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코) 안녕하세요, 구텐탁코리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흔히들 공부를 오래한 분들에게 가방끈이 길다라고 표현하는데요, 장박사님은 가방끈이 너무 길어서 끝이 안 보이는 것 같아요, 무슨 공부를 하셨고, 하고 계시는지 알기 쉽게 설명해 주실래요?
하고 싶은게 많고 궁금한게 다양하다 보니 학위를 선택하게 되었네요. 한국에서 전공은 신문방송학, 여기서는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같은 분야를 공부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세부전공은 아주 다릅니다.
한국에선 매체미학/비판커뮤니케이션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면, 여기선 문화간 커뮤니케이션으로 논문을 작성하고 있거든요. 둘다 비인기분야인지라 많이들 모르시던데. 간단히 소개하면 한국에선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의미가 연구대상이었고, 여기선 이문화 그러니까 새로운 문화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둘러싼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아! 여서 커뮤니케이션은 ‘의사소통’으로만 해석되는게 아니라 모든 주변상황이구요. 간단히 설명하기 참 어렵네요.
한국에서 첫 박사학위를 취득하신 후 독일로 오시기 전까지는 주로 어떤 일을 하셨나요?
여러 대학에서 강사로 뛰어다니고, 정부용역프로젝트도 참여하고, 개인연구도 하고, 작은회사에 소속되어서 일도 하고 참 바쁘게 지냈었습니다. 매체미학과 마케팅, 미디어교육 쪽은 강사와 기관으로 일했고, 정부용역프로젝트는 정책연구도 했었구요. 개인연구실적도 만들어야 했으니 논문도 쓰고., 본업도 또 따로 했고. 지금 생각해봐도 엄청 바쁘게 살았었네요.
그러던 중 독일행을 결심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첫 박사학위에 만족을 못했었거든요. 학위논문에 만족을 못했다가 아니라 전문가로서 활동하기 위해서 필요한 지식들이 부족하다 느꼈었어요. 그래서 유학을 결정하게 되었구요.
독일에서는 공부하고 계신 전공에 대해서 좀 더 설명해 주실래요?
커뮤니케이션학 중에서 세부전공은 문화간 커뮤니케이션인데요, 투박하게 정의하면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 상황을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학습된 문화가 커뮤니케이션 상황에 어떻게 개입되고, 오류를 발생하게 하는지를 보는거죠. 언어행위에서부터 생활배경까지 다양한 요소를 두고 분석할 수 있구요.
더 쉽게 말하면 독일에 계신 한국분들이 언어 외에 다른 요인으로 인해 독일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의 오류가 발생하는 원인을 파악 하는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전 한국에서 공부했던 분야인 미학분야를 살려서 철학 및 의미론적인 부분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얼마 남지 않는 독일 박사과정이 끝이 나면,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요?
올해 초 출간하고 싶었던 책이 있었는데 지금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못하고 있거든요. 우선 논문마무리하면 그 작업부터 다시 할 예정입니다. 독일 정책관련해서도 조금 더 개인연구로 진행할 계획이구요. 자유기고가로서도 생활을 계속할 예정이구요.
한국에서 독일로 박사 과정을 목표로 하고 있는, 특히 사회과학분야를 전공하려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준비하고, 또 독일에서 공부하는 과정을 어떻게 꾸려 나가야 하는지 조언을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전공에 대한 이해가 제일 중요하다고 봅니다. 전 박사과정이라서 학부나 석사과정분들과는 다르겠지만 세부전공을 확실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를 정해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원할 학교와 지도교수와의 조정도 꼭 필요하구요.
공부엔 물론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일들도 많이 찾으실텐데요. 전 해외통신원으로 활동하시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인문학이나 사회과학분야에선 연구소에 소속되어 월급 받으면 연구하기 어려우니까요.
저는 독일 생활하면서 생활비를 거의 해외통신원으로 활동하면서 충당했습니다. 지금 공부하고 있는 분야와는 직접적으로 관련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었던 정책들과 관련한 국내 기관들에서 해외통신원들을 모집하는 경우가 왕왕 있거든요.
덕분에 개인적인 공부도 가능했구요. 물론 자료조사하고 글을 쓰는게 쉽지는 않지만 연구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도움도 꽤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보는 분들이 당황하실 수도 있는 질문인데요, 2개의 박사학위를 가진 분이 또 다른 명함이 한국 식당 사장님이십니다,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는데요, 어떻게 한국 식당을 오픈하셨죠?
공식적으로는 한국식당에서 파트타임으로 음식하고 있는 중입니다. 사장은 아내입니다. 독일에서 좀 더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방법을 찾다가 식당을 인수하게 되었습니다. 학위가 끝나도 독일과 관련한 연구나 글을 쓰고 싶은데, 많이 아시는 것처럼 글 쓰는건 생활에 큰 도움이 되지 않거든요. 해외통신원으로 활동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보니 어떻게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그 결론은 식당이었어요. 음식하는걸 워낙 좋아했다는거도 한몫했네요.
지금 운영하는 가게는 라이프치히에서 한 20년 된 가게인데요, 저희 부부가 세 번째 주인이네요. 작년 초에 가게인수의사를 전 주인에게 전달했고, 몇 개월 협의하고 그 가정이 한국에 돌아갈 일정에 맞춰서 가게를 인수했습니다. 11월 중순께 가게를 인수하고, 1월까지 청소하고 재정비한 후 1월 초부터 오픈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라이프찌히에는 한인 교민이 많이 없어서 현지인을 상대로 해야 영업을 해야 할 텐데요, 현지 사람들의 후기는 어떤가요?
대략적으로 구매하시는분들 보면 80%는 독일인, 17%는 아시아인, 3% 정도가 한국인이에요. 한마디로 이곳에서는 한국사람들을 대상으로 음식점을 하긴 좋지 않은 시장이라는 거죠. 이제 가게를 오픈한지 3개월밖에 지나지 않은데다가 접객하면서 피드백을 바로 받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어서 솔직히 많은 후기는 듣지 못했어요.
다만 독일사람들이 접했던 음식들과는 다른 튀김류와 볶음음식들이 있다 보니 처음엔 거의 찾는 사람들이 없었는데요, 조금씩 손님이 늘어나곤 있습니다. 한 아저씨가 찾아와서 닭강정을 도대체 어떻게 만드는거냐고 물어보기도 했고, 음식이 맘에 든다고 계속 찾아오시는 분들도 있구요.
한번은 어떤 손님이 불고기를 포장해 갔는데, 자기가 생각한 구운 소고기와 샐러드가 아니었나봐요. 한번 된통 당했죠. 아마 아시아 음식에 대한 이해가 좀 부족한 사람이 아녔나 싶어요.
한가지 어려운 점은 한국 음식들의 명칭이 중구난방이라는 거에요. 얼마전 전화로 주문하시던 분이 닭불고기라는걸 주문하길래 불고기는 소고기로만 하는거라고 말하면서 진을 뺐던 적이 있었거든요.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이 근방에서 간장으로 닭갈비를 만들고 명칭을 닭불고기로 판 사례가 있더라구요. 제육볶음을 돼지불고기로 팔고, 찹쌀떡을 모찌로 팔고, 김밥을 스시로 팔구요. 이런 이름들은 우리나라 사전에도 잘 나와있고, 로마자 표기법 찾아보시면 명칭도 제대로 나와있으니 좀 통일을 시켰으면 좋겠어요. 후기를 물어보셨는데 다른데로 빠졌네요.
사전 인터뷰 때 리퍼란도 이야기를 많이 하셨는데요, 수수료가 너무 비싸고, 그렇다고 직접 배달을 하는 것도 쉽지 않고, 결국 리퍼란도 말고는 대안이 없는건가요? 리퍼란도의 수수료가 어느 정도 인가요?
리퍼란도는 정말 필요악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출은 조금씩 늘어나는데 주머니엔 오히려 금액이 줄더라구요. 저흰 작은 업체이고 갓 시작한 사업자라 투자할 여력이 없어서 리퍼란도로 주문을 받고 배달을 하는데요.
수수료가 음식값의 30%에요. 저희 리퍼란도 상품중에 제일 저렴한 비빔밥이 10유로짜린데, 3유로가 수수료로 나가요. 거기에 고객이 카드결제를 하면 수수료 60센트가 더 나가구요. 그럼 가게로 떨어지는 돈은 6,40유로인데, 거기에 포장비와 1회용품비를 제하고, 재료값을 떼면 거의 남는게 없어요.
인건비는 고사하고 재료값 내고 세금내고 전기사용료 내는 정도로 계속 연명하게 만드는 시스템이죠. 장기적으론 리퍼란도를 안써야하는데, 지금 당장은 어려우니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네요. 지역 내 다른 배달업체도 없는 수준이라 대안도 없구요..
리뷰시스템도 너무 힘들어요. 음식 판매하는건 좋은데 악평이 올라오면 해명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지지 않구요. 업주분들께선 잘 아시겠지만 랭킹시스템도 있어서 노출도 신경 써야 합니다. 순위에 따라 매출이 크게 영향을 받거든요. 랭킹은 돈 내고 살수도 있는데요, 그러기 위해선 배달 건당 30센트에서 5유로까지 수수료를 내면 됩니다. 거대한 공룡이 한 마리만 있는 상황이다보니 횡포가 대단해요.
코로나가 잠잠해 지면 아마 많은 한국 분들이 식당 창업에 관심이 많이 있는데요, 현지인들 입맛을 어떻게 하면 잡을 수 있을까요?
저도 좀 알고 싶은 내용입니다. 저희는 초보라 아직까지는 현지인들 입맛을 잡았다고 말하긴 어렵죠. 다만 전 음식 할 때 한국에서 먹던 방식 그대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 입맛에 맞는 음식이 한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매운 정도나 마늘 사용하는 방식은 현지에 맞게 조정했지만, 그 외에는 거의 한국식 음식으로 나가고 있어요. 지금까지 독일에 살면서 한식이 아닌 한식을 몇 번 봤거든요.
김치도 샐러드가 아닌 진짜 절인김치로 팔고, 김밥도 한국 김밥천국에서 먹던 것처럼 그 재료 거의 다 넣구요. 처음엔 생경해들 했는데, 이젠 꼭 찾아서 사가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메뉴는 진짜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문제에요. 저희도 처음에 야심차게 준비했던 메뉴들이 정말 안 팔려서 없애고 새로운 걸 넣고 또 없애고 또 넣고를 반복하고 있거든요. 물론 수요가 형성되는 시간도 고려되어야 하지만, 그 전에 홀에서 접객이 불가능하니 어떤 음식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독일사람들은 구매를 잘 안하더라구요. 손 많이 가고 적게 가고를 떠나서 조금씩 변화를 꼭 주는 것이 초기사업에는 필요해 보입니다.
아. 그리고 음식은 거의 다 바로 해서 나가는 걸 좋아합니다. 김밥도 주문 받으면 싸고, 기타 반찬들도 재료만 준비하고 주문 들어오면 바로 섞거나 조합해서 바로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하고 있어요. 물론 손이 엄청 많이 가고 시간도 걸리지만 이런 음식을 좋아하니 그렇게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한 손님이 오래 기다리길래 미안하다고 했을 때 저에게 „맛있는걸 먹으려면 당연히 기다려야해.“라고 해준말이 생각나네요.
앞으로도 계속 독일의 언론, 미디어 정책 등을 한국에 전달하시면서, 또 한 편으로는 한국 음식점을 운영하시게 될 텐데요, 마지막 질문으로요, 앞으로의 독일에서의 삶,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요?
가게 운영하면서 지금이랑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글도 쓰고 연구도 하고 음식도 하구요. 한국보다 좀 여유롭게 개인연구를 하고 싶어서 독일에 오래 있을 결정을 했으니 앞으로 그렇게 생활하지 않을까 싶어요. 몇 해전 까지만 하더라도 자전거 타고 몇십킬로 여행도 하고, 인근도시에 관광객으로 놀러가보기도 했는데 이젠 그런 여유가 조금 없어진게 슬프지만요. 앞으로 점점더 나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음식점은 한국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의외로 한국분들은 잘 안오시니 어떻게 해야할지도 더 고민해봐야겠죠.
인터뷰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라이프찌히에 들리면 꼭 맛있는 치킨 먹으로 가겠습니다.
*인터뷰: 장성준 박사는 라이프찌히에서 한국 식당 토박이를 운영하며, 박사학위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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