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아이들의 생일파티
소박하지만 행복한 날
독일의 아이들은 생일 파티를 어떻게 할까?
우리 나라와 다를까, 같을까?
물론, 부모의 교육가치관이나 살림형편 등으로부터 그 방식이 정해지기 마련이겠지만.
그래도 몇 가지 일관된 공통점이 있다.
- 초대명단은 생일 주인공이 직접 정한다.
- 장소는 집 또는 놀이터- 아이들이 편하게 놀 수 있는 곳으로 정한다.
- 파티음식은 단촐하다.
- 함께 할 놀이를 계획한다. (여름-물놀이, 해적놀이, 체육종목, 여가게임 등)
- 초대장을 미리 보내고 참석여부를 정확하게 파악한다.
- 생일선물은 가까운 장난감 가게에서 미리 골라놓고, 그 박스에서 골라서 선물한다.
오늘은 강민이의 친구 Rio의 여동생 Zora의 3살 생일파티 이야기를 해 본다.
유치원 끝나고 갑자기 초대 받은 거라 가는 길에 Zora를 닮은 하얗고 작은 꽃다발을 사가지고 갔다.
(아이가 어리고, 직접 초대하지 않아도 형제 자매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그들의 친구들을 초대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Zora의 엄마 Dorothy와 아빠 Ken은 모두 발도르프 학교를 졸업했고, 16살부터 10년째 파트너로 살고 있는 젊은 부부이다. (파트너란, 결혼식을 하지 않고 사실혼관계의 동거인. 가족이다. 한국에서는 전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라고들 말하지만 독일에서는 이런 형태의 가족들이 꽤나 많다. )
이 두 사람은, 하는 일도 많을테고 수입은 넉넉치 않은데도 항상 침착하고 밝다. 어떻게 보면 느려보이고, 게을러 보일 수도 있지만, 언제나 여유가 있고 부족함에, 못하는 것에 불평을 하지 않는다. 그냥 현재에 적당히 맞춰가면서 산다. 그리고 그들만의 정확한 교육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을 너무 많은 자극으로부터 보호하고, 위생에 대해서는 느슨하며, 온 가족이 채식을 하고 허용범위를 넘었을 때는 아주 단호하게 혼낸다.
26살이라는 어린 나이지만 전혀 어리게 느껴지지 않는 배울게 많은 두 사람이다.
0살 Kiro를 앞에 안고, 3살 Zora를 등에 업고, 6살 Rio를 손잡고 가는 모습은 정말 존경스럽고 위대한 엄마다!
Dorothy는 웃음이 많은 엄마는 아니지만, 진지하고, 아이를 기다려주며 아무리 주변이 시끄러워도 책을 읽어달라는 부탁은 항상 들어준다. 천천히, 끝까지 읽어준다.
Zora의 생일 파티 장소는 그들의 집에서 두 블럭 지나에 있는 동네 놀이터였다.
놀이터의 한 쪽 가장자리 잔디밭에 작은 담요를 깔고, 눕고싶은 사람은 눕고, 못 걷는 아기들은 기어다니고, 잔디에 그냥 앉고 싶은 사람은 아무데나 원하는 곳에 앉고… 평평한 곳을 찾아 준비 해 온 음식을 셋팅했다.
직접 구운 케잌과, 누들 샐러드, 수박, 씨없는 포도, 주스, 과자, 파스타 등 비교적 간단한 차림이고 화려한 접시따위는 없다. 선물 대신 음식을 가져오는 부모도 있다.
풍선 두개 달고, 아이들은 뛰어 놀고, Zora를 아는 어른 친구들도 오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친할아버지, 친할머니, 다들 각자 그들의 편한 시간에 나타난다.
엉뚱하고 재밌는, 아이들과의 몸놀이를 맡아주는 토마스 친할아버지는 어디선가 들리는 음악 연주소리를 따라가더니, 근처에서 연주 중이던 길거리 악사들을 스카우트해오셨다. 덕분에 생일 축하연주와 노래를 모두 즐겁게 불렀다. 너무나 근사하지 않은가?
(토마스 할아버지는 그들에게 10유로를 쥐어 주신 것 같다. ^^)
아이들은 먹기도 하고, 놀이터에서 놀던 모르는 아이들도 어울려 축구도 하고, 놀이터에서 놀고, 그냥 평상시보다 조금 더 재미있는 특별하면서도 편안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빠의 친구가 들고 온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아이들이 우루루~~~ 몰려들었다. 나도 궁금해서 막 들여다 보았더니, 선물 상자에는 기묘한 것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병원에서나 볼 듯한 주사기 (바늘없는 주사기 몸통) -> 물총으로 아주 인기 만점이였다!
마스크 (병원놀이를 위한 것인 듯!)
탱탱볼
비누방울
여러모양의 젤리 등등
Zora를 위한 선물상자였지만, 모든 아이들이 함께 나눠 가지고 놀 수 있는 것들이였고, 그래서 모두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느 순간, 어디선가 기타 소리가 들렸다. 잔잔히… 아무 말씀 없이 조용히 앉아만 계시던 Zora의 외할아버지였다. 예전에 유명했던 고전가수 Georg Kreislerf를 좋아하신다는 아인슈타인 닯은 외할아버지 한스는 그때부터 아무때나 기타를 치고, 항상 환하게 웃어서 우리까지도 기분이 좋아졌다. (아래는 실감나는 노래 영상!)
잔디밭에는 또 한번 아이들이 우루루 몰려있다. 개성이 넘치는 독특한 브라질리언 외할머니 소피아는가 아이라이너를 꺼내서 페이스페인팅을 해준다. (소피아는 페이스페인팅이나 간단히 미술활동 할 수 있는걸 자주 들고 다니는 편이시다.)
이렇게 모두가 특별하지만 편하게 부담없이 쉬다 오는 기분으로 오후를 보냈다. 아무도 스트레스없이.. 그냥 그렇게..없으면 없는대로..있는 만큼으로.. 억지로 시키는 사람이 없기에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그리고 각자 가고싶은 시간에 돌아간다..
진행자도 없고, 화려한 음식을 준비하느라 지친 사람도 없고, 반짝거리고 거추장스러운 옷을 입은 주인공도 없고, 그저 여럿이 모여 즐겁게 웃고 배불리 먹고, 오랜시간 실컷 놀았던 날..
그게 독일의 평범한 아이의 생일 파티였다.
아이에게는 한 마디로,
실컷 놀은 날!
- 작가: 이연재/기획자
독일과 한국에서 놀이터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쉬고 노는 곳을 연구합니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관찰합니다.
- 본 글은 이연재 작가님께서 브런치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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