은 초록색 차량입니다. 초록색 차량이 먼저 진입하게 되면 그다음 우선권이 있는 파란색 차가 진입을 하고 마지막으로 노란색 차가 진입을 해야합니다. 여러 대의 차가 동시에 진입했을 때, 내 오른쪽에 다른 차량이 없다면 제일 높은 우선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좀 더 판단하기가 빠를 것입니다. 자, 그럼 좀 더 복잡한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네 대의 차량이 동시에 마주했을 때는 과연 어떤 차량이 우선권을 가지게 될까요? 이 경우에는 “Recht vor links” 규칙을 적용할 수 없습니다. 모든 차량의 오른쪽에 다른 차량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는 운전자들끼리 눈치껏 합의를 보아야 합니다.
양보 수신호로 빨간 차량이 눈치껏 먼저 지나갔다면, 이제 “Recht vor links” 규칙을 다시 적용할 수 있습니다.
4.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남아있는 T자 교차로의 우선권
교차로 중에는 삼거리 형태의 T자 교차로도 있습니다. 이 T자 교차로에 세 대의 차량이 동시에 진입한 상태이며 파란 차와 노란 차는 좌회전, 빨간차는 직진을 하려는 상황입니다. 과연 우선권은 어떤 차가 가질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의견도 분분합니다.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고, 여전히 어떤 차량이 우선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결론은 여전히 나지 않았습니다. 두 의견 모두 일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첫 번째 의견은 “Recht vor links” 규칙에 의해 제일 오른쪽에 있는 파란 차가 좌회전을 하여 지나간 후, 그 다음 오른쪽에 있는 노란 차가 좌회전을 하고 마지막으로 빨간 차가 직진해야한다는 의견입니다.
반면 두 번째 의견은 Recht vor links 규칙 외에도 독일 교로 교통법 제 8조 1항 1문 항목인 “방향을 바꾸려는 차는 마주 오는 차량에 양보해야 한다”는 규칙이 적용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다시 차량의 우선권을 매겨보면 파란색 차량이 Recht vor links 규칙에 의해 우선권을 갖고 있지만, 좌회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마주 오며 직진하고자하는 빨간 차가 파란 차보다 우선권이 높습니다. 그런데 빨간 차의 오른쪽에는 노란차가 위치해있으므로 Recht vor links 규칙에 의해 노란 차가 가장 높은 우선권을 갖게 됩니다. 그러므로 노란차가 좌회전을 한 후, 빨간차가 직진을 하고 파란차가 마지막으로 좌회전을 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이렇게 보면 교차로에 차량이 동시에 진입했을 때 참 복잡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운전자 간의 수신호입니다. 표지판이 없는 상황에서는 “Recht vor links”규칙으로 우선권을 정하되, 마지막 경우처럼 너무 복잡한 경우에는 잠시 멈춰 운전자간 수신호로 짧게 합의를 한 후에 주행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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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 도이치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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