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여전히 ‘무속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최근 3년간 전직 대통령 부부의 무속 신앙 및 무당과의 관계가 언론을 통해 연이어 조명되면서, 공적 권력이 사적 신앙에 의해 왜곡됐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문득 궁금해집니다.
이런 현상은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일까요? ‘이성’과 ‘합리’의 대명사로 알려진 유럽, 특히 독일 같은 나라에도 무속이나 미신이 존재할까요?
사실 ‘무속’ 또는 ‘미신’은 어느 나라에나 존재합니다. 다만 각 사회가 그것을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디서부터 경계 짓는가는 매우 다릅니다. 이번 글에서는 독일을 중심으로, 이웃 유럽 국가들이 무속이나 주술을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1. 독일 : 사라진 무당, 남겨진 점성술 시장
표면적으로 독일은 이성주의와 합리주의가 깊게 뿌리내린 나라입니다. 교육, 행정, 정치 전반에 걸쳐 ‘이성’과 ‘논리’가 최우선 되는 듯 보입니다. 이런 문화에서는 한국식 무속 신앙, 즉 무당이 특정 의식을 통해 운명을 점치고 현실을 조율해 주는 방식은 매우 이질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독일 사회에서도 ‘에소테릭(Esoterik)’ 혹은 ‘영성적 치유(Spirituelle Heilung)’로 불리는 분야는 민간에서 의외로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 점성술, 타로, 기 수련, 영혼 상담 등은 여전히 베를린, 함부르크, 프랑크푸르트 같은 대도시의 일부 계층 사이에서 소비되고 있습니다.
• 2020년대 기준 독일 내 에소테릭 관련 시장 규모는 수억 유로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주술 의식이나 영적 중재 서비스도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문화가 공적 영역까지 영향을 미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특히 정치인이나 공직자, 기업가가 무속 또는 미신적 조언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이 공개될 경우, 그 사람은 공적 신뢰를 상실하고 사실상 퇴출당하게 됩니다.
★ 2022년 독일 AfD당의 한 정치인이 ‘천사로부터 메시지를 받고 정책을 만든다’라고 주장해 비판 여론에 휘말렸으며, 당내에서도 곧 제명 처리되었습니다.
※ 오늘날 독일의 ‘무당’ 같은 존재들
오늘날에도 독일에는 다음과 같은 ‘유사 무당’ 또는 ‘영적 조언자’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 Heiler(힐러) : 병을 영적/에너지적으로 치유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 Hellseher/Wahrsager(점쟁이/예지자) : 타로, 수정구슬, 손금 등을 통해 미래를 본다고 함
– Schamanen(샤먼) : 주로 뉴에이지 운동, 자연주의 종교와 관련된 형태로 등장. 실제 북유럽이나 아메리카 원주민의 샤먼 전통을 가져와 혼합한 케이스도 많음
– Esoterikszene(에소테릭 씬) : ‘영적 자기 계발’을 표방하면서도 점성술, 명상, 기 수련, 전생 체험 등을 혼합적으로 섭렵한 신흥 신비주의 커뮤니티
2. 프랑스 : 이성과 주술 사이의 미묘한 공존

프랑스는 계몽주의의 본산이자 ‘이성적인 국가’의 대명사로 여겨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점술과 영매술이 매우 널리 퍼져 있는 나라입니다.
•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 4명 중 1명은 점성술 또는 심령술의 영향을 받아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 Médiumnité(영매술), Radiesthésie(추 기법), Voyance(예지) 등은 일부 중산층 이상 여성들 사이에서 꾸준히 소비됩니다.
• 대통령이나 유명 정치인이 개인적으로 점성술사와 상담했다는 루머는 프랑스 정치계의 단골 소재입니다.
하지만 프랑스 역시 국가 제도 차원에서는 이러한 행위들을 엄격히 ‘사적 영역’으로 제한합니다. 교육과 언론은 미신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공직자가 무속에 기대는 모습이 드러나면 사회적 조롱의 대상이 되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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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탈리아 : 가톨릭과 민속 주술의 공존

이탈리아는 가톨릭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 민속적 주술과 신비주의가 함께 공존해 온 나라입니다.
• 시칠리아, 캄파니아 등 남부 지역에서는 지금도 ‘마녀 할머니(Strega)’로 불리는 민간 주술사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 Malocchio(악한 눈, ‘부적’ 개념)과 Amuleti(부적)은 민간에서 널리 사용되며, 아이가 태어나면 악귀를 쫓는 의식을 행하기도 합니다.
• 나폴리에서는 특정한 손 모양(‘Corna’ 손 제스처)이 불운을 막아주는 부적 행위로 통용됩니다.
물론 공공 영역에서는 이런 민간신앙이 공식적으로 인정되지는 않지만, 지역 정치인들이 암묵적으로 이 문화를 활용하거나 존중하는 방식으로 표심을 관리하는 사례는 종종 있습니다. 즉, 이탈리아는 무속과 정치가 ‘보이지 않게 교차하는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스페인 : 종교, 민속, 미신의 삼중주

스페인도 무속과 미신이 상당히 강하게 남아 있는 유럽 국가 중 하나입니다. 이곳에서는 가톨릭 신앙, 아랍–무어 문화의 잔재, 그리고 지역 민속 신앙이 뒤섞여 복잡한 양상을 보입니다.
• 안달루시아 지방에서는 부적(Talismán), 카르마 정화 의식, 성물을 이용한 치유 행위가 여전히 존재합니다.
•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에서는 마녀 가게(Tienda esotérica)가 활발히 운영되며, 타로 및 수정구슬 상담소가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인기입니다.
• 정치권에서는 공식적으로 거리를 두지만, 일부 지역 정치인들이 선거 전에 점을 보는 관행이 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물론 스페인은 전통을 존중하되, 사회 시스템은 이성에 기반을 둔다는 원칙 아래, 무속을 문화적 유산의 일부로만 유지하고 있습니다.
5. 그리스 : 고대 신화와 현대 주술이 겹쳐진 나라

그리스는 말 그대로 신과 인간이 함께 살아온 신화의 땅입니다. 이러한 고대 그리스 문화는 오늘날까지도 일부 지역 민속 신앙과 무속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 시골 마을에서는 부적, 축복 기도, 악귀 쫓기 의식이 여전히 일상적으로 이뤄집니다.
• 커피 찌꺼기를 보고 운세를 보는 카페 점술법, 죽은 자와의 교류를 위한 의식 등이 일부 지역에서 여전히 성행하고 있습니다.
• 고대 신들을 실제로 숭배하는 ‘헬레니즘 재건주의’ 운동도 존재하며, 이는 일부 젊은 층 사이에서 신흥 문화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다만, 그리스 정교회의 영향력과 현대 정치의 분리 원칙에 따라, 이러한 신앙이 공적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명백히 금기시되고 있습니다.
6. 영국 : 신비주의 종주국

영국은 유럽에서 가장 오랫동안 ‘심령술(Spiritualism)’이 유지된 나라 중 하나입니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에는 귀족들이 심령술사를 초청해 영혼과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유행이었고, 이 문화는 일부 계층에서 지금까지도 명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 런던과 글래스고 등에서는 타로카드, 손금, 전생 상담 서비스가 여전히 유행하고 있습니다.
• Wicca(위카)라는 현대판 마녀 종교는 특히 젊은 여성층 사이에서 지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 한편으로는 영국 왕실이 과거 점성술사의 조언을 받았다는 풍문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영국에서 이러한 문화는 대개 개인의 신념 또는 신비주의적 취향의 일부로 존중받을 뿐입니다. 당연히 정치 영역이나 행정 시스템과는 철저히 분리되어 있으며, 이를 어기는 공직자나 조직은 공공 신뢰를 잃을 수 있습니다.
7. 스웨덴 : 북유럽 샤머니즘의 유산과 웰빙

스웨덴은 노르드 신화와 바이킹 전통이 뿌리 깊은 문화권입니다. 과거에는 자연을 숭배하고 신들과 소통하는 영적 인물들이 공동체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현대 스웨덴 사회에서도 이런 전통은 미묘한 방식으로 계승되고 있습니다.
• 룬 문자 점술(Rune divination), 자연 속에서의 명상적 의식, 마녀 축제(Walpurgis Night) 등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문화적 콘텐츠로 소비됩니다.
•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도 민속 치유사(Folk Healer)가 활동하고 있으며, 약초와 에너지 조율로 신체 및 정신 치료를 시도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 최근 스웨덴에서는 명상, 요가, 자연 치유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고대 샤먼 전통이 웰니스(Wellness) 산업과 결합해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 또한 북유럽 심리학계에서는 신화적/주술적 사고방식이 현대인의 불안과 외로움을 치유하는 심리적 자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스웨덴은 종교와 개인적 신념에 대한 사회적 존중이 매우 강한 나라임에도 무속이 공적 결정을 좌우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학교나 행정 시스템에서 이를 제도화하려는 시도는 철저히 비판 받습니다.
※ 무속 신앙의 사전적 정의 : 한국 vs 독일
▶ 한국어 정의
무속 신앙이란 전통적으로 무당, 샤먼, 주술사 등이 행하는 의례나 신앙 체계를 말하며,
자연 현상이나 영혼, 조상, 신령 등 보이지 않는 세계와 소통하여 인간의 운명이나 질병, 재난 등을 해결하거나 예측하려는 신앙 형태입니다. 이는 주로 구전과 체험을 통해 전해지고, 한국 고유의 민간 신앙 중 하나로 자리잡아 왔습니다.
▶ 독일어 정의
Schamanismus bezeichnet ein traditionelles Glaubenssystem, bei dem Schamanen oder spirituelle Heiler als Vermittler zwischen der sichtbaren Welt und der Geisterwelt fungieren.
Sie führen Rituale durch, um Krankheiten zu heilen, zukünftige Ereignisse vorherzusagen oder Unglück abzuwenden. Diese Form des Glaubens basiert oft auf mündlicher Überlieferung und praktischen Erfahrungen und ist vor allem in indigenen Kulturen verbreitet, hat aber auch in verschiedenen Formen Eingang in die Volksreligionen gefunden.
(샤머니즘은 샤먼, 즉 영적 치유자가 눈에 보이는 세계와 영적인 세계를 중재하는 역할을 하는 전통적인 신앙 체계입니다. 그들은 질병을 치료하고, 미래를 예언하고, 불운을 막기 위한 의식을 거행합니다. 이러한 형태의 신앙은 종종 구전과 실제 경험에 기반하며, 특히 토착 문화에 널리 퍼져 있지만, 다양한 형태로 민속 종교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 작성: 오이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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