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가져오지 않아도 될 것, 가져와야 할 것
Fake it until you make it
‘독일 유학생들의 네트워크’라는 페이스북 한인 커뮤니티를 보면 자주 올라오는 글 중 하나가 “제가 곧 독일에 가는데 꼭 가져가야 할 것과 가져가지 않아도 될 것을 알려주세요”다.
23kg의 짐 안에 추려서 가져와야 할 것 이라…
독일에서도 왠만한 것은 다 구할 수 있다. 비싸거나 혹은 품질이 다를 뿐…
전기방석, 밥솥, 파스, 모기약 등등 모두 다 있다. 다이소보다는 못하지만 다이소 비슷한 곳도 있다. 이렇게 구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짐을 쌀 때에는 영영 소포조차 받을 수 없을 것 같은 필사적인 마음이 된다. 독일에 자주 왔다갔다해서 이 곳의 삶에 친숙했던 나조차도 무겁게 이고 왔으나 전혀 사용하지 않고 짐만 되는 것들이 있다.
독일에 가져오지 않아도 될 것
1. 화려한 옷 (특히 레이스, 큐빅)
2. 정장
3. 뾰족한 하이힐
모두 의류와 신발인데, 정말 이 나라에서는 겉모습을 ‘멋지게’ ’예쁘게’ 꾸미는게 어색하다. 아마도 독일인이 가장 사랑하는 색깔은 검정색, 독일인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잭울프스킨(Jackwolfskin)’일 것이다. 확인된 바 없지만 그 정도로 실용적인 옷을 즐겨 입는다. 정장을 입지 않는 이유도 ‘실용적이지 않다’가 첫번째 이유다.
많은 독일인들이 자전거로 통학하고, 출퇴근한다. 그러다 보니 편한 바지에 비와 바람을 막아주는 모자가 있는 잠바를 입을 수 밖에 없다. 지멘스, 폴크스바겐 같은 대기업 직원들도 면바지에 니트 등을 입고 출근한다. 정장을 입은 사람은 판매원일 경우가 높다. ‘혹시 파티 같은 때에 입을 지도 모르잖아!’하고 가져오면 멋의 기준도 한국의 것과는 조금 달라서 생각보다 안 쿨해보일 수 있다. 그래도 점잖은 정장은 오페라나 클래식 콘서트 갈 때 입을 수 있다. 하이힐은 보통 청바지와 잠바를 입으니 신을 일이 없을 뿐더러 돌로 짜여진 보도 블럭이 많아 망가지기 쉬우니 잘 신지 않는다.
독일에 꼭 가져와야 할 것
1. 양말, 속옷
2. 쇠젓가락
3. 마인드
나는 정말 한국 양말의 품질이 이렇게 좋은 지 몰랐다. (혹시 한국에서 팔지만 made in china인가?) 독일도 좋은 양말이 있긴 있다. 10유로 정도 주면 살 수 있는데 한국은 3유로 정도면 같은 퀄리티의 양말을 구할 수 있다. 양말 퀄리티의 차이는 신었을 때의 탄성, 빨았을 때의 복원력인데 한국은 길거리에서 파는 1500원짜리 양말도 이 탄성과 복원력이 너무 우수하다.
속옷은 독일에도 예쁘고 저렴한 속옷이 많은데 면의 퀄리티가 한국 것이 조금 더 좋고, 한국인의 체형에는 한국인의 속옷이 편하다.(나는 그렇다…)
그리고, 쇠젓가락을 가져오면 좋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쇠젓가락을 쓰는 나라가 한국이다. 독일사람들도 아시아 음식을 많이 접해봐서 젓가락질에 익숙한 사람이 많은데, 친구들을 초대해서 쇠젓가락을 쥐어주면 젓가락 하나로 1시간은 떠들 수 있을만큼 흥미로워한다. 또, 쇠젓가락질은 난이도가 높아 다들 도전의 의지가 활활 타오른다.
마지막 한가지 더, 마인드.
한국인들은 자기 PR, 토론에서 자기 의견을 피력하는 것에 약하다. 아는 것도 모르는 척 하라는 공자의 가르침을 품었던 다른 아시아 사람들도 다 그런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어렸을 적부터 내 의견을 말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당연하게 배운 독일인들 앞에서 아시아인들의 겸손함은 소극적으로만 보여지나보다. 그리고 우리의 눈에는 아는 지식을 공유하고, 토론의 장을 만드는 이들의 문화가 잘난척 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내가 맡기에 좀 과한 것 같은 오퍼가 들어와서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라고 하니 친구가 말한다.
“클레어, 넌 독일에서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그 마인드부터 버려야 해!”
“그럼 무슨 마인드를 가져야 해?”
“Fake it until you make it!”
작가: 클레어/ 에세이스트
잘 다니던 마케팅 회사를 그만두고 독일에 와서 사부작사부작 기획하고 글을 씁니다. 취미는 슈퍼마켓 신상구경, 특기는 생동감 있는 리액션 입니다.
본 글은 클레어 작가님께서 브런치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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