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벤츠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2년간의 파견근무를 마치고 나는 다시 내가 원래 소속되어있던 MBtech회사로 돌아왔다. 그리고 내부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일하는 동안 이직을 준비하게 되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메르세데스 벤츠에서 경험한 완성차 회사에서의 일이 나에게는 너무 좋았고 기술개발 서비스 업체를 통해 고객사에 파견되는 형식으로 임대되는 것을 그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직을 결심하고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직을 준비하는 중에는 사실 처음 직장을 구하는 때보다는 마음이 편했다. 왜냐면 어딘가로 이직하지 못하더라도 내가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었고 비록 내부 프로젝트를 참여하면서 조금은 지루한 업무를 맡아하고 있었지만 그곳에서 잘리게 되는 일이 생기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편안한 마음으로 이직을 준비할 수 있었고 이직을 준비하면서는 독일 완성차 회사와 대표 부품회사에만 지원을 했다. 그러던 중 컨티넨탈과 아우디로부터 면접의 기회를 얻었고 두 곳에서 모두 합격 통보를 받으면서 아우디로의 이직을 결심하고 2018년부터 아우디 본사가 위치한 잉골슈타트로 옮겨가 일을 하게 되었다.
아우디는 폴크스바겐에 소속된 브랜드로 그룹 내에서 기술개발을 가장 선두에서 이끄는 브랜드이다. 그래서 아우디가 개발한 기술이 그룹 내에 다른 브랜드에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기술을 통한 진보’가 아우디의 슬로건이다. 이 슬로건처럼 새로운 혁신적인 기술 개발에 아우디는 굉장히 역동적인 기업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아우디 자동차의 라이트 기술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리고 이제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버린 콰트로 기술도 아우디가 만든 자랑할 만한 기술 중에 하나다. 얼마 전 독일에 폭설이 내렸을 때 이전 아우디 A6의 콰트로 모델이 자신보다 몇 배나 큰 트럭을 빙판길에서 견인해내는 영상은 화제가 되었다. 이런 혁신적인 기술을 세상에 누구보다 먼저 선보이기 위해 그리고 기술을 통한 진보를 이루기 위해 지금도 아우디는 기술 개발에 굉장한 힘을 쏟고 있다. 나는 독일에 2009년에 왔는데 처음 유학을 준비하면서부터 매년 꾸준히 독일 대학생이 가장 가고 싶은 회사 통계를 보았는데 내가 온 2009년부터 디젤 게이트가 터지기 전인 2014년간 매년 1위는 아우디였다. 그래서 나도 유학을 하면서 아우디는 어떤 회사길래 독일에 있는 학생들이 이렇게 선호하는 걸까 궁금해했다. 그래서 아우디로부터 합격통보를 받았을 때 고민하지 않고 아우디로의 이직을 결정할 수 있었다.
내가 처음 들어간 부서는 자동차 인증 부서로 배기가스 테스트를 진행하고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인증을 진행하는 부서였다. 내가 아우디로 이직했을 당시는 아우디가 2015년 터진 디젤 게이트 사건으로 한국시장에서 대부분의 모델에 대한 인증을 취소당한 뒤 2년간 판매 금지 처분이 끝나고 이제 막 다시 한국시장에 자동차를 팔기 시작한 시기였다. 그래서 한국시장에 판매할 모델들의 인증 업무가 많이 밀려있었고 내가 들어간 부서는 내가 들어가기 6개월 전에 인증만을 위해 새로 만들어진 부서로 아직 정비가 되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기에 나는 입사하자 마자부터 정말 전쟁 같은 하루하루를 보냈다. 아침 7시에 출근해서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일반 직원이 일할 수 있는 최대 근무시간 10시간을 채워가며 매일 저녁 6시쯤 퇴근을 했다. 그런데도 인증은 쉬이 진행되지 않았고 정비되지 않은 부서는 누가 어떤 업무를 맡아야 하는지를 논의하며 시간을 보낼 때도 있었다. 매일 전쟁같이 일하며 하루를 보내고 나면 업무와 독일어에 시달린 나는 집에 돌아와 소파에 쓰러졌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처럼 힘이 빠지곤 했다.
그렇게 1년을 자동차 인증 부서에서 나를 갈아 넣는 것처럼 일을 하던 중 아우디가 현대자동차와 수소연료전지 기술 개발을 협업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소연료전지 개발 부서에서 사람을 뽑는 공고가 회사 내부에 올라왔고 나는 그 자리에 지원했다. 그리고 현대자동차와의 협업이 시작하고 한국 사람을 부서에 두고 싶었던 건지 나는 면접 후에 그 부서로 이동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너무 짧은 시간 인증 부서에 있었기에 나를 뽑아준 인증 부서에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자동차 공학을 독일에서 공부할 때부터 수소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많이 있었고 인증 부서에서는 자동차의 기술에 대해 보는 것보다 인증 서류를 준비하는 일의 비중이 높았기에 자동차를 더 많이 보고 그 속에 들어가는 기술개발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기술개발 팀으로 이동했다. 내가 생각하고 예상했던 대로 그 부서에서 나는 좀 더 자동차 기술에 대해 많이 접하고 배울 수 있었고 실제 수소연료전지 모듈 안에 들어가는 부품 설계와 개발을 담당하면서 내가 관심 있어했던 수소자동차를 내가 직접 개발하고 있다는 마음에 또 매일을 꿈꾸듯이 일했다. 매일 일하는 것이 너무 재밌고 또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일한다는 생각에 너무 감사했다. 이렇게 좋은 부서에서 일하면서 다만 내가 느낀 건 나의 실력 없음이었다. 이미 수소자동차가 세상에 나와 도로 위를 다니고 있지만 수소연료전지 개발은 아직도 개선될 부분이 아주 많은 신기술이다. 이런 미래 친환경 기술 개발을 위해 모인 부서의 동료들은 정말 아는 것이 많은 것 같고 나도 분명 그들처럼 대학을 졸업했는데 동료들이 이야기하는 기술 적인 부분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날들이 많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팀에 녹아들며 자연스레 배우게 된 기술적인 내용들도 있지만 여전히 매일 듣고 보는 내용들이 새롭고 나에게는 공부해야 할 숙제들 같다.
독일어로 매일 일하다 보면 하루에도 정말 많은 생각들이 든다. 어느 날은 이 정도면 그래도 나 꽤 잘 버티며 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어느 날은 내 독일어 실력은 왜 아직도 이 모양이고 난 왜 이렇게 아는 게 없을까 하며 좌절하기도 한다. 친절한 동료들도 많지만 다가가기 어려운 동료들도 많고 그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 나누다 보면 내 몸은 같이 있으나 마치 나는 그들과 분리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때도 있다.
지금도 여전히 나의 독일 직장생활은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아직은 마지막 독일 직장 이야기를 쓸 수 없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잠시 또 생각해 본다. 난 언제까지 여기에 있을까 난 여기에서 은퇴를 할 때까지 일할까…? 아무것도 잘 모르겠다. 다만 지금 일하는 하루하루가 때론 힘들기도 하지만 내게 소중한 일상이고 매일 공장에 들어가 사무실로 걸어가는 길에 보이는 아우디 자동차들을 보면 내가 이런 자동차가 만들어지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 작가: Eins / 아우디 회사원
직접 경험한 독일에서의 유학생활과 직장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써보는 중입니다. 독일 브랜드의 자동차를 만들고 싶어 독일로 와서 독일 자동차 회사에서 꿈꾸듯 살아가는 중
- 본 글은 Eins 작가님께서 브런치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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