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부터 핫도그가 먹고 싶었다. 그렇게 먹고 싶으면 만들어서 먹어보라던 사람들의 권유에도 빵을 만들어 본 적도, 기름에 무엇인가를 튀겨본 적도 없는 나에게 핫도그 만들기라는 것이 큰 일처럼만 느껴져 막상 만들 결심은 서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핫도그는 너무나도 먹고 싶었기에 오죽하면 PCR 테스트를 하고 2주 자가격리를 하더라도 한국을 다녀올까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러다 인터넷으로 ‘다와요’라는 뒤셀도르프에 있는 한국 슈퍼에서 새로이 모차렐라 냉동 핫도그를 판매한다는 내용을 발견하였고, 바로 주문을 하려고 했더니 핫도그 가격보다 배송비가 더 나오는 걸 보고 망연자실하며 직접 찾아가서 핫도그를 데려 오기로 결정하였다.
지난 토요일, 친구와 함께 기차와 버스를 타고 대략 1시간 반이 걸려 슈퍼에 도착하였다. 집 밖으로 이렇게 멀리 나온 지 약 반년만의 일이어서 얼마나 설레었는지 모른다. 아침부터 핫도그와의 만남이 기대가 되어 기차역에도 약속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할 정도였다.
그렇게 설레발을 치며 슈퍼에 도착하니, 문이 열리지 않아 혹시 슈퍼가 문을 닫았나 라는 생각에 멈칫했다. 다행히 문 옆에 있는 벨을 누르니 직원분이 문을 열어주셨고 그렇게 들어간 슈퍼는 거의 창고와 같은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주었다. 정말 없는 것이 없었다. 양념치킨 소스, 냉동 비지찌개, 냉동 추어탕, 밀떡, 순대, 족발, 고사리, 옛날 과자, 국물을 우려낼 때 사용하는 다시팩, 새우젓, 콩가루, 묵가루 등등등, 정말 독일 온 후 본 적도 없는 한국 제품들이 가득하여 친구와 나는 한참을 정신없이 구석구석 살펴보았다. 그러다 냉동창고를 아무리 둘러봐도 오매불망 내가 찾던 핫도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직원분께 살며시 여쭈어 보았고 돌아온 대답은 “핫도그 품절되었어요”였다.
품절, 품절, 품절이라니! 내가 여기까지 온 이유가 핫도그인데 핫도그가 품절이라니, 순간 너무 충격적이어서 나도 모르게 웅얼웅얼 “핫도그, 핫도그, 핫도그..” 하고 연신 핫도그를 옹알거릴 정도였다. 지나가시는 사장님께 다급하게 다시금 정말 핫도그가 품절인지 여쭤보았고, 사장님께서도 같은 말씀을 하셨다. “핫도그가 중순쯤 들어오는데 이게 인기상품이어서 말일쯤이면 이미 품절이 돼버려요. 전화로 문의하시고 오시지 그러셨어요. 조금만 기다리면 곧 핫도그 다시 들어오니까 그때 다시 찾아주세요. 저희도 하나 먹어보려고 한 개를 쟁여놓았는데 어느샌가 팔리고 없어서 못 먹었어요.”
정성 어린 사장님의 답변에도 나의 슬픔은 쉬 가시지 않았다. 우선 핫도그를 제외하고 그동안 먹고 싶었던, 찾기 힘들었던 음식들을 담은 장바구니를 결제하고 터덜터덜 슈퍼를 나섰다. 사장님께서 서비스로 주신 봉봉을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조금 전에 산 나의 60유로치 식량을, 친구는 90유로치의 식량을 들고 다시 기차역으로 향했다. 기차를 타자마자 친구는 인터넷에서 살 때와 직접 와서 살 때의 제품 가격차이를 계산해보겠다며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고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것보다 직접 가서 사는 것이 배송비가 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제품 가격도 인터넷에 비해 약 10% 정도씩 싼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친구 옆에서 나는, 핫도그를 먹으러 정말 한국에 갈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 모습이 심각해 보여서일까, 같이 간 친구가 오늘 자기 집에서 핫도그를 한 번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떤지 제안해주었다. 나는 오늘 아침과 같은 반짝이는 눈과 함박웃음으로 좋음을 표시하였고, 우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오늘 산 냉동식품과 냉장식품을 정리한 후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였다. 나는 집에 도착하여 물건들을 냉장고와 냉동실에 넣은 뒤 바로 친구네 집으로 밀가루와 설탕, 케쳡 등을 들고 달려갔다.
친구는 나와 다르게 요리 천재다. 김치도 혼자 담가먹고, 못 하는 음식이 없다. 물론 케이크도 직접 만들어 먹는다. 그래서 그런지 핫도그 만드는 법을 인터넷에 찾아보더니 생각보다 쉽다며 거뜬히 해낼 수 있다고 하였다. 친구네 집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다른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고 바로 핫도그 만들기를 시작하였다. 우선 소시지를 물에 넣어 끓이고, 끓는 동안 반죽을 하였다. 밀가루, 우유, 계란, 설탕, 소금, 이스트, 등이 들어간 반죽을 열심히 저었고, 그 사이 익은 소시지를 꺼내어 (나무젓가락이 없었기에) 이쑤시개에 맞게 3 등분씩 잘랐다. 소시지를 자르는 친구 옆에서 나는 아기 새처럼 자른 소시지를 받아먹었는데 소시지만으로도 충분히 맛있었기에 핫도그에 대한 기대가 한층 더 커졌다. 기름을 프라이팬에 부어 가열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이쑤시개에 소시지를 꽂았고, 기름이 달구어졌을 때쯤 하나씩 반죽에 묻혀 기름에 투하하였다. 반죽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점성이 잘 못 되었는지, 이상하게 기름에 들어간 반죽은 옆으로 퍼져서 핫도그 모양이 계란빵과 같아져 버렸지만 냄새만은 기가 막혔다. 핫도그를 튀기면 튀길수록 냄새는 포장마차에서 나는 냄새, 오징어튀김 냄새와 같은 향이 났고 친구와 나는 점점 더 기대가 고조되었다.
일단 모든 소시지에 반죽을 묻혀 한 번씩 튀겼고, 두 개만 다시 반죽을 묻혀 두 번 튀겼다. 한 번 튀긴 것은 먹다 보니 너무 소시지만 덩그러니 남고, 무엇보다 생각 외로 너무 맛있는 빵에 놀라 우리는 다시 기름 앞으로 향하여 모든 소시지를 한 번 더 반죽에 묻혀 다시 튀겨 먹었다. 생긴 것은 계란빵 같지만 영락없는 핫도그였고, 거기다 설탕이 필요 없을 정도로 빵이 달고 맛있었다. 소시지는, 독일 소시지, 말이 필요 없이 탱탱하고 맛있는 소시지였기에 우리는 케첩을 뿌려 먹고, 또 먹고를 반복하며 배가 터지기 직전까지 먹었다.
정신없이 다 먹고 난 후, 나는 한숨을 돌리고 먼산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정말 만족스러운 하루예요”라고 말했다. 친구는 그런 나를 보며 웃었고 그런 친구가 정말인지 오늘따라 더 고마웠다. 또 핫도그가 먹고 싶어 지면 언제든 말하라며, 또 만들어 먹자고 이야기해주는 친구가 든든하다 못해 천군 마마를 얻은 기분까지 들게 해 주었다.
너무 오랜만에 집 밖으로 멀리 다녀와서 그런지, 조금 무리를 하여서 그런지 다음 날과 그다음 날까지 몸살이 일었지만, 정말인지 만족스러운, 뿌듯한,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하루였다. 이로써 핫도그 클리어!
- 작가: 몽글맹글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걸 좋아합니다. 쓰면서 정리합니다. 주로 독일에서의 일상 및 매일의 삶 속에서 언젠가 기억하고 다시 꺼내보고 싶을 작고 소중한 일들을 기록합니다.
- 본 글은 몽글맹글 작가님께서 브런치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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