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곳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하지만 역사도 문화도 다른 국외에서의 삶은 늘 새로운 사건의 연속입니다. 그래서 외국인은 독일에서 살아온 시간과 무관하게 여전히 다르고 또 다르다고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일상생활은 그 차이가 가장 크게 느껴지는 분야입니다. 살면서 체화된 습관이 가장 잘 묻어나 더 도드라져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독일에서의 삶을 막 시작한 분들을 위해 사소하지만 알아두면 좋은 독일 일상의 팁을 소개합니다.
한 잔의 여유, 하지만 알고 하면 좋은 팁
아무리 부담스러워도 눈을 피하지 마세요!
독일 사람과 술을 마실 때, 특히 건배할 때, 아무리 부담스러워도 눈을 피하면 안 됩니다. 정확하게 눈을 마주치고 잔을 부딪치는 것이 좋습니다. 그 이유는 독일의 속설 때문입니다. 독일에서는 눈을 피하고 건배하면 7년 동안 불행한 일을 겪거나 몹시 나쁜 섹스를 한다고 믿습니다. 물론 이 속설로 인해 모두가 눈을 마주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잔을 부딪치는 한 사람, 한 사람과 눈빛을 나누는 것은 함께하는 사람들을 존중한다는 느낌도 전해줍니다.
프로스트(Prost)!
건배할 때 항상 프로스트(Prost)만 외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프로스트의 어원은 라틴어의 ´Prosit‘으로, ´유익하다´, ´유용하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19세기에 접어들며 이러한 표현은 불편하게 받아들여졌습니다. 따라서 건배를 할 때, ´건강을 위하여(zum Wohl)´를 외치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니면 미소를 띠고 눈을 마주치며 잔을 부딪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메일은 이름으로, 아이디는 가명으로?
일상의 차이는 온라인에서도 분명합니다. 한국에서는 아이디가 곧 이메일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아이디를 보면 당시 무엇을 덕질(어떤 분야에 몰두해 전문가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느끼는 행위)을 했는지 알 수 있다고 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알 수 없는 단어와 숫자로 이메일을 만들었다면, 독일 생활이 조금 팍팍해질 수 있습니다.
독일에서 이메일은 자신의 이름으로 정직하게 만드는 편입니다. 그래서 이름이 아닌 이메일 주소는 종종 스팸으로 넘어갑니다. 실제 이러한 이메일 주소로 대학원을 지원했다가 스팸으로 분류돼 지원 자체가 되지 않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그러니 독일에서 스팸 신세가 되고 싶지 않다면, 이름으로 된 새 이메일 만들기를 추천합니다. 반면 약간의 개인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독일인들이 아이디를 만들 땐, 실제 이름과 다른 이름을 쓰기도 합니다.
맛있는 식사 시간 더 멋지게 멋기
포크와 나이프로 보내는 수신호
식당에 갔다면 중고등학교 때 배웠을 서양 식사 예절을 다시금 떠올려 보길 권합니다. 포크와 나이프의 위치에 따라 웨이터 또는 웨이트리스가 손님들의 상태를 파악하기 때문입니다. 다 먹었다면 접시 위에 나란히 두는 것이 좋고, 식사 중이라면 접시 끝에 여덟 팔자 모양으로 걸쳐 두는 것이 좋습니다. 조금 서툴러도 접시를 치우기 전, 식사를 끝냈는지 물어봤을 때 의사를 표현해도 좋습니다.
또 하나의 수신호, 눈 마주치기
한국에서는 테이블 벨만 눌러도 모든 일이 해결되고, 다 먹으면 일어나서 계산대로 가면 빠르게 끝납니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모두가 가만히 기다리거나, 직원과 열심히 눈을 마주칠 타이밍을 찾습니다. 식당 안에서 소리쳐 부르거나, 손을 들거나, 일어서서 직접 해결하려는 행동이 무례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손님이 많은 식당에서는 계산만 30분이 넘게 걸리기도 합니다.
´미리 생일 축하´는 독일에 없다?
독일 사람들은 생일을 미리 축하하는 문화가 없습니다. 오히려 미리 축하를 받거나 일찍 받은 선물을 뜯게 되면 1년 동안 재수가 없다는 미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늦게 축하해주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시간이 더 흐른 뒤에 축하해도 서운한 마음을 갖는다고 하니 여유롭게 축하 인사를 전하는 것이 좋습니다.
생일은 내가 할게, 케이크는 누가 구울래?
독일에서 회사에 다니면 케이크 구울 일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본인의 생일 또는 승진, 경사, 퇴직 등의 이유로 케이크를 직접 구워서 나눠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생일을 맞은 사람을 위해 깜짝 파티를 열거나, 퇴직하는 분을 위해 선물을 준비하고 회식을 합니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자신의 생일 파티를 직접 준비하고, 초대하는 형식이기 때문입니다. 케이크는 역시 행사에서 빠질 수 없는 만큼 당사자가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간의 마법, 루어차이튼(Ruhezeiten)
시끌벅적한 이웃이 갑자기 조용해지는 시간이 있습니다. 바로 휴식 시간이라는 의미가 있는 루어차이튼(Ruhezeiten) 덕분입니다. 연방법으로 규정되어 있진 않지만, 독일에서 상식으로 통용되고 있는 개념입니다.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 또는 7시까지, 일요일과 공휴일은 하루 종일이며, 토요일은 특별히 지정된 시간이 없습니다.
보통은 집 계약을 할 때, 명시되어 있으니 확인해야 합니다. 이를 어기고 망치질이나 드릴, 악기 연주, 파티로 인한 소음이 발생하면 신고를 당할 수 있습니다. 경찰이 방문해 스피커를 압수하거나 손님을 퇴거시킬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이를 지속하면 임대 계약이 해지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소음 수준은 50데시벨을 기준으로 하며, 잔디를 깎는 것은 일요일과 공휴일에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만약 다세대 주택에서 파티를 하거나 이사를 하면, 건물 입구에 미리 공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단, 아이들이 노는 소리나 아기 울음소리는 독일에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작성: 알덴테 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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