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스타트업 하면 샌프란시스코의 실리콘밸리를 떠올린다.
돌아보면, 베를린이 초기 스타트업을 하는데 최고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우리의 경험이 꿈을 갖고 도전하고자 하는 미래의 창업가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베를린의 장점을 7가지 이유로 정리해 보았다.
1). 생각보다 저렴한 물가
일반적으로 서유럽의 물가는 한국보다 비싸다. 하지만 베를린의 생활 물가는 한국보다 20~30%정도 저렴하다. 최근 베를린 집값이 많이 올라 임대료는 많이 상승하였으나 슈퍼마켓, 식당, 의류 등 생활하는데 지불하는 비용은 그리 높지 않다. 개인별로 생활하는데 차이는 있을수 있으나 4 인 가족 기준 2,500유로 정도면 생활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타트업도 2~3명의 파운더들이 모인 초기 스타트업에서부터 직원수가 10,000명에 이르는 대형(?)스타트업까지 다양할 수 있는데, 특히 아이디어를 갖고 사업을 만들어 보려는 초기 스타트업들에게 물가는 굉장히 중요하다. 사실 스타트업은 사업을 어떻게 키우냐보다는 어떻게 1년을 버텨내느냐가 현실적으로 와닿는 질문인데, 살아남기 위해서는 회사 설립/운영 자금은 물론 파운더 개인의 생활비까지 감내해내야 한다. 이런 의미 에서 베를린의 물가가 저렴하다는 것은 스타트업을 시작하는데에 가장 큰 이점이라 하겠다.
필자의 경우, 아이 둘(7세 남아, 4세 여아) 포함 4인 가족으로 독일 정부에서 육아수당(1인 약 200유로)을 지원 받고, 교육비(초등학교, 유치원)가 무료인 혜택을 보고 있어 스타트업을 시작하는데에 더 수월했다.
2). “자유”의 상징 베를린
베를린은 다양한 분야의 많은 예술가들이 모여있다. 왜 일까? 가장 큰 이유는 이곳의 물가가 싸기 때문이다. 90년대 초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서방의 다양한 젊은이들과 예술가들이 이곳 베를린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자유”라고 할수 있는 베를린스러움을 만들었다. 어디서든 노래하고 그림그리는 예술가들을 볼수 있고, 다양한 레스토랑, 유럽/아시아/아 랍/라틴 등 인종과 언어도 다양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다양함이 인정을 받고,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다양한 인종이 어울리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고, 그것을 존중하는 문화가 아이디어를 실행하게 한다. 이지쿡아시아의 경우 베를린의 다양한 아시아 커뮤니티와 함께 레시피를 개발하고 있다.
3). 채용: 인턴 제도
처음 스타트업을 시작하면 수익이 발생하기 전 혹은 투자를 받기 전까지 인력 채용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2~3명의 파운더들이 MVP(시제품)을 만들어 U/X 테스트하고, 고객 Feedback을 받은 다음 제품/서비스에 반영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파운더들이 그 많은 일들을 어떻게 다 할수 있을까? 베를린 스타트업들은 인턴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독일은 경영학과등 상경계열 학생들만 인턴을 하는 것이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학과에서 인턴을 의무적으로 하고 있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한다. 스타트업은 적은 비용으로 인력을 쓰고, 학생들은 스타트업에서 생생한 경험을 쌓는 것이다.
우리 또한 인턴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까지 마케팅/제품개발 부서에서 근무했고, 일부는 시급 10~15유로 사이에 워킹스튜던트로 주 20시간 함께 일하고 있다.
4). 정부의 지원
베를린이 스타트업 도시로 성장하는데에 정부에서도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베를린시, 독일 연방정부, 크게는 EU단위에서 다양한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초기, 기술분야, 연구분야, 대학생 별) 을 운영 중이다.
앞서 서술한 바와같이 우리는 사업아이디어 초기부터 Startup Incubator Berlin에서 운영하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해 Coworking Space를 사용하고 법인설립 등 기초 컨설팅과 다양한 코칭들을 무료로 지원 받을 수 있었다.
그 외 IBB(베를린 투자 은행), Berlin Partners(베를린 투자청), IHK(베를린 상공회의소) 등 공공기관에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니, 관심있는 분들은 꼭 프로그램들을 찾아보길 바란다.
5). 간편한 회사 설립 UG
독일에서 보통 법인을 설립한다고 하면 자본금 25,000유로를 납입하고 설립하는 GmbH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10여년전 쯤 자본금이 1유로만 있어도 세울수 있는 UG 형태의 법인이 가능해졌다. GmbH와 UG는 자본금 규정만 다를뿐 동일한 형태의 법인이다.
대게 처음 스타트업을 시작하면 UG로 회사를 설립한다. 이후 이익금을 쌓아 25,000유로가 되거나 별도로 투자를 유치하면 GmbH로 변경한다. 공 증사무실에서 회사 정관, 법인장 임명, 파운더 계약서 세 종류를 공증받고, 은행 계좌 개설 후 사업자 증명서를 받는데까지 2~3개월 정도 소요된다. 이지쿡아시아는 처음 UG로 설립한 후 추가로 자본금을 납입하여 GmbH로 변경하였다. 변호사를 통하지 않고 공증비용만 1,000유로 내외 지불 했다. 회사명 이지쿡 아시아는 일반 단어의 조합으로 회사명 등록이 어려워 회사명은 ECA Food GmbH로 등록했다. 회사 등록 전 IHK에 회사명 등록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6). 스타트업 에코 시스템
스타트업을 하려면 사람, 아이디어, 그리고 돈 이 세가지가 필요하다. 베를린의 다양한 인큐베이터, 코워킹스페이스, 액셀러레이터는 이 세가지 를 잘 섞어주는 역할을 한다.
Berlin Startup Incubator처럼 공공에서 운영하는 인큐베이터부터 대기업에서 직접 운영하는 인큐베이터가 많다. Deutsche Telecom, Siemens, Bayer, EDEKA 등 각 분야별로 독자적으로도 인큐베이터를 운영하고 있다. Wework, MindSpace, Factory Berlin등 코워킹 스페이스에서는 매일 저녁 이벤트를 열어 사람과 아이디어 돈이 만나게 한다. 현재는 코로나로 대부분의 행사가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투자 또한 Angel 투자자, Pre Seed, Seed, Series A등 단계별, 분야별로 투자자들이 세분화되어 있다. 이지쿡 아시아는 Berliner Startup Incu- bator에서 초기 아이디어를 키우고, Factory Berlin에서 Network을 확대했으며, EDEKA FoodTech Campus에서 Food관련 지원을 받았다.
7). 베를린을 통해 세계로
베를린에서 시작하는 스타트업은 베를린 혹은 독일 시장만 보는것이 아니라 베를린을 테스트베드 삼아 글로벌 시장에 바로 도전한다. 베를린 상공회의소 IHK는 미국의 대도시(뉴욕, 샌프란시스코)와 STEP USA라는 프로그램으로 베를린 스타트업의 미국진출을 돕고 있다.
우리도 베를린을 통해 유럽과 미국 등 세계 진출을 꿈꾼다.
맺음말
코로나로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일부 회사들은 코로나라는 거대한 파도에 올라타 과거 10년 걸리던 일들을 단 6개 월만에 이루어 내고 있기도 하다. ‘위기’라는 단어 속에 기회가 내재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사실, 베를린에서 수많은 스타트업을 보고, 만나고 하는데, 대부분 보면 새로운 것은 많지 않다. 한국에서 했거나, 하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본인들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최고들을 만들어 가는 것을 본다.
한국에는 최고의 인력들과 크리에이티브한 스타트업들이 많다. 더 많은 스타트업들이 세계를 무대로 도전했으면 좋겠고, 베를린이 그 교두보가 될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멀리 베를린에서 응원한다.
- 저자: Easy Cook Asia 대표 이민철
- Easy Cook Asia는 아이사 식재료를 여행의 컨셉을 기반으로 다양한 여행 주제, 아시아 국가별 식재료를 배송하는 스타트업입니다. (사이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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