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직장에 취직하려면 독일어 능력은 어느정도 되어야 할까? 취직을 할 때 독일어 능력을 증명해야할까?
지인들 중에 나처럼 독일 내 대학을 졸업하고 독일어를 이미 잘 하는 상태로 취직을 한 경우도 있지만, 요즘은 대학 내에서도 영어 수업이나 영어논문을 쓰는게 가능한 학과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독일어가 부족한 상황에서 독일 직장에 취직을 한 경우를 보기도 했다. 혹은 글로벌 기업이나 꼭 그렇지 않더라도 직장 내에서 영어만 사용해도 업무가 가능한 경우도 있긴 하다. 하지만 여전히 독일에서는 어느 정도 독일어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나의 지인 경우, 직장에서 모든 직원들과 영어로 소통한다. 하지만 다같이 모여 회의라도 하려하면 영어로 시작해 어느 순간 독일어로 막 열띈 토론을 하기도 하고 직급이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본인만 제외된 채 회의를 진행하여 통보받는 식이라 업무가 느리고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려면 많이 답답하다고 토로하곤 했다.
한국에서 입사지원을 할 때, 토플,토익 점수를 요구하는 것처럼 독일어 점수를 요구하는 회사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 어느 정도 독일어를 이수했는지 정도 확인하거나 보통은 면접 시 의사소통이 되는지 정도 확인하는 것으로 독일어를 평가한다. 그래서 우선 취직한 후에 독일어 수업을 받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독일어는 6단계로 나누어져 있다. A1,2(Grundstufe)과정은 그야말로 기초독일어이다. 여행지에 가서 음식을 주문하고 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자기소개를 하거나 그 정도의 질문을 할 수 있는 정도이다. B1,2(Mittelstufe)는 중급으로 문법을 이용해 편지쓰기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의사소통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B2가 되면 거의 모든 독일어 문법을 배우게 되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쓸 수 있을 정도가 된다. 그래서 언어보다 실기가 중요한 학과에서는 대학 입학 지원시 B2 증명서를 요구한다. 마지막 단계인 C (Oberstuffe)는 심화독일어 과정이다. 일반 대학에 지원하려면 C1까지 배워야 하고 DSH(Deutsche Sprachprüfung für den Hochschulzugang) 시험을 봐서 2급을 합격해야 대학지원이 가능하다. 언어가 많이 필요한 법대, 의대 등 특정 학과에서는 DSH 1급이 필요하다.
다행히 나 또한 DSH 2급을 따서 대학에 입학했고, 졸업 후 취직한 경우라 큰 의사소통에 어려움 없이 면접을 보았고 바로 취직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언어적인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언어라는 것이 다른 사람과 같이 소통해야 하는 문제인데 소통이 되지 않을 때는 답답하기도 하다.
나는 치료사로서 환자들에게 정확하게 이야기 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고, 많은 수업은 다수를 대상으로 큰 체육관, 수영장 등에서 지시하고 통솔해야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가끔 나에게 와서 “독일에서 태어났냐? 독일어는 어떻게 배운거냐?” 하며 언어적인 칭찬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내 말을 못 알아듣겠다는 둥 심술을 부리는 사람들도 만나곤 한다.
처음 이런일들을 경험했을 때는 내 독일어가 부족한가? 나를 외국인으로 무시하는 행동인가 하는 고민들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스트레스에서 조금 자유로워졌다.
같은 한국말이라도 상대가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으며 언어적인 능력보다는 얼마나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가가 더 중요한것 같다. 모든 독일 사람들에게 그런 마음을 요구할 수 없지만 혹 소통하지 않으려는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문제라 생각하기로 했다. 만약 소통이 안 되는 환자들을 만나면 대상에 따라 더 친절히 다시 설명해주거나 도와주는 경우도 있지만 전혀 나의 지시를 따르고 싶지 않아하는 환자들에게는 더 강하게 지시하거나 다른 사람들은 나의 말을 다 이해하고 수업에 참여하는데 독일사람인 당신이 내 말을 이해하지 못 한다는건 당신의 문제이다!라고 강하게 대처한다. 물론 내 방법이 무조건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언어적으로 큰 어려움없이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외국인로서 우리는 모국인의 유창함보다는 상황판단에 올바른 정확한 의미전달위주로 언어를 접근한다면 마음이 한결 편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어차피 모국어처럼 할 수 없는 한계를 인정하고, 그렇지만 독일인과 같이 비슷할 정도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독일에서의 삶이 조금 편해지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작성: 모젤 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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