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텍탁코리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먼저 간단히 자기 소개 부탁 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베를린공과대학교(이하 베를린공대)에서 컴퓨터과학(Computer Science, Informatik)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이태권 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베를린공대 한인학생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아직 여러모로 부족하고 배워가는 저에게 과분한 인터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고 쑥스럽습니다. 독일 내 다양한 분야 및 전공을 공부하시는 많은 학생분이 계실 텐데요, 앞으로 답변드릴 내용은 저의 개인적인 경험 및 주관적인 느낌이니 너그럽고 편하게 들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멋진 대학원 생활을 기대하셨겠지만 코로나 때문에 많이 아쉽겠습니다. 코로나 시기의 대학원 생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특히 외국 학생으로서 느꼈던 한계나 어려움은 무엇이었나요?
코로나 시기 동안 세 학기에 걸친 독일생활을 뒤돌아보자면, 혼란과 바로잡음, 체념과 희망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입학 때의 상황부터 간단하게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코로나 바로 이전 겨울학기 입학 당시, 저는 합격통지서(Zulassung)를 예상보다 늦게 받았고 부랴부랴 준비해서 왔지만 이미 학기가 시작한 후에 베를린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수강하고자 했던 과목들은 수강신청이 필요한 수업들이었고, 이미 마감이 되어서 늦었던 저에게는 기회가 없었습니다. 첫 학기는 각종 서류 처리, 방 구하기 및 적응도 해야 하니, 힘을 빼고 여유를 가지고 다가오는 여름학기부터 본격적인 학교생활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2020년 3~4월이 되면서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면서, 학기는 모두 온라인으로 전환되었고, 제가 상상했던 캠퍼스 라이프는 없던 것이 되었습니다. 베를린의 어느 단칸방에 거주하는 베를린사이버대학교 소속의 유학생 아무개가 되어버렸습니다.
이후로 지금까지 실질적으로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지루한 온라인 강의를 들어도 머릿속에는 들어오지 않고 언어능력은 퇴화했습니다. 가끔은 이 먼 곳에서 무얼 하고 있나 사색에 잠기곤 했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어려움을 겪으셨겠지만, 큰 맘 먹고 머나먼 이국땅으로 온 유학생의 관점에서 가장 인정하기 힘들었던 점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성장할 기회의 상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학업을 통해 전문지식을 쌓아가는 것,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며 Soft Skill을 쌓는 것, 새로운 경험과 자극을 통해 견문을 넓히는 것 모두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조금은 희망적인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모두가 느꼈을 정체감과 고립감을 해소 할 날이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기다립니다.
인공지능을 공부하신다고 하셨는데요, 한국과 독일의 인공지능 기술을 비교하면 어떤가요? 우리가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
인공지능이라 하면 상당히 거창하고 어렵게 들리실 수 있겠습니다만 간단히 정의하자면 인간처럼 사고하고, 행동하고, 결과물을 내는 컴퓨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와 관련한 다양한 분야로는 데이터 수집/저장/이동/전처리부터 알고리즘 개발 및 보완, 그리고 과정과 결과에 대한 수리 통계적 분석, 데이터의 보안 등이 있습니다.
똑같지는 않지만 아마도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많은 종류의 식재료가 보관된 창고에서, 적절한 재료를 엄선하여 깍뚝썰거나 어슷썰거나 다지거나 해서 전처리한 후, 적당한 재료끼리 조합하고, 적절한 조리기구 및 기계를 사용하여, 소위 먹을만한 혹은 사람이 만들었을만한 요리를 만들어내고, 이것의 모양/향/맛을 평가한 후, 최종적으로 보완하는 과정 총체를 컴퓨터에 맡기는 것이라고 간단히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독일의 인공지능 관련 연구가 중국, 미국과 대등하게 세계 탑 수준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뒤이어 인도, 영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고, EU라는 연합체를 리드하는 국가로서 경쟁력과 잠재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장점은 새로운 것을 빠르게 이해하고 적용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한편 윤리적인 부분에 대한 인식 및 제도적-정책적 기준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례로 얼마 전 머신러닝 모델을 사용하여 개발된 모 기업의 인공지능 챗봇 애플리케이션에서 혐오/차별 표현이 필터링 되지 않았고, 사용자의 개인정보문제 또한 발생하는 등 정립되지 않은 AI 윤리로 인해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독일은 상대적으로 단단한 이론적 베이스를 상당히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위해 그것의 토대가 되는 이전 기술 및 이론을 수학적으로 해석하고 증명한 후 넘어갑니다.
또한, 개인정보보호 및 AI 연구윤리가 매우 중요시되며 관련 제도와 인식이 상당히 발전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새로운 기술을 상용화하고 그것을 대중들이 수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미국, 중국과 비교하면 더 많이 소요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독일로 미리 와서 입학할 학교는 찾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에서 이미 대학원 합격을 한 후 독일로 오셨다고 했는데요, 어떻게 준비해서 미리 합격을 하고 독일에 올 수 있었나요? 좋은 팁이 있을까요?
전략적인 사전조사와 치밀한 계획수립, 그리고 어느 정도의 깡과 함께 내려놓는 마음가짐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부시절 독일 칼스루에에서 교환학생 신분으로 머무른 경험이 있습니다. 정말 좋은 시간이었고, 훗날 공부를 더 하게 된다면 독일이라는 나라도 분명히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겠다 생각을 한 계기였습니다.
학부 3학년 때부터, 연구인턴을 하면서 우연히 접한 기술이 베를린공대에서 연구 및 개발된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베를린공대 진학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지원에 필요한 어학성적 및 학부 때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과목을 미리미리 사전조사하였습니다. 학교 홈페이지의 입학 관련 카테고리는 외우다시피 하였고, 일주일마다 체크함으로써 수정된 내용에도 대비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Reddit 및 Studis-Online과 같은 웹사이트를 통해 지원예정자 및 재학생들과 정보를 적극 묻고 공유하였습니다.
그 결과 입학 시 요구되는 특정 카테고리의 학부 과목들의 경우 매우 기준이 엄격하며, 그 과목들의 수강 여부가 합/불을 좌우하기까지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과목은 한국의 컴퓨터공학과 커리큘럼 하에서는 일반적으로 가르치지 않는 과목이었고, 결국 졸업을 한 학기 연장하며 수학과에서 그 과목과 가장 비슷한 내용을 가르치는 과목을 수강했습니다.
독일 대학원 지원 시, 제가 이수한 과목이 입학요건으로써 제시된 과목과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으나, 어떠한 점에서 상당한 유사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아주 상세하게 기술하였습니다.
그리고 필수 제출서류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사실임을 증명하는 객관적인 자료(강의계획서)에 일일이 담당 교수님의 서명을 받아 추가로 제출하였습니다. ‘이 정도로 했는데 떨어진다면 그때는 미련없이 받아들이자’ 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입학요건 중 제가 불확실하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한 정보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집하였고, 거의 모든 역량을 그 지점에 쏟아부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리스크가 있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가히 ‘서류테러’라 할만큼 가능한 모든 자료를 추가적으로 제출했던 것이 감사하게도 결과적으로는 유효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대학생활과 비교할 때 독일의 대학원 공부는 어떤가요? 한국에서 학부 때 배운 것들이 대학원에서 잘 활용이 되나요?
베를린에 온 후 학업을 시작하고 저도 당연히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정립된 학문은 세계 어디든 어느정도 보편성을 띄기 때문에 내용적인 면에서는 한국에서 배웠던 것에 이어 연속성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론을 설명하는 수단, 교수법, 수학기호, 시험방식 등에서는 낯선 느낌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본질적으로는 동일한 수학 공식이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기호가 한국과 달라 혼란스럽다던가, 상대평가 시스템이 아닌 절대평가 시스템에 적응해야 한다던가 하는 것입니다.
특히 절대평가 시스템의 경우, 한국에서 공부를 하고 오신 분들이라면 익숙하지 않은 부분입니다. 얼핏 들으면 쉽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시험의 난이도와 전체적인 점수분포가 보정되는 상대평가 하에서는 ‘결국 내가 남들보다만 잘하면 된다’ 지만, 절대적인 점수를 기준으로 삼는 절대평가 하에서는 ‘내가 잘해야 한다’ 이기 때문입니다. 시험이 어렵든 쉽든, 옆의 친구가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교수가 원하는 수준의 정해진 점수를 받아야만 합니다.
난이도나 운과 같은 외부적인 요인에 기대는 대신에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해야하고, 순수한 나의 실력을 통해서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독일에서의 학업은 „빈틈없는 단단함“을 쌓는 과정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한국의 대학생활이라고 해서 지식을 쌓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 결이 조금은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비유하자면, 블록으로 피라미드를 쌓는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한국에서 제가 받은 느낌은, 학부수준에서는 일단 피라미드처럼 보이게 쌓기만 하면 인정을 받습니다. 간혹 블록이 빠진 구멍이 있든, 무엇을 덧대었든, 속이 비었든지에 상관없이 말입니다. 뒤늦게 발견한 큰 구멍일지라도 그때그때 메우면 됩니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빠진 블록의 구멍이 발견되면 교수님의 펜이 그 사이로 들어와 제가 어설프게 쌓았던 피라미드를 사정없이 무너뜨리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시 스스로 묵묵히 쌓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말입니다.
제 생각엔 스스로의 힘으로 평소에 얼만큼 단단해지느냐가 차이점인 것 같습니다.
비록 피라미드의 높이가 조금은 낮을지라도, 가장 기본이되는 아래층부터 일관적이고 빈틈없게 학습하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됩니다.
독일로 유학을 생각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 준다면 독일에서 학부부터 공부하는 것을 추천하시나요?
각자의 전공, 조건 혹은 목표하는 지향점이 다르기에 섣불리 일반화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젊음을 상징하는 대학생’ 이라는 타이틀 보다 ‘공부를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뚜렷한 목적의식이 있으시다면 독일에서의 학업을 추천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대학생활을 해보신 분은 대략 아시겠지만, 일반적인 대학생활 4년 동안 학기중에 공부만 하지는 않습니다. 1학년 때는 조금 놀며 쉬엄쉬엄 하기도 하고, 2,3,4학년이 될수록 점점 스퍼트를 올립니다. 평소에는 출석체크, 필수과제 및 필기에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었고, 시험을 앞둔 약 3-4주 동안 소위 벼락치기를 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게 마냥 나쁘다는 뜻은 아니며, 한국의 시스템 하에서는 결과도 어느정도 잘 보여줍니다.
그에 반해 독일에서 학생은 평소에 어느정도 일관성있는 태도로 공부 하기를 마땅히 요구받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학생들도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독일의 시스템 하에서 대학이란 고등교육기관은 정말 ‘공부를 하고자 하는 사람’의 비율이 높기 때문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첫 학기때 쉬엄쉬엄 하거나 빈틈이 있어도 그냥 지나간다면, 결국 학기 말 시험이나 고학년 언젠가는 스스로가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옵니다. 여러모로 정직한 시스템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본인의 스타일을 잘 파악하는게 중요합니다.
당장 적용가능한 실용성 보다는 탄탄한 이론적 베이스를 중요시하는 분이라면 독일에서 학부부터 공부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또한 본인의 스타일이 남들보다 더 빨리 앞장서는 것, 상대적인 우위에서 추진력을 얻는 유형이라기 보다는 본인 스스로에 집중하여 정도(正道)를 걷는 것을 추구하신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학업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하면서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하실 텐데요,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시켜 주실 수 있나요?
베를린공대는 국제학생비율이 약 27%에 달하는 International한 대학교입니다. 특정 전공에 따라서는 이보다 비율이 상당히 높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만큼 수업이나 과제에서 다양한 출신의 학생들과 협업할 기회가 상당히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접촉 제한이 없던 2020년 여름, 한 수업에서 게임을 만드는 그룹프로젝트를 해야 했었습니다.
팀원은 랜덤으로 배정되었고, 저는 독일/시리아/인도 친구와 한 그룹이 되었습니다. 독일 친구는 매사에 철두철미하고 계획적인 스타일이었습니다.
시리아 친구는 자기가 난민 신분으로 들어와 공부를 하고있다는 것을 당당하게 밝혔고 성실하고 조용한 친구였습니다.
인도 친구는 영화에서만 보았던 ‘알이즈웰(Aal izz well): 모든 것은 다 잘될 것이다’ 혹은 ‘YOLO(You Only Live Once): 인생은 한번 뿐이니 즐기자’라는 말이 행동에 배어있는 유쾌한 스타일이었습니다.
첫 미팅에서 인도 친구는 “Ein Bier ist kein Bier”를 외치며 같이 맥주 한 잔 하고 Small talk을 통해 친해지고 싶어했습니다.
반면에 독일 친구는 첫 미팅이니 만큼 우선적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길 원했습니다. 첫인상부터 이상적으로 완벽한 한 팀은 아니었던 것이죠.
그래서 매번 미팅에서는 그날의 할일을 우선적으로 하고, 매 주차 과제에서 일정 점수를 넘는다면, 그에 대한 보상으로 미팅이 끝날 무렵 맥주 한잔씩 하도록 하자! 라고 제가 제안을 했고, 모두가 동의를 했습니다.
이 합의에 대해 YOLO 친구의 일탈로 인해 가끔 문제가 있었지만, 대체적으로는 잘 지켜져 학기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출신 배경을 가진 학교 친구들과 프로젝트를 하면서, 이렇게 하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나만의 노하우가 있을까요?
성공적인 협업을 위해서는 사람을 파악하는 눈, 그리고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함을 느낍니다. 다양한 출신 배경을 가진 친구들의 특징이 있지만 그것은 단지 경향성일 뿐입니다. 본질은 구성원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먼저 상대방이 어떠한 유형의 사람인지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 기폭제가 되어 효과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는 유형도 있는 반면, 먼저 어느 정도의 결과를 보여주면 유대감이 생기는 타입이 있습니다.
때로는 비즈니스적인 태도로 성과에만 집중을 하는 유형도 있습니다. 더불어 본인이 어떠한 역할을 선호하는 사람인지를 스스로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만약 스스로가 팀원과 팀원을 이어주고 리더를 서포트하는 역할에 편안함을 느끼는지, 혹은 멤버들을 아우르고 추진력을 가지고 이끌어나가는 리더에 더 맞는지 말입니다.
한국과는 다를 수 있겠지만, 독일에서는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도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정확하고 간결한 표현은 곧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없는것이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제 생각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포장을 둘러서 이야기 하는 것 보다, 좋다 싫다를 논리적으로 분명하게 이야기 하는 것이 의사소통 면에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졸업하면 베를린의 스타트업에 취업해 보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분야의 인공 지능 스타트업으로 일을 하고 싶으신가요? 현재 그 분야의 회사들이 베를린에 많이 있나요?
방향성이 취업일지 창업일지는 아직은 모르겠지만, 스타트업 분야에서 일을 해 보고 싶은 건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스스로 젊다고 생각할 때는 조금 더 부딪히고 깨지면서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소위 “구른다” 라고 많이들 표현하시지만, 좋은 의미도 충분히 있다고 믿습니다. 세부 분야를 결정하기는 이르지만, 핀테크분야 혹은 자율주행차 데이터를 활용하는 소프트웨어 분야에 관심이 있습니다.
2020년 기준, 베를린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런던에 이어 유럽에서 두번째로 거대합니다.
브렉시트라는 정치적인 이벤트 이후 고무적인 것은 더욱 많은 양의 자본이 유럽연합의 중심인 독일, 그 중에서도 베를린으로 모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더군다나 베를린은 다른 독일의 도시들과는 다른 매력이 있는 도시이기에 매년 세계 각국의 젊은 청년들이 몰려듭니다. 물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도 분명히 있지만,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창의적인 생각과 이에 대해 포용적이고 개방적인 환경은 도전적인 일을 위해서는 분명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많은 한국 분들이 독일에 처음 오셨을 때 도어락 대신 찰랑이는 열쇠꾸러미를 사용하고, 민원서류를 위해 온라인 간편발급 대신 관공서에 가야하는 것을 경험하고 신선한 충격을 받으셨던 기억이 있으실거라 생각합니다.
디지털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날로그 문화가 지배적인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으실 겁니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 신기술을 적용하고 사용하는 것에 익숙한 문화가 아직까지는 아니라고 여겨집니다.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면, 코로나라는 요인이 이러한 생각을 조금씩 바꾸는 트리거를 제공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회사에 나가는 대신 홈오피스를 해도 된다는 것을 알았고, 우편과 서면 업무 대신 전자서류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정부는 노란 백신수첩(Impfpass) 대신 접종증명앱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작은 변화가 사람들의 인식과 업무방법의 전환을 앞당길 것입니다.
특히 디지털기술과 IT 분야에 있어 독일은 기존에 이미 존재했지만 동시에 새롭게 부상할 시장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도전하고 개척하는 성격을 가진 스타트업은 지금까지보다 더욱 더 긍정적인 환경을 맞이하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한인 학생회 회장을 하시는데요, 학생회는 어떤 일을 담당하나요?
저희 베를린공대 한인학생회는 베를린공대에 소속된 비영리단체로, 회원들의 투표로 선출되는 임원진을 통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2020년 말, 저와 부회장이 선출이 되었고, 2021년 올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학생회가 특정한 정치적 이념 혹은 사익의 추구를 위한 단체인지 궁금해 하는 분도 계시는데,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저희의 목적은 학생들의 이익이며, 무엇을 얻어갈 수 있을까 라는 부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저희 학생회에서 주최하는 이벤트는 크게 정기행사와 비정기행사로 나뉩니다. 정기행사에는 개강파티, 학술세미나, 정기총회 등이 있습니다. 개강파티는 학기 중 가장 큰 행사로, 새 학기 시작을 축하하며 재학생, 졸업생, 타 학교 학우, 연구원, 교민분들 모두 오셔서 이야기하고, 즐기고 네트워킹하는 행사입니다.
때로는 영사님 및 대사관 관계자분들께서도 오셔서 말씀과 함께 저희의 의견을 수렴해주시기도 합니다.
학술세미나는 재독한국과학기술자협회와 협력하여 개최하는 행사로, 다양한 분야의 학생 및 연구원분이 주제발표를 하고 의견을 나눕니다. 매년 12월경에 열리는 정기총회에서는 한 해를 결산하고, 차기 학생회를 계획합니다. 비정기적인 행사로는 신입생을 위한 오리엔테이션 및 질의응답 세션, 한-독 언어교환 Stammtisch 등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학생회에서는 베를린공대 학업자료아카이브를 오픈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생분들께서 학업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또한 상시로 알바, 인턴십, 취업공고 등을 공유하여 구인/구직에 대한 정보를 드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사관, 영사과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공유하고, 외국인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에 관한 핫라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한인분들을 모두 포용하기를 바란다는 베를린공대의 모토에 따라, 저희 학생회에서는 베를린공대 학생 뿐만 아니라 타 학교 학우분들, 연구원분들 및 베를린 내 교민분들을 환영하고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홈페이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행사 및 소식을 접하실 수 있으며, 이메일로 문의 주시면 언제든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마무리 인사말
연꽃은 진흙 속에서 피어납니다 – 제가 좋아하는 힙합곡의 주제이자, 코로나 시기 스스로 되뇌었던 말입니다.
대부분의 분들께 쉽지 않았던 시기였을테고, 어두운 상황에서 정체되고 고뇌했을 겁니다.
하지만 알고보면 진흙 속에는 성장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미네랄과 영양분이 많습니다.
우리는 역사책과 과학책에 기록될 한 페이지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훗날 이 어려움을 극복했을 때, 코로나때 느낀 감정과 경험들이 어떠한 형태로든 성장의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와 비슷한 상황의 유학생분들 그리고 각자의 분야에서 생업을 이어나가시는 교민분들, 흔들릴지라도 무게중심을 잡고 목표와 성취를 향해 정진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부족한 인터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끝까지 건강 조심하세요!
구코: 오늘 인터뷰 대단히 감사합니다.
베를린공대 한인학생회 (KoST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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