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피검사. 아직도 수치가 기대에 못 미치는 모양이다. 수요일 아침 다시 피검사. 결과가 좋으면 오후 항암 예정이다. 월요일 오후 문어 사러 출격!
지난번 올린 산사나무 사진에 대해 수상한 느낌을 받은 건 토요일 저녁이었다. 이른 저녁을 먹고 남편과 산책을 나갔다. 산책길에 지천으로 핀 흰 꽃무리. 내가 산사나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 꽃 앞을 지날 때, 남편이 큰 꽃송이를 따더니 먹는 시늉을 하는 게 아닌가. 먹는 꽃이란다. 이게 웬 말? 진달래도 아니고. 머릿속에서 메에, 염소 울음소리가 들렸다. 산사나무 열매를 약재나 차로 사용한다는 건 들어봤어도 프루스트 책 어디에도 먹는다는 말은 없었는데. 불현듯 찾아온 불안한 예감. 뭔가 잘못된 거 같았다. 이거 산사나무 아니야? 먹는 꽃인 줄은 알면서 이름은 모르는 남편. 급히 앱을 켜고 확인. 그의 입에서 알아먹기 힘든 이름이 나왔다. 가슴이 철렁! 나 어떡해, 어떡하냐구. 저걸 산사나무라고 자신 있게 올렸는데!
산사나무로 추정되는 또 다른 꽃나무가 로젠 가르텐에 있었다. 사월 말에 한국에서 돌아오자마자 본 꽃인데 지금은 지고 없겠지. 일요일 아침 새벽 다섯 시에 잠이 깨어 브런치에서 산사나무를 검색해 보았다. 안신영 작가님의 봄꽃들 중에서 산사나무 꽃을 발견. 내 폰에서 산사나무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사월의 꽃 사진도 체크. 꽃도 잎도 영 아닌 것 같았다. 헷갈린다. 사진으로 앱을 확인한 남편이 아닌 것 같다고 쇄기를 박으심. 일요일 오전에 로젠 가르텐으로 달려가 앱으로 확인해 봤다. 잎과 열매로는 답이 안 나옴. 지금은 꽃이 지고 열매만 달려 있다. 가을에 주렁주렁했던 애기 사과가 기억난다. 그럼 사과꽃? (산사나무가 아닌 꽃 사진을 올린 것에 대해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리며 개인적인 다짐도 보탠다. 내년 봄에는 꼭 확인하겠음. 산사나무도 꼭 찾아보겠음. 그때까지 암도 낫도록 노력하겠음!)
일요일 아침은 발코니에서 먹었다. 며칠째 30도에 이르는 무더위로 지친 후라 아침 공기가 더없이 선선했다. 이번 주말에는 남편이 야외 수영장 예약을 못했다. 뮌헨 사람들 동작이 얼마나 빠른지 수요일 아침에 접속하니 벌써 예약이 꽉 찼더라나. 사흘 전 예약이라 뮌헨 시내 그 많은 야외 수영장 중 하나는 있겠지, 안일하게 생각한 탓도 컸다. 사람들은 대체 언제 인터넷에 들어간 걸까. 남편은 일요일에도 일하러 갔다. 가기 전에 아침용 검은 빵을 사 왔고, 아이와 나와 언니에게 맞춤 식사를 준비해 주었다. 주말에만 마시는 아메리카노는 남편이 사 온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만 부으면 끝! 검은 빵 위에 올려준 계란도 맛있었다. 언니는 매일 아침 크루아상을 먹고 있음. 점심은 언니가 간장 소스로 구워준 소고기와 상추쌈이었다. 이보다 더 맛있을 수 없다.
여섯 번째 항암을 한 주 쉬었다는 소식을 듣고 옛날 부산에서 같이 일했던 E언니가 소식을 전했다. 항암을 시작하면 백혈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호중구 수치가 떨어진다고. 한국의 경우 3주에 한 번 항암을 할 때 항암약이 세니까 항암과 호중구 주사를 같이 준다고. 독일은 항암이 세지 않아서 안 하는 모양이라고(나는 매주 항암을 하고 있다). 그다음이 중요하다. 일단 수치를 높이기 위해서 단백질을 많이 먹으라고. E언니가 추천한 건 소고기 안심과 문어. 오호, 내가 좋아하는 거네! 월요일 아침 피검사를 했더니 아직도 만족할 만한 수치는 아니라고 했다. 수요일 아침에 다시 피검사를 해보고 괜찮으면 오후에 항암을 하잖다. 피검사를 하던 의사 마리오글루 샘이 항암약이 세서 그런 거라고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그랬구나. 기다려라 백혈구들아, 호중구들아. 더위가 한풀 꺾이는 늦은 오후에는 문어를 사러 빅투알리엔 마켓에도 나가볼 참이다.
- 작가: 뮌헨의 마리
뮌헨에 살며 글을 씁니다. 브런치북 <프롬 뮤니히><디어 뮤니히><뮌헨의 편지> 등이 있습니다.
- 본 글은 마리 오 작가님께서 브런치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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