쾰른에서 버블티가 먹고 싶을 땐
Onezo는 어떠세요?
독일의 락다운이 2월 14일까지지 않을까 희망차던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2월 마지막 날까지 또다시 연장되었다. 식당과 카페에서 밥 한 끼, 커피 한 모금도 마실 수 없게 된 지가 벌써 몇 달 째인지, 집에서 혼자 밥 먹는 것도 이제는 한계에 다다른다. 그러던 와중 친구로부터 버블티를 혹시 좋아하냐며 연락이 왔다. 내 기억 상으로는 슈퍼 혹은 조깅을 이유로 집 반경 1km 이내로만 외출하는 이 생활이 근 세 달은 이어지고 있었기에, 버블티 가게가 집 근처에 있을 리 만무하기에, 쾰른에서 버블티를 마신 적은 아직 없었기에, 타피오카의 쫀득함이 갑자기 내 머릿속을 점령하였기에 한치의 망설임 없이 “YES”를 답하였다. 버블티 마저 나의 예상과는 달리 쾰른 안에 몇 군데나 있었다. 어디를 갈지 고민을 하다 친구 피셜 가장 유명한 곳으로 가자, 로 결정이 났다.
친구의 근무가 끝나갈 무렵, 그녀의 연구실 근처 역에서 우리는 만나 같이 트램을 타고 쾰른 중앙역, 즉 쾰른 Dom (대성당)이 있는 곳으로 갔다. 쾰른의 상징이자 몇몇 관광객들에게는 다른 도시를 가던 와중 잠시 내려 대성당만 빼꼼히 보고 사진 찍고 돌아서는 장소로도 유명한 쾰른 대성당. 집 발코니에서 조그마하게 보이던 것이 가까이서 보면 항상 너무 거대하고 뾰족하고 뭔지 모를 두려움을 선사하기에 나에게 있어서의 대성당은 가까이 다가가기 참 어려운 존재이다. 특히나 수많은 계단을 타고 꼭대기 가까이까지 올라가다 마지막 10계단 남짓 남은 순간 너무 무서워 올라가기를 포기한 기억이 있기에 더 다가가기 힘든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런 쾰른 대성당을 왼편으로 끼고 걷다 가게들이 즐비한 곳으로 들어서서 조금만 걸어가면 바로 오늘의 주인공인 Onezo 버블티 가겟집이 나온다.
간판부터 버블티를 마시고 있는 사람의 입부분 얼굴과 컵을 잡고 있는 손, 그리고 컵 안의 알록달록한 타피오카들로 내 눈을 사로잡았다. 우리는 메뉴판을 보며 무엇을 먹을지 고르는데 시간이 아주 오래 걸렸고 그러는 사이 몇몇 그룹의 사람들은 이미 주문 후 다양한 버블티를 받아서 유유히 사라지고 있었다. 메뉴판의 Dirty Serien은 뭐고 고구마라테에 타피오카 펄은 무슨 맛일까, 별 궁금증이 더해져 고르는데 시간은 계속 지체되어 갔다. 여담으로 음료가 잘 섞어 있지 않고 층이 생겨 있는 모습을 여기서는 dirty라고 표현한다고 한다. 작은 내부 가게에는 락다운으로 인하여 손님은 들어갈 수 없게 막아놓아져 있었고 그래서 우리는 입구에서 주문을 해야 했다. COVID-19가 창궐하기 이전의 이 가게의 모습은 어땠을까, 이젠 상상도 잘 되지 않는다.
우리는 무엇을 마실지 마지막까지 고민을 하다 결국 친구는 말차 라테, 나는 브라운 슈거 홍차 라테 큰 사이즈를 시켰다. 사이즈. 당도 (100%, 50%, 25%, 0%), 그리고 얼음을 넣을지 말지(보통, 보통의 50%, 0%)까지 고르고 나면 주문 완료. 단, 이 가게는 현금 결제만 가능하니 카드만 가지고 있었다간 빈 손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므로 다들 주머니에 현금 10유로 혹은 20유로는 항상 챙겨서 다니기를 추천한다. 겨울에 붕어빵이나 호떡을 사 먹기 위해 오천 원을 주머니에 꼭 넣어 다니는 것처럼 여기서도 그런 비상금이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거기다 독일은 이 버블티 가게처럼 현금결제만 가능한 가게들이 꼭 있기에, 특히 빵집이나 작은 개인 가게들은 대부분이 현금결제만 가능하기에 현금을 챙기고 다니는 것이 갑작스럽게 다가온 기회를 놓치는 그런 아쉬움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하나의 팁이다. 주문도 무사히 완료하였고, 우리는 가게 밖에서 우리의 버블티를 기다렸다. 기다리며 내부를 좀 더 살펴보았는데 직원 한 분이 아까부터 계속 밀가루 반죽할 때 가게에서 사용하는 기계 같이 생긴 곳에 물 같은 액체를 조금씩 넣으며 섞는 것이 보여 눈이 계속 갔다. 결국엔 아이처럼 창문에 들러붙어 구경하였는데, 이 작은 버블티 가게가 유명한 이유는 바로 이것 있었다! 이 가게는 타피오카 펄을 가게에서 매일 직접 만들어서 제공하는 것이다.
타피오카 펄을 만드는 모습을 구경하며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쯤 드디어 우리의 버블티가 완성되어 눈 앞에 나타났다. 과연 쾰른에서의 첫 버블티는 어떤 맛일까? 두근대며 빨대를 꽂고 망설임 없이 쭈욱 들이켰다. 둥글둥글 큰 타피오카 펄들이 입안에 들어와서 갓 씹었을 때의 그 느낌은 가히 표현할 방도가 없다. 특히 쫀득한 떡을 못 먹은 지 반년이 넘은 사람의 입에서 씹히는 타피오카 펄은 떡순이인 나에게 떡 이상의 행복함을 선사해 주었다. 이렇게 신선한 타피오카 펄이 있다니, 아니 타피오카 펄에서도 신선도를 느낄 수 있다니, 정말 신세계가 새로 열리는 순간이었다. 맛은 한국의 흑설탕 밀크티와 흡사하였고 다음에는 친구가 먹은 말차 라테에 타피오카 펄을 넣어 먹어보리라 생각하였다.
대만족, 그중에서도 대만족을 하며 우리는 주변을 서성이며 밀크티를 마셨다. 쾰른은 어제 기온이 영하 4도로 떨어져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둘 다 부들부들 떨며 마셨지만 그래서인지 더 기억에 남는다.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생각나는 타피오카 펄로 아마 조만간 또 찾아갈 듯하다.
누군가 쾰른을 오게 되면 여기는 꼭 데리고 갈 것이다. 특히 그때가 여름이라면 버블티 한 잔씩 들고 라인강을 따라 걸으며 이야기 나누어야지. 그런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원해본다.
- 작가: 몽글맹글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걸 좋아합니다. 쓰면서 정리합니다. 주로 독일에서의 일상 및 매일의 삶 속에서 언젠가 기억하고 다시 꺼내보고 싶을 작고 소중한 일들을 기록합니다.
- 본 글은 몽글맹글 작가님께서 브런치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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