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에너지 비용, 인플레이션 등으로 산업 전망 밝지 않아
국내 기업, 독일 산업계의 추진 방향에 맞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는 독일 기업들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가격은 상승했고 글로벌 경기 또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따라 독일 산업계의 분위기 또한 밝지 않으나 독일 산업계의 향후 추진 방향에 맞춘 시장 전략이 필요하다.
독일, 2023년 경제전망 엇갈려
올해 1월 독일 연방정부는 2023년 독일의 경제성장률이 +0.2% 소폭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IMF 또한 올해 독일 경제성장률을 +0.1%로 예측한 반면, 독일 연방은행(-0.5%)과 독일 경제연구소들은 상반된 성장률을 전망하며 독일 2023년 경제전망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독일의 2023년 경기 예측에 관한 보다 자세한 사항은 KOTRA 해외시장뉴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독일 산업계, 2023년 전망 그리 밝지 않아
2023년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글로벌 경기 둔화, 높은 에너지 가격 등 여전히 큰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있는 가운데 독일의 2023년 산업 전망은 어떨까? 2021년 말, 많은 협회들은 가장 격동적인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결과는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으며, 부족한 건축자재와 반도체는 일시적인 문제일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에너지 가격은 급격하게 상승했고 인플레이션은 50년 이래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글로벌 경기 또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따라 독일의 산업계 분위기 또한 그리 밝지 않은 실정이다.
2022년 12월 독일 경제연구소 IW가 49개의 협회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발표한 바에 따르면, 49개 협회 중 39개의 협회가 현재 상황이 2021년보다 좋지 않다고 답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30개의 협회는 올해 전망을 더 비관적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추후 생산을 줄일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특히 생산할 때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에너지 집약적 산업(예: 건축자재, 철강)은 올해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으며, 화학산업 또한 올해 생산을 줄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전시 및 광고 산업의 경우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으로부터 회복세를 기대하며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IW의 경제전문가 그룀링(Michael Grömling)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의 여파는 여전히 독일 경제에 인내력을 요구하는 시험과 같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또한 기업들은 높은 에너지 가격이 가까운 미래에 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하며, 이것이 올해 전망을 매우 어둡게 한다고 언급했다.
다음은 독일 주요 산업계 가운데 전망이 엇갈리는 산업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추가적으로 독일 자동차 산업의 2023년 전망은 KOTRA 해외시장뉴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에너지 산업: 위기 속에서 LNG, 재생에너지 확장 등 다방면으로 노력
2022년 에너지 산업은 독일의 다른 어떤 산업보다 많은 기복을 겪었다. 에너지 생산업체가 큰 수익을 올릴 동안, 가스 유통기업들은 부분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전기 및 가스 공급업체는 거래소의 원자재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만큼 빠르게 요금제를 인상할 수 없었다. 석탄, 석유, 가스 및 전기 가격 상승은 이미 2021년 가을에 시작됐는데 2월 말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발발하면서 거래소에서 가격은 전례없이 급등했다.
(독일 최대 가스 수입기업 유니퍼(Uniper) 국유화) 2022년 12월 독일 연방정부는 유니퍼(Uniper)의 지분 99%를 확보하며 국유화했다. 유니퍼는 독일의 최대 가스 수입기업이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급격하게 상승한 가스 가격과 가스 공급 차질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독일 연방정부는 독일의 에너지 공급을 안정화하기 위해 유니퍼를 인수하였으나 유니퍼가 다시 수익을 내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LNG)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에너지 위기로 독일에서 LNG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LNG 터미널의 경우 크게 정부 참여 및 민간 주도 프로젝트 건설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정부 참여(5개) 및 민간 주도(2개) 프로젝트로 총 7개의 부유식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건설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작년 빌헬름스하펜(Wilhelmshaven)에서 가동을 시작한 제1호 LNG 부유식 터미널을 포함해 독일 연방정부 주도 하에 총 5개의 터미널이 2023년 말까지 가동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올해는 석탄 화력 발전소 또한 올해 에너지 공급 확보를 위해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주*: 2022년 6월 독일은 에너지 공급 확보를 위해 가동 중단된 석탄 발전을 2024년 3월까지 재가동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기 및 가스 가격 상한제) 에너지 비용의 급격한 상승으로부터 소비자와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독일 연방 의회와 연방 내각은 작년 12월 전기 및 가스 가격에 대한 상한제 도입을 승인했다. 이 상한제는 2023년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나 2023년 1월부터 소급 적용되며, 2024년 4월까지 시행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독일 연방정부는 전기 가격 상한제를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생산자로부터 일정 한도를 초과하는 소득에 대하여 과세할 예정이며, 이에 따른 예상 수입은 약 300억 유로이다. 풍력 및 태양열 발전소 관련 기업은 증가하는 수입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둔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의하면, 인플레이션 여파로 인하여 설비 비용이 크게 증가했고 건설, 인건비 및 대출 이자 역시 올랐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초과이익에 대한 과세는 단기적으로 32~55%의 중대한 소득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독일 에너지 산업의 경우, 여전히 에너지 비용 및 공급 상황에 대한 걱정이 크다. 그러나 최근 독일 에너지청(dena)이 재생 에너지 확장을 위한 국가적 노력을 제안하고 EU 차원에서도 위임법을 통해 재생가능한 수소 및 저탄소 수소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는 등 다방면으로 재생 에너지의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 소비재 산업: 2023년, 제품 가격 상승에 따른 여파 지켜봐야
독일 소비재 산업의 2023년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비교적 위기의 영향을 덜 받는다고 여겨지던 소비재 산업 또한,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의 여파로 인해 큰 압박을 받고 있다. 소비재 산업의 경우에는 비용 부분은 느리게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높은 에너지, 운송 및 원자재 비용이 기업에 부담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제조업체는 제품의 가격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이미 약해진 소비 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따라서 소비재 산업의 기업가와 전문가들은 2023년도 어려운 해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기복의 끝과 눈에 띄는 수요의 상승을 빨라도 올해 하반기까지는 기대하지 않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Euromonitor International)는 2023년 독일의 생활용품 매출이 2억6500만 유로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전년대비 700만 유로가 증가한 것이나 대부분 제조업체의 가격 인상이 주요 요인이다. 실제로 올해 생활용품의 가격이 인상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델스블라트가 Ifo 경제연구소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음료 및 식료품 제조업체의 70% 이상이 가격을 올릴 예정이라고 한다.
(PB 브랜드 소비 증가, 반면 유기농 제품은 소비 감소)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가격 상승은 2023년 사회적으로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소비 분위기가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비교적 저렴한 PB 상품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점점 더 끌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327개의 제품군 중 72%에서 PB 상품이 시장 점유율에서 우세를 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소비자들이 더 저렴한 대안을 찾고 있는 것은 유기농 제품의 제조 및 유통업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2022년 1월부터 10월까지 독일의 유기농 시장은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4% 하락하였다. 한델스블라트가 독일 소비재 전문가 도이치랜더(Sandra Deutschländer)의 인터뷰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전반적으로 유기농 제품을 적게 구매하고 있으며 주로 유기농 전문점보다 슈퍼마켓이나 할인점에서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2023년 소비재 제조기업, 파산 위협 가시화) 소비시장 위축과 비용 증가는 독일 소비재 제조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전례없는 비용 증가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중견기업의 상황은 더 어려운 실정이다. 화장지 제조기업 하클(Hakle)과 사탕 제조기업 보데타(Bodeta)는 작년 9월에 파산을 신청했고 유기농 체인인 베이직(Basic) 역시 최근 파산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올해는 파산하는 기업이 더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반면, 명품 및 고품질 케어제품의 제조업체는 상황이 다르다. 특히 립스틱 및 메이크업 제조업체는 높은 수요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있는데, 이는 불확실한 시대에 소비자들이 작은 사치를 누리고 싶어하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파악된다.
(패키지 크기 줄이는 기업들) 비용의 압박을 줄이고자 제조업체는 제품을 더 저렴하게 생산하는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식료품 생산자는 생선이나 고기를 절약하거나 해바라기씨유를 저품질의 지방으로 대체한다. 또한 기업들은 소비자에게 중요한 판매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포장크기를 줄이는 것으로 비용 상승에 대응하고 있다. 하리보(Haribo)의 골트배렌(Goldbären) 젤리의 경우 권장소비자가격을 99센트(cent)로 유지하는 대신 제품 용량을 200g에서 175g으로 줄였다. 이와 관련, BCG 파트너인 도이치랜더(Deutschländer)는 제조업체들이 2023년에도 계속해서 패키지 크기를 줄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 전자산업: 2022년 12% 성장에 이은 신중한 낙관세
독일 전자∙디지털산업협회(ZVEI)*가 올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2년 독일의 전자 및 디지털 산업은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전년대비 12% 성장하며 2246억 유로의 매출규모로 신기록을 달성했다. 해당 산업은 특히 전기화와 디지털화로부터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비록 해당 업계의 경우, 여전히 공급병목현상, 전문인력부족 등의 문제를 겪고 있으나 독일 전자∙디지털산업협회는 2023년 전망에 대해 신중한 낙관세를 표명했다. 올해 2월 발표된 ZVEI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초 업계 전반의 설비 가동룔은 87.9%로 3달 전(88.2%)보다 다소 감소하였으나 수주잔고는 5.2개월→5.6개월로 증가했다.
또한 ZVEI의 협회장 베버(Wolfgang Weber)는 지난해 정계가 에너지 안정성과 비용에 초점을 맞춰야 했었다면, 올해는 에너지 전환의 구체화가 중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 ZVEI는 ① 네트워크 인프라의 신속한 확장 및 디지털화, ② 전력시장설계의 발전이 주요 과제임을 언급했다.
주*: 최근 ZVEI는 기존의 전자전기산업협회에서 전자∙디지털산업협회로 개칭
- 디지털 산업: 2023년 처음으로 시장 규모 2000억 유로 돌파 예상
독일 연방 정보기술미디어협회(Bitkom)에 따르면, 2023년 독일의 IT, 전기통신(Telecommunication) 및 가전제품의 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3.8% 성장한 약 2034억 유로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처음으로 총 매출 2000억 유로를 돌파하는 것이며, 고용인원 또한 약 135만 명으로 전년대비 3.4%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올해는 IT 분야가 전년대비 6.3% 성장하며 시장 규모 성장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가전제품 시장의 경우 3년 연속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제적 불확실성이 특히 가전제품 시장에 큰 타격을 준 것과 관련이 있으며, 2023년 가전제품 매출은 전년대비 7.3% 감소한 76억 유로 규모로 예상된다.
시사점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불안정한 공급망, 인플레이션, 에너지 위기 등으로 독일 경기 및 산업계에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올해 초 독일 연방정부가 2023년 경제성장률을 -0.4%(작년 겨울 발표)→+0.2%로 상향 조정한데 이어 2024년 경제성장률은 +1.8%로 예측한 만큼 국내 기업은 독일의 경기 추이를 꾸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비록 여러 상황으로 인해 올해 독일 산업계 전망이 밝지만은 않으나 공급망 상황과 자재 부족 현상은 비교적 완화되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국내기업은 경기 및 산업계 흐름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독일 산업계의 추진 방향(예: 전자산업의 경우, 네트워크 인프라의 확장 및 디지털화, 전력시장설계)에 맞춘 시장 전략이 필요하다.
주*: Ifo 경제연구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재부족을 겪고 있다고 응답한 제조업계는 50.7%(2022년 12월)→48.4%(2023년 1월)로 감소했다.
자료: Handelsblatt, IW, Ifo, Bitkom, ZVEI, Tagesschau, ndr.de, 독일 연방정부, welt.de, leuchtturm.de 및 KOTRA 프랑크푸르트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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