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코) 안녕하세요. 간략히 자기 소개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독일 니더작센주의 도시 Celle(첼레)에서 요리사 아우스빌둥을 하고 있는 이영은입니다. 남편은 자동차 메카트로닉 아우스빌둥을 하고 있구요, 김원경이라고 합니다. 동갑내기 부부입니다.
Q) 두분 모두가 독일의 아우스 빌둥 과정을 통해서 교육을 받으셨는데요, 처음에 아우스 빌둥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처음에는 막연히 독일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것 저것 알아봤어요. 저희가 특별한 기술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어서 독일에서 일을 하려면 학위가 있거나 교육과정을 거쳐야 하더라구요. 한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도 다녔었는데, 독일 대학교에서도 인정이 되는 학위이긴 하였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과는 거리가 멀어서 포기했어요. 대학교나 대학원을 제외시켰더니 자연스럽게 아우스빌둥으로 관심을 돌리게 되었죠. 물론 어떤 직업인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독일에서 일을 하려면 가장 쉽고 효율적인 방법이 아우스빌둥이라고 생각합니다.
Q) 현재의 아우스 빌둥 자리를 어떻게 찾으셨나요? 잘 찾는 노하우가 있나요?
일단 인터넷을 뒤지면서 어떤 아우스빌둥이 있는지를 먼저 조사했어요. 그리고 하고싶은 직군을 찾았어요. Ausbildung.de랑 Indeed를 매일같이 검색했던 것 같아요. 직군에 따라 다르지만 요리사나 자동차 정비 쪽은 정말 많이 구하더라구요.
그리고 또 가장 중요한 게 아우스빌둥 과정을 마친 후라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일자리가 많은 직군으로 아우스빌둥을 하시는 게 취업 측면에서 정말 유리하거든요. 저는 요리에도 관심이 있었고, 뭔가 손으로 하는 일을 좋아해서 Tischler, Holzspielzeugmacher도 알아봤었는데, 결국에는 아우스빌둥 졸업 후에 취직이 비교적 쉬운 요리사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또 아우스빌둥 후에 대학교나 파생되는 진로가 있으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Q) 지원하실 때 독일어는 어느정도 공부를 해야하나요, 그리고 배우려는 과정에 대한 경험이 꼭 있어야 하나요?
이건 정말 직군이나 Betrieb에 따라 달라서 다르다라고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간호사나 배우는 과정이 어려운 경우에는 어학증명이 매우 중요하겠지만, 요리사나 제빵사 이쪽은 독일어가 크게 중요한 직업은 아니라서 그런지 요구하는 정도가 비교적 낮다고 들었어요. 저도 B1자격증밖에 없었으니까요. 어학 수준이 낮다고 해서 아예 안되거나 그런 건 아니었어요. 그래도 면접 때나 Probearbeit를 할 때 어느정도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 정도로 부족하면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어요. (한번은 Tischler 면접을 보러 갔었는데 제 경험을 독일어로 유창하게 설명을 못해서 퇴짜를 맞은 적도 있답니다. ㅎㅎ)
저는 한국에서 아르바이트 정도로 일을 하긴 했었어요. 독일에 와서도 알바를 어찌저찌 구해서 Coa라는 아시안 레스토랑이랑 Vapiano에서 짧게 일도 해봤는데 (전부 독일인이랑 일했었어요), 이런 경험이 Probe 할 때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배우려는 과정에 대한 경험은 그냥 하나의 장점일 뿐이지 자격요건은 아니에요. 아우스빌둥 과정을 시작하면 처음부터 배우게 되기 때문에 하고자 하는 의욕, 의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원래 관심있는 분야이면 배우는데 도움이 많이 되긴 할 것 같아요.
남편은… 음… 한국에서 같이 B1시험을 봤었는데 저만 붙고 떨어졌어요. (웃음)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은 바로는 정비 쪽은 어학 능력이 중요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공식적인 어학 성적 없이 면접 보고 1주일 동안 Probearbeit를 하더니 덜컥 합격했더라고요. 한국에서 항공정비 일을 했었는데, 그게 중요한 요인은 아니었던 것 같았어요.
Q) 남편분과 아내분이 각각 배우는 과정은 무엇인가요?
저는 Ausbildung zur Köchin 요리사, 남편은 zum KFZ-Mechatroniker 자동차정비사 입니다.
Q) 독일의 아우스 빌둥 과정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간략히 설명해 주실래요?
아우스빌둥 과정은 직군에 따라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3년반입니다. 관련 교육 경험이 있거나 성적이 좋은 경우 반년정도 단축이 가능합니다.
거의 모든 아우스빌둥 과정 1년차에는 Grundwissen을 배우게 됩니다. 기본적인 지식을 쌓아서 어느정도 기본 수준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보심 될 것 같아요. 1년차때는 1주일에 이틀을 학교를 가고 나머지 3일은 Betrieb에서 일을 합니다. (2년차때는 학교 하루, 일 4일) 2년차부터 학교에서는 본격적인 Fachtheorie를 배우게 됩니다.
직장에서 일을 하게 되는데, 교육생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실수는 감안해줍니다. 대부분 청소나 재료 손질 등 잡일부터 시작하고, 좋은 Ausbilder는 실질적인 테크닉 같은 걸 알려줍니다. 2년차 중에 Zwischenprüfung을 보고 (전체 성적에 반영이 되는 경우도 있으나 저희의 경우 중간점검 같은 시험이었어요.) 마지막 3년 과정이 끝날 때 졸업시험을 봅니다. 요리사의 경우 졸업시험은 schriftlich 시험과 Praxis 시험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자동차정비 아우스빌둥은 3년 반 과정입니다. 수공업(Handwerk)에 해당되는 모든 직종들은(예를 들어 자동차, 항공기 정비나 목공예 등등) 1년에 4번 정도 Lehrgang이라고 해서 상공회의소(Handwerkskammer)에서 주관하는 직업교육훈련을 1주일씩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합니다.
Q) 우리가 생각하는 도제 교육 방식은 엄청나게 힘든 시간 (육체적, 심리적)을 거치는 것인데요, 실제로는 어떤가요?
외국인이 독일어로 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건 아무래도 많이 힘든 일이긴 하죠. 하지만 굉장히 기초적인 것부터 가르치기 때문에 이해하는데 큰 무리는 없었습니다. 친절하고 잘 챙겨주시는 선생님을 잘 만난 것도 행운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같은 학교에 난민도 몇 봤는데 언어 때문에 시험에 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만, 한국인들은 부지런하고 빠릿하고 눈치가 빨라서 잘 할 것 같습니다. 독일에서 보통 아우스빌둥을 시작하는 나이가 16~17살이라 어린 애들이랑 잘 지내야 합니다. 그렇지만 나이가 많은 사람도 가끔 있는데, 저는 같은 반에 40대 러시아 아줌마와 베프입니다. 단짝을 만들어서 옆에 두고 서로 이해 안가는 부분은 도움을 받으면 좋아요. 저는 학교는 그렇게 힘들지는 않고 재미있어요.
그렇지만 직장에서 일은 정~말 힘들긴 해요. 저는 호텔 주방에서 아우스빌둥을 하다보니까 체력적으로 힘들 때가 많아요.(주방에 왜 여자가 적은지 알게 되는 부분) 반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노인요양원 주방에서 아우스빌둥을 하는 친구는 비교적 일이 간단하더라구요. 나중에 취직할 때 어느 Betrieb에서 아우스빌둥을 했는지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몸이 편한 대신에 적게 배우는 것이죠. 제 생각에는 힘들더라도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직장이 나중에 큰 장점으로 남을 것 같아요.
Q)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적도 있었나요?
일이 정말 힘들었던 적은 많았어요. 직업 특성상 특별한 날에는 Überstunde가 너무나 당연했고 새벽까지 일한적도 많았거든요. 아침부페 쪽에 투입되는 날에는 해도 안 뜬 새벽에 출근해야 하는 고된 직업이긴 합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좋은 교육 기회를 얻었고 또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몸은 힘들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너무 다 좋고 같이 힘든 처지에 서로 도와주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진-짜 힘들 때도 있지만 포기는 생각도 안 해봤어요. 집에 돌아오면 하소연 들어줄 남편도 있어서 넘 행복합니다.
Q) 부부가 같은 시기에, 같은 도시에서 아우스 빌둥을 했다는 것은 대단한 것 같아요,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시기와 도시를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아시겠지만 요리사 아우스빌둥은 정말 많이 구해요. 일이 힘들어서 그런지 독일사람들도 많이 기피하는 직업이라고 들었어요. 남편이 먼저 아우스빌둥을 합격하고 그 지역에 맞춰서 제가 지원을 했는데 일자리가 비교적 많은 직업이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Q) 지금 아우스 빌둥을 도전하고 있는 분들한테는, 도시 외곽 지역의 자리를 알아보는 것도 큰 팁이 되겠네요?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도심 지역이 아우스빌둥 구하는 숫자가 훨씬 많아요. 대신에 도심 쪽은 집값도 비싸고 지원자들도 넘쳐나죠. 도시 외곽은 반면에 틈새시장이 될 수 있어요. 꼭 도심에서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면 도시 외곽도 조용하니 살기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저희는 운좋게 진짜 좋은 집주인과 이웃을 만나서 너무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도시 외곽에서 지내면 대신에 차도 있어야 하고 편의시설도 멀고 불편한 점도 많아요.
Q) 현재 아우스 빌둥 자리를 찾고, 비자를 받고 까지의 과정을 주변 도움 혹은 변호사 선임 없이 모두 직접 했다고 하셨는데요, 그 과정을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일단 이력서를 쓰고 고치고 고쳐서 무작정 지원을 했어요. 뭐가 필요한지 정확히 몰랐지만, 부딪혀보자는 식으로 지원했어요. 그러면서 또 인터넷도 찾아보고, 정보가 너무 없어서 힘들긴 했지만 가진 정보로 퍼즐 맞추듯 했던 것 같아요.
일단 아우스빌둥을 하려면 아우스빌둥 계약서가 있어야해요. 외국인청에 가서 계약서를 제출하면 외국인청에서 노동청으로 노동허가를 신청하게 됩니다. (이 부분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노동허가가 안 나오면 어쩌나 걱정을 정말 많이 했는데 다행히 받았습니다. 직군에 따라 노동허가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들었어요.) 이 과정이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 있기 때문에 1-2달 이상 시간적으로 여유를 두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계약을 하기로 한 경우에 Betrieb에 비자 신청을 해야하니까 계약서를 빨리 써줄 수 있는지 요청하세요. 노동허가 외에도 외국인청에서 슈페어콘토를 요구했어요. 아우스빌둥 월급이 적기 때문에 월급만으로 생활이 어렵다고 판단해서 그런 것 같아요. (아마 지역마다 다른듯)
저는 여러가지를 동시에 했어요. 원래 살던 곳에서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면접과 동시에 Probearbeit를 했고 Probe 다음날 바로 계약서 써줄 수 있는지 물어봤어요. ㅎㅎ 생각해보면 성질 급했네요 정말. 그러고 교통비 아끼려고 다음날에 혼자서 이사할 집을 보러 다녔네요.
Q) 한국 사람이 거의 없는 도시에서, 그것도 작은 도시에서 살면 어떤가요? 장점과 단점이 있을까요?
장점은 모두들 알아본다, 단점 또한 모두들 알아본다는 겁니다. 동네 모임에 가게 되면 전부 저희를 알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한국에 대해 미리 공부해와서 저희와 친해지려고도 노력하시더라구요. 그런데 한번은 남편이랑 산책하는데 어떤 할머니가 인사하더니 제 남편한테 회사에 있는 세차장 언제 고쳐지냐고 물어보시길래 깜짝 놀랐어요. (세차장 수리 공사로 꽤 오랫동안 교체 작업하고 있었거든요.) 저희를 다들 알고 있구나라고 생각이 들어 행실을 더욱 조심하게 되더라구요.
Q) 독일 한인 커뮤니티에서 요즘 아쭈비 독한맛 만화가 급인기를 끌고 있어요, 어떻게 하다가 이런 만화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원래 취미로 가끔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요. 타블렛이랑 그림그리는 프로그램도 취미생활 즐기라고 남편이 연애시절에 사줬는데, 일이 바빠서 묵혀 두고만 있었죠.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너무 많아져서… 심심한 나머지 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림 담당, 남편이 스토리를 써줬어요. 내용 상의하다가 가끔 싸우기도 해요.(웃음) 이렇게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Q) 앞으로 아쭈비 독한맛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저희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목답게 아우스빌둥에 대한 내용을 다루려고 해요. 아우스빌둥이랑 일상에 대한 이야기가 주가 될 것 같아요. 제가 일을 다시 시작하게 되면 지금처럼 자주는 못 올리더라도 가능하면 꾸준히 그려보고 싶어요.
Q) 끝으로 아우스 빌둥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에게 선배로서 하고 싶은 조언은 무엇인가요?
저도 아직 많이 부족하고, 독일어 수준도 초짜여서 선배라고 하긴 뭐하지만, 어렵게 생각하고 도전도 못하고 포기하지 않길 바라요. 부딪혀보면 생각보다 잘 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꼭 하고싶은 마음이 없으면 3년이라는 시간이 정말 힘들게 느껴질 거예요. 단순히 앞만 보지 말고 멀리 생각하셔서 아우스빌둥 졸업 후를 보셨으면 해요.
현실적인 부분을 말씀드리자면 아우스빌둥 급여만으로 생활이 힘들고, 후에 독일에서 일을 하시게 되더라도 돈을 많이 벌기는 힘들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한국에서 돈은 더 많이 버실 거예요. 만약 돈이 목적이시라면 다른 길을 찾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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