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은 제법 불친절한 공간입니다. 누군가는 그림이 말을 걸어온다고 하지만, 다가가도 걸어보아도 멈춰보아도 그저 그림일 뿐입니다.
또 누군가는 미술관 산책이라고 일컫지만, 앞뒤 사람과의 간격을 맞추며 무빙워크를 걷는 기분도 들 겁니다. 취미를 만들고 싶은 휴일마저 피곤한 도시인들을 위해 조금 색다른 미술관을 소개합니다.
여유로움까지 예술로 만든 공간을 걷다 보면 이번엔 정말로 그림이 말을 걸어올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 크로아티아 자그레브(Zagreb)
브로큰 릴레이션쉽 박물관(Museum of broken relationships)
전시 난이도: 하 / 여유 게이지: 하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는 유명 휴양지 두브로브니크를 방문한다면 필수적으로 거치는 도시입니다. 보통은 경유지라고 생각하여 가볍게 지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는 그 어느 도시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미술관이 있습니다. 번역하면 실연 박물관인 이곳은 2006년 올린카 비스티카(Olinka Vištica)와 드라헨 그루비식(Dražen Grubišić)이 기획한 예술 프로젝트입니다. 말하자면 박물관 내에 있는 소장품이 아니라 박물관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인 셈입니다.
이곳에서는 이별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소장품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물건과 이야기는 여러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헤어진 연인, 실종된 엄마, 연락이 끊긴 친구. 그 관계와 이야기가 남겨진 구두 한 짝에, 바다 사진 한 장에, 때 탄 인형에 묻어 있기 때문입니다. 전시된 내용이 일상적이기에 쉽게 둘러볼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인근에는 전시 관람 후 관계에 대한 여러 단상을 나누기에도 좋은 장소가 있습니다. 박물관을 나와 작은 골목을 따라가면 작은 공원과 산책로로 이어집니다. 이 공원은 지대가 높아 자그레브 시내를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특히 추천하는 산책로는 스트로스마이로보 세타리스테(Strossmayerovo šetalište) 입니다. 박물관에 속해 있지는 않지만, 전시의 여운을 달콤한 아이스크림과 녹여 먹기에 적합한 곳입니다.
입장료: 5,55€
홈페이지: www.brokenshi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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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독일 노이스(Neuss)
인젤 홈브로이 미술관(Insel Hombroich Museum)
전시 난이도: 중 / 여유 게이지: 상
인젤 홈브로이 미술관은 전시만 관람해도 혹은 산책만 해도 입장료가 아깝지 않은 곳입니다. 독일 서부에 있는 노이스(Neuss)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도인 뒤셀도르프(Düsseldorf) 인근 도시로 관광객이 많이 찾지 않는 곳입니다. 그런데도 인젤 홈브로이 미술관을 추천하는 이유는 대도시의 미술관이 갖출 수 없는 요소로 가득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1987년에 개관한 이곳은 ‚자연과 평행한 예술‘을 모토로 세워졌습니다. 호수와 공원으로 이뤄진 21헥타르 규모 부지에는 매표소와 카페테리아를 포함한 15개 건물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또한 모든 미술관 건물에 조명 대신 자연광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때문에 특별전도 좋지만, 소장품 관람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곳입니다. 구스타프 클림트, 앙리 마티스 그리고 렘브란트 판 레인 등 유명 작가의 초기작과 드로잉이 있어, 미술품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 추천할 수 있습니다.
이 곳은 사실 미술관 방문이 낯선 사람들에게도 좋은 곳입니다. 산책과 전시 관람, 자연 속에서의 티타임을 경험하고 나면 예술이 일상 먼 곳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혹은 각 건축물의 구조와 야외 조각 공원을 눈여겨 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곳은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점이 단점이지만, 색다른 피크닉을 즐기고 싶은 가족 단위 관람객들에게 적합한 곳입니다.
입장료: 평일 15€ (할인 시 7,50€), 주말 20€ (할인 시 10€), 6세 이하와 Art:card 소지자 무료, 학생과 대학생, 장애인 할인
홈페이지: www.inselhombroich.de
3. 벨기에 브뤼셀(Brussels)
카날-퐁피두 센터(Kanal-Centre Pompidou)
전시 난이도: 상 / 여유 게이지: 중
카날-퐁피두 센터는 프랑스 메츠(Metz)에 이은 두 번째 퐁피두 분관입니다. 미술관 건물은 과거 시트로엥 대형 차고로 사용되던 건물입니다. 이곳은 시민 문화 공간으로 전환되기 전 특별 전시 공간으로 꾸려졌습니다. 따라서 기존 미술관과 다른, 산업 용도의 공간 특징이 살아있습니다. 독특한 동선과 익숙한 듯 낯선 분위기가 이곳의 강점입니다.
이 미술관은 본관 파리 퐁피두 센터의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대체로 실험적인 현대 미술, 퍼포먼스 등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실험적인 성격은 분명 해석에 어려움을 주지만 그만큼 해석에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작품 하나하나에 집중해서 들여다보는 것도 좋지만 때론 보이는 대로, 느끼는 대로 감상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특히 이곳에 강렬한 빛이 드는 시간에 방문한다면 전시된 작품보다 빛이 새어 들어오는 구석구석을 탐험할 수도 있습니다.
거대한 공장 건물을 충분히 걸은 후, 1층에 마련된 카페테리아에서 쉬는 것도 좋지만 건물 바깥으로 향하길 추천합니다. 자연적인 강이 없는 브뤼셀에 흐르는 물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곳이 브뤼셀 운하입니다. 운하 근처에 앉아 맥주와 가벼운 스낵을 곁들이며 작품을 관람하며 느낀 충격을 나누기에도 충분한 곳입니다. 브뤼셀 시내에서도 멀지 않고, 대중교통으로도 방문하기 편해 뚜벅이 여행자에게도 좋은 곳입니다. 현재 이곳은 임시 개장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2024년에 최종적인 형태로 재개장될 예정입니다. 이 미술관의 형태가 역사 속으로 들어가기 전 경험하는 것을 권합니다.
입장료: 10€, 26세 이하 5€, 선생님 8€
홈페이지: www.kanal.brussels
작성: 알단테 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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