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 큰 체육관에서 여러 명을 대상으로 운동수업을 하느라 목이 칼칼해져왔다. 목을 많이 쓰는 직업인데다 날씨까지 쌀쌀해진 탓 이였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보니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고 으슬으슬 감기기운이 돌았다. 아무래도 하루, 이틀 쉬는 것이 좋을 듯 했다.
법적으로 3일까지는 의사의 진단서가 없이도 병가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의사 진료도 받고 목감기 약이라도 처방 받을 요량으로 집 근처 의사를 찾아보았다. 하필 코로나 락다운 시기라 의사의 진료는 전화상으로 대체할 수 있었고, 병원에 전화 했더니 몇 마디 묻지도 않고 바로 진단서를 받으러 오라고 하였다.
차에 탄 채 약속 된 시간에 병원 앞에 도착하니 잠시 후 병원 안에서 사람이 나와 흰 종이 한 장을 차 안으로 쑥 넣어 주었다. 받아든 종이에는 금요일까지 Krank 하다고 적혀있었다. 그 당일이 화요일이였으니 무려 4일 병가에 주말까지 쭉 쉴 수 있게 된 것이다. 난 단지 이틀이면 말끔히 나을 것 같았는데 일이 커지고 말았다.
집에는 학교와 유치원이 문을 닫아 쉴 새 없이 뛰어다니고 소리 지르는 아이들이 있었다.
아빠가 출근을 하지 않아 더 신난 아이들 덕분에 쉬기는 커녕 더 정신이 없었다. 목요일 쯤 내가 아내에게 말했다.
“ 나….. 차라리 출근하고 싶어…!”
매년 11월~12월이면 동료들이 병가를 많이 낸다. 난 일 년에 딱 한번 이였지만, 동료 중에는 회사의 상황 따윈 전혀 고려하지 않고 병가, 휴가를 내는 동료들도 있다. 한 동료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하다며 한 달씩 나오지 않기도 했고, 출근 한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기분이 좋지 않다고 나가버리는 동료도 있었다.
거기에 더해 내일 아플 예정이라며 미리 병가를 신청하기도 하며 항상 주말, 연휴 전후에만 병가를 내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정말 아파 일어나기 힘든 상태가 아니면 출근해야하지만 반대로 독일에서는 아픈데 왜 나왔냐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
한국보다 병가를 맘 편히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좋은 장점이고 좋은 제도이지만, 사실 너무 자주 꾀병으로 병가를 내는 동료에 대한 뒷담화를 하기도 한다.
독일에서 진단서 없이 3일간 병가를 낼 수 있다. 회사에 따라 계약 조건이나 병가를 신청하는 방법이 상이할 수 있으니 미리 잘 알아 두어야한다.
3일 이상 병가가 필요할 경우에는 병원을 방문해 의사 진단서를 받아 회사와 보험회사에 제출 하여야하며, 진단서 한 장은 최대 2주까지 병가를 낼 수 있다. 2주가 지나서도 낫지 않았다면 다시 의사의 진단을 받아 새로운 진단서를 제출해야한다. 한 질병에 대해 최대 연간 6주까지 유급병가가 가능하다. 자세한 사항은 회사와의 계약조건을 꼭 살펴보길 바란다.
만약 6주 이상 더 오랜 기간 병가를 내야 할 때는 Arbeitsunfaehigkeit를 증명해야 한다. 즉 업무를 더 이상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을 진단 받아야 하며 여기엔 신체적인 질병 외에 우울증이나 번아웃 같은 심리적 이유로도 진단받을 수 있다.
내가 일하는 곳은 재활병원으로 보통 3주간 입원치료를 하거나 이후 계속 해서 통원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많다. 이런 환자들은 연간 6주의 유급병가를 사용한 후 보험회사로부터 보통 네토 월급 70%의 Krankgeld( 최대 90% 받는 경우도 있음)를 받는다. 그리고 이 기간은 최대 78주간 받을 수 있다.
아무리 열심히 재활을 시켜도 의지도 없고 잘 따라오지 않는 환자들이 간혹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재활을 마치고 나서도 나아지지 않아 더 이상 현재 직업을 유지 할 수 없다 라는 의사진단을 받으려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의사의 진단에 따라 일찍 Rente를 시작하거나 혹은 Umschulung(직업재교육) 지원을 받아 직업을 바꾸는 방법으로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한국 사람들은 아파도 쉬지 못하는 열심병이 있다. 독일의 좋은 노동법과 복지제도를 악용 할 필요는 없지만, 너무 열심히 일해 번아웃이 오기 전에 미리미리 병을 예방하고 몸관리도 하며 건강한 직장 생활을 하자.
글쓴이: 저는 현재 아름다운 모젤강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위치한 재활병원에서 유일한 한국인 체육전공자/운동치료사로 5년차 일을 하고 있으며, 아내와 딸, 아들 그리고 뱃속의 아기와 함께 천천히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아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