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텐탁코리아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화요 인터뷰 코너입니다. 매주 독일에서 살고 있는 한인 교민을 인터뷰 하여서 독일 한인 교민들이 서로 응원하고 동기 부여를 받는 기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많은 응원 부탁 드립니다.
첫 인터뷰이기 때문에 여러 질문을 드렸는데, 모든 질문에 성실히 대답해 주신 민경호 님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독일에서 MBA를 마친 후 독일 회사에 취직, 독일 생활의 하루 하루를 어떻게 살아가는지 자세히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민경호님의 삶 속으로, 고고고!!
구코) 개인 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민경호입니다. 88년생으로 대한민국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전부 서울에서 다녔구요, 학사 전공은 국제무역학입니다.
대학교 3-4학년 시절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일이 동기부여가 되서 해외에서의 삶을 꿈꾸게 되었고, 대학교 졸업반일 때 국내취업과 해외취업을 동시에 준비하다가 한국 대기업의 나이지리아 해외법인에서 가전제품 영업마케팅 담당자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해서 3년을 근무했습니다.
이후 해외취업 목표지역을 유럽으로 설정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제 명의로 사업자를 등록해서 일과 유럽 대학원 준비를 병행하다가 독일 소재 대학원의 MBA (경영학 석사) 과정에 합격하게 되었고, 1년간의 공부 후 대학원을 졸업 한 뒤 지금 다니고 있는 산업용 자재 판매 회사에서 자동차 OEM고객사에게 제품을 더 효율적으로 판매하기 위한 영업관리/분석/전략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구코) 독일 온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제가 태어나면서 갖게 된 성격 자체가 한국 밖에 있는 것들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보이는 성격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생 때도 영어 배우기에 열심이었고, 국제기구 관련 대외활동 및 국제회의 진행요원 아르바이트, 수출상담회 통역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뭔가 ‘국제적인’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키워오다가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갔다오게 되었는데, 여기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 분위기가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교환학생을 마친 뒤 바로 졸업이 임박하게 되어 취업준비를 하게 되었는데, 영국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어서인지 해외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국내에서 이제 신입사원으로 직장생활을 하는 학교 선배들의 이야기에도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국내 취업과 해외 취업을 동시에 준비하다가 국내 대기업 전자회사의 나이지리아 소재 해외법인에서 합격통보를 받았습니다. 국내에서도 3-4개 회사에서 최종합격하긴 했지만, 당시 활동하던 대외활동 조직에서 갖게 된 개발도상국에 대한 관심, 그리고 해당 국가의 문제들을 비즈니스로 해결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에 해외생활에 대한 강한 열망이 저를 나아지리아에서 가전제품 영업마케팅 담당자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했습니다.
나이지리아에서 처음 1년 반은 해외법인의 수요계획을 거래선과의 상담내용에 맞게 주간단위로 조정하고, 그에 기반한 모델별 수량 및 단가에 기반해서 미래 매출구간을 예측하여 목표달성 여부를 확인하는 일을 했고, 나머지 1년 반은 해당 업무와 더불어 매출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국가나 거래선 및 쇼룸 들을 직접 방문하는 영업 관련 일을 병행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업무적으로도 많은 성장을 할 수 있게 해준 기간이었으나, 처음 시작하는 해외생활에서 강하게 다가오는 한국과의 단절, 거기에 제한적인 인프라 (전기/수도) 및 치안, 그리고 안전상의 이유로 한국인 직원 전부가 한 건물에 모여 살고 식사 및 차량이동을 함께 하는 일과 특성상 갖기 힘든 개인시간 등이 아프리카에서의 삶이 제가 막연히 상상하던 해외생활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해당 부분에 대해서 스스로 많은 고민을 한 결과, 내가 원하는 해외에서의 삶은 영국에서 보았던 유럽에서의 삶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에 유럽에서의 해외취업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취업 목표 국가로 맨 처음 영국이 떠올랐으나, 영국은 지금도 그렇듯 외국인이 취업을 위한 역량과는 상관없이 취업비자를 얻기 힘든 곳이라는 것을 알았고, 이에 영국 체류기간 중 짧은 시간이나마 다녀보았던 유럽에서의 경험을 통해서 제가 정서적으로 편하게 느끼면서 살아갈 수 있는, 그러면서도 현실적으로 해외취업의 문이 열려 있는 국가들로 눈을 돌렸습니다. 그렇게 목표국가를 설정해서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가 제 기준에 따라 선별되었고, 그 중에서 제 직장경력인 제조업 회사에서의 영업마케팅 경력을 잘 살릴 수 있는 곳이 제조업 및 경제규모가 타 국가에 비해 큰 독일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구코) 현재 근무 중인 회사와 하는 일을 소개해 주세요
제가 근무하는 회사는 Würth이며, 이 회사는 산업용 도구/부품 및 소모성자재를 전반적으로 생산 및 조달하여 고객사에게 B2B 형식으로 판매하는 회사입니다.
요식업이 호경기/불경기인 것과 상대적으로 덜 영향을 받으면서 꾸준히 사업세를 유지하듯이, 제가 현재 근무하는 회사 또한 무척 넓은 제품범위에서 다양한 고객들을 상대로 그들의 사업 영위에 필수적인 자재들을 판매하기에 업황이 경기에 받는 영향이 다른 제조업 회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한 편입니다.
취급하는 제품이 많다 보니 제품 영역별로 경쟁사가 많은 편이며, 고객사가 우리 회사의 제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그리고 원하는 수요를 복잡한 절차 없이 구매할 수 있도록, 그리고 원하는 제품을 기다리지 않고 구매할 수 있도록 판매채널을 관리하고 시장 수요 변화를 빠르게 인식하여 대응하는 것이 제가 다니는 회사의 경쟁력 보전에 중요한 항목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가 다양한 제품을 다양한 분야의 고객들에게 판매하기 때문에 회사 내부적으로 사업부가 나뉘어져 있는데, 저는 그 중에서도 승용/상용차 OEM고객사에게 우리 제품의 판매를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그리고 고객사가 현재 당면하고 있는 과제의 이해를 통해서 우리 회사의 판매전략에 이를 반영하기 위한 영업지원/데이터분석/전략 등의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구코) 독일 회사 근무는 어떤 가요? 장점과 단점을 설명해 주실래요?
제가 근무하는 회사가 독일 현지회사이긴 하지만 같은 독일 회사라고 하더라도 회사의 분위기가 각 회사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제가 지금 다니는 회사의 특징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먼저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면,
첫째, 회사에서 요구하는 업무를 완수하기만 하면 근무시간 등에 대해서 크게 터치하지지 않습니다. 출근시간, 점심시간 그리고 퇴근시간에 대해서 누군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독일의 특성상 택배 등을 문앞에 두고 가는 일이 흔하지 않기 때문에 택배 도착이 예상되는 날에는 집에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 재택근무를 하는 것 또한 본인의 선택이었습니다
둘째, 직장 상사 개개인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닌, 회사 전체 차원에서 업무 외 시간에 대한 존중이 잘 자리잡혀 있습니다. 정말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업무상 회의는 다섯시 이전에 마무리하려고 하고, 급한 일이 아니면 밤에 메신저로 연락하는 일이 없으며, 회의 때문에 시간이 좀 늦어지면 이 시간까지 시간을 내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셋째, 직급상의 위계나 나이와 상관없이 개개인을 존중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개개인의 경험에 따라 다른 문제이긴 하겠지만, 제 경험상 한국에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가 알아서 해야 될 일들을 하지 않아서 업무 외적으로 좋지 않은 이야기들을 듣거나, 직급상 선배이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의 경우 그 사람과의 소통에서 후배이거나 나이가 어린 사람이 소통할 수 있는 범위가 상대적으로 좁았는데, 현재 근무하는 회사에서는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서가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근무 문화를 반사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넷째, 회사 내에서 자신의 역량이 허용하는 측면 내에서 자신의 담당 직무나 타이틀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성과달성 영역을 늘려나갈 수 있었습니다. 한국 회사에서 근무했을 때는 직장경력이 짧아서 감이 없었던 것도 있었겠지만 보통 제 의견을 개진하기보다는 누군가가 묻는 말에 대답하거나 시키는 일을 완수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는 적극적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서 부서 내/외로 많은 소통을 하고, 그에 따라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제 성과의 일부로 만드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물론 이렇게 찾게 된 업무영역과 성과를 인정받고 연봉에 반영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지만, 저에게는 스스로 업무성과를 찾아나갈 수 있는 시스템에서 일한다는 것 자체가 저의 업무에 임하는 자세를 무척 긍정적으로 바꿔주었습니다.
단점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첫째, 현재 근무지는 도심지에서 떨어진 곳이어서 어딘가로의 이동에 차량 보유가 거의 강제됩니다. 저도 처음 입사했을 때에는 차 살 돈을 아껴서 저축하려고 대중교통 이용 월정액권 (Abo-Karte)를 끊고 다녔는데, 왕복 3시간의 통근거리, 정시에 도착하지 않는 버스, 앱으로도 추적이 안 되는 버스 위치, 주기적으로 식료품 장을 봐야 하는 독일의 특성상 결국 차량을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제 통근시간은 왕복 1시간으로 줄어들었고, 식료품 장 보기도 편해졌으며, 주말에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러 슈트트가르트나 뉘른베르크 같은 대도시들을 이동하는 데에도 훨씬 적은 시간이 걸리게 변하긴 했지만, 대신 차량 구매비용, 유류비, 유지비 등의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고 있습니다. 아마 대도시에 살았다면 대중교통만으로도 충분한 문제였을 것 같습니다.
둘째, 비독일 출신 임직원에 대한 이해도가 아직은 시작 단계입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는 근처에 대도시가 없는 시골에 위치하고 있고, 대부분의 임직원들이 회사 근처 출신 혹은 이 지역 소재 학교 (Duale-Hochschule Baden-Würtemberg)졸업자들이라 독일 밖에서 온 사람들, 특히 저처럼 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을 어색해하거나, 어떤 Tone and Manner로 이야기해야 할 지 몰라 난처해하거나, 그리고 혹시라도 영어를 써야 할까봐 부담스러워서 거리를 두는 경우들이 종종 있습니다. 이것은 딱히 지금 다니는 회사만의 특징이 아니고 제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도 그러한데, 대부분 독일어로 제가 먼저 이야기를 나누면 바로 편안하게 대해주는 편이라 큰 문제는 없지만, 독일어가 익숙하지 않은 비독일인이 이 지역에서의 정착 및 사내 업무협조에서 편안함을 느끼면서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코) 독일 대 기업의 복지 수준은 어떤가요?
제가 지금 근무하고 있는 회사보다 더 매출규모가 큰 회사들이 많이 있기에 제가 다니는 회사를 대기업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제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지만, 회사에서 제공하는 복지에 대해서 공유해 보겠습니다.
첫째, 그룹사 전체 규모로 임직원몰을 운영합니다. 임직원몰에는 그룹사가 파트너사와 협의를 통해서 할인된 가격으로 다양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할인된 가격이라고 해서 인터넷 최저가보다 무조건 싼 것은 아니어서 구매 전에 항상 가격비교를 해야 하지만, 차량, 여행 패키지, 가구, 가전, 학용품, 휴대전화 요금제 등등 정말 다양한 혜택들이 존재하기에 가끔 필요한 게 생기면 임직원몰을 꼭 확인하는 편입니다.
둘째, 회사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을 임직원가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자사 제품이 워낙 기존 가격대가 있어서 다른 브랜드의 같은 제품들에 비해서 할인가격이 저렴하다고 볼 순 없지만, 비싼 만큼의 품질을 자랑한다는 것은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회사 비즈니스 모델의 특성상 소모성자재부터 전동공구, 수동공구, 안전화 및 방한의류 등등 다양한 제품들을 섭렵하고 있어 따로 다른 공구점을 갈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셋째, 그룹 계열사 내에서 운영하는 케이터링 업체가 구내식당에 입점해 있어 저렴한 가격대비 고품질의 점심식사를 즐길 수 있습니다. 메뉴를 받아 보면 일반 식당에서 15-20유로쯤은 받을 만한 식사를 사내에서 3-7유로 사이에서 즐길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회사 밖에서 회사 임직원 대상으로 제공하는 다양한 할인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제가 사는 마을의 경우 우리 회사 임직원들이 마을 거주민의 상당수를 차지해서인지, 그룹 계열사에서 운영하는 회사가 아님에도 회사 임직원인 것만 증명하면 이런저런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업체들이 많이 있습니다. 일례로 제가 등록한 헬스장의 경우 일반회원은 한 달에 60유로인데, 임직원 할인을 받아서 현재 한 달에 35유로에 등록되어 있습니다.
구코) 페이스북 독일 직장인 모임 그룹을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독일 직장인 모임은 2016년 서승아님이 만드신 그룹입니다. 그때만 하더라도 아직까지 독일에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지금만큼은 많지 않던 때였고, 당시 독일 정착 및 해외취업 관련 멘토 활동을 활발히 하시던 서승아님께서 독일에 계신 한국분들과 소통하고 지내기 위해서 그룹을 만드셨습니다. 처음 그룹을 만들었을 땐 서승아님의 거점지인 슈트트가르트 위주로 회원분들이 많이 가입하셨으나, 지금은 회원수가 700명을 넘어감에 따라 지역분포 또한 다양하게 되었고, 서승아님은 그룹 운영 이외에 다른 주제들로 일이 바빠지시게 되어 제가 2019년부터 그룹 관리를 위임받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구코) 직장인 그룹은 어떤 식으로 운영이 되고 있나요?
독일 직장인 모임의 그룹 창설 목적은 독일에서 일하시는 한국인 직장인 분들간 네트워크이며, 네트워크 토픽은 취미, 세금, 업무분야, 독일어, 투자, 스터디그룹 등 다양합니다. 지금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인해 모임이 어려워져서 주기적으로 진행하는 온라인 모임으로 대체하고 있지만, 2019년/2020년에는 제가 연간계획표를 월간 취미 모임, 분기별 정보교류 모임 등으로 구분해서 작성하고 공지한 뒤 그대로 진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구코) 직장인 모임을 운영하면서 보람되는 점이 있나요?
독일에서 살다 보면 다양한 분야의 직장인분들을 알게 되는데, 독일 직장인 모임이 없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분들을 많이 알게 됩니다. 그분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가 살아왔던 삶과 다른 관점들을 배우고 나누는 데에서 개인적으로 많은 즐거움을 느끼는데, 이러한 나눔을 좀 더 많은 사람과 진행할 수 있는 모임들을 조직하고, 회원들이 그로 인해서 자신들이 필요했던 정보나 즐거움을 얻는 모습을 볼 때, 그리고 회원들이 서로 소모임을 조직해서 직장인 모임 내에서 자발적인 활동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구코) 직장인 모임에서 즐거웠던 에피소드는 있나요?
2019년 5월에 회원들과 슈트트가르트 외곽지역에서 바비큐 파티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항상 누군가가 그릴 및 불씨 등을 이미 준비한 상태에서 고기만 들고 가서 구워보기만 하다가 처음으로 장소 마련부터 장비, 음식까지 준비한 첫 행사였는데, 고기를 굽는 과정도 재미있었고, 중간에 비가 와서 오두막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다가 라면을 먹고 모임을 해산했는데, 만나서 나눈 이야기들도 값졌고 즐거웠지만 마치 대학생 시절 1박 2일로 엠티 다녀온 기분을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구코) 독일 생활 이래서 할 만하다, 나의 독일 생활 즐기기 노하우가 있나요?
독일에 와서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도시가 크건 작건 운동이나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자연환경이 갖춰져 있다는 것입니다. 천천히 뛰면서 들판이나 숲이나 강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의 기운을 즐기면서 나름대로 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또 하나는 한국에서 자주 즐겼지만 독일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음식들을 직접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요즘은 유투브가 잘 되어 있어서 조리법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아 먹고싶은 것이 있으면 쉽게 따라해볼 수 있습니다. 만약 조리법에 나온 재료 중 없는 것이 있으면 그 또한 검색해 보면 독일에 먼저 와서 같은 고민을 먼저 해 주신 선배님들께서 대체 재료들이나 고기 이름 등을 자세히 공유해 주신 글들을 찾을 수 있어서 감사히 참조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찌개, 불고기, 잡채 등 상대적으로 재료 준비나 간 맞추기가 직관적인 요리들을 시도하다가 최근에는 정밀한 계량과 배합, 그리고 중간중간 맛보기가 불가능한 제빵과 떡을 도전해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몰두하다 보면 락다운에서 오는 우울함도 쉽게 잊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여행 또한 제 독일에서의 삶에 활력소가 되어 줍니다. 독일은 지리적 특성상 관광으로 유명한 유럽 주변국과 인접해 있어서, 어떤 이동수단을 이용하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유럽 이곳 저곳을 여행할 수 있어서 무척 마음에 듭니다. 또한 독일 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름다운 곳이 많이 있어 이런 명소들을 찾는 것 또한 저의 큰 즐거움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독일의 명소는 Königsee입니다.
구코) 독일 생활 어려움 무엇이고, 어떻게 극복하며 살고 있는지 노하우가 있나요?
저에게 독일 생활에서 제일 어려운 것 중 하나는 겨울을 보내는 일입니다. 해가 점점 짧아지다가 오후 3시 – 4시쯤 밤이 되 버리는 북유럽의 겨울은 좀처럼 적응되지 않습니다. 지금은 전염병 확산으로 인한 여행규제 때문에 어렵지만 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긴 크리스마스 휴가를 이용해서 한국이나 다른 국가로 여행을 다녀오곤 했습니다. 여행 간 곳이라고 춥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동남아/아프리카 제외) 적어도 만날 사람들과 즐길 컨텐츠가 있어서 견디기가 훨씬 수월했습니다.
추가로 독일에 사는 것 자체에서 오는 문제는 아니지만,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자주 교류하지 못하는 것 또한 가끔은 어려움으로 다가옵니다. 작년 여름 한국에 다녀왔는데, 자가격리 및 휴가를 포함해서 1달을 한국에 있었고, 이것이 2013년 한국을 떠난 이후로 한국에 가장 길게 머문 기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때 아버지께서 무척 기뻐하셨던 것을 생각해 보면 좀 더 자주 가족들과 직접 만날 기회를 갖고 싶은데, 그런 부분들이 채워지지 않아 항상 아쉽습니다. 여행제한이 완화되면 제가 한국에 가는 것 말고도 가족들을 독일로 불러서 더 많이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구코) 내가 사는 도시, 한국 사람이 없어서 심심하지 않나요?
제가 사는 도시는 저 이외의 한국 사람을 찾기 쉬운 곳은 아닙니다만, 해외에서 나와서 사는 입장에서 꼭 한국사람과의 교류에서만 즐거움을 찾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친해진 독일인 동료들도 작은 동네에서 저녁에 할 일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인지 가끔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긴 합니다만, 이 동네가 심심한 가장 큰 이유는 도시가 작기 때문에 즐길 거리가 많지 않아서인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차로 한시간 정도만 운전하면 슈트트가르트 등 대도시에 금방 도착할 수 있기 때문에, 심심함에서 오는 문제는 어렵지 않게 해결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구코) 앞으로 계획, 독일에서 자녀를 낳고 계속 살 건지, 혹은 또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나요?
제 경우 많은 사람들이 독일에서 교육비에 큰 돈을 투자하지 않고 학위를 취득하는 반면에 상대적으로 많은 돈을 들여가면서 MBA를 취득하게 된 상황이므로, 계속 이 투자된 비용에 대한 회수를 고려하는 것이 강제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위 자체의 의의보다는 이미 투자된 비용을 매몰비용으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만들어진 상황입니다.) 즉 현 상황에 안주하기보다는 계속 제 경쟁력 부각을 위한 역량을 키워나가고 그에 맞는 대우를 받을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일단은 독일에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으며, 개인적으로 독일에서의 삶에 만족하고 있기에 다른 지역은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자녀의 문제는 제 파트너와 먼저 상의되어야 할 문제이지만 (제가 출산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자녀가 있는 가족의 모습이 제가 생각하는 쪽에 더 가깝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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