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봉쇄 속 비자 연장하기
무사히 제시간에 비자 연장이 가능할까..?
2019년 12월부터 1년간 유효한 유학비자를 받은 직후 COVID-19 사태가 벌어져 한국으로 잠시 돌아갔다가, 아직 바이러스와 관련하여 아무런 상황 해결이 되지 않은 9월에 다시 독일로 돌아온 이유 중의 하나는 비자 연장이었다. 그렇기에 9월에 돌아오자마자 비자 연장을 위해서 필요한 서류를 미리 조금씩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9월 중순 경, 집으로 비자 연장 신청서 및 필요한 서류들이 적힌 우편물이 날아왔다. 약속은 어떻게 잡아야 하고, 신청서는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 모든 게 막막하던 차에 우편물을 받았기에 이게 얼마나 반갑던지. 다행히 유학 비자의 연장을 위한 필요 서류는 처음에 비자를 받을 때와 별반 다른 게 없었다.
신청서, 여권, 사진, 보험 증명서, 집 계약서 (원본 및 복사본), 재정 증명서, 겨울학기 증명서, 수수료
우편물에는 친절하게도 모든 필요 서류가 정리되어 보기 쉽게 나열되어 있었고, 신청서도 처음에 작성했던 신청서와 거의 같았기에 기억을 더듬으며 작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수수료와 사진을 제외한 모든 필요 서류를 PDF로 스캔하여 이메일로 보내거나 우편물로 보내면 확인 후에 예약을 잡아준다고 설명되어 있었다. 나는 이메일이 좀 더 빠를 것 같았기에 모든 서류를 스캔하여 다음 날 바로 이메일로 보냈다.
독일에서 다음 날 바로 오는 답장을 바라는 것은 사치라는 걸 이미 알고 있기에, 거기다 12월 1일까지인 지금의 비자에 비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는 생각에 진득이 기다려보기로 하였다. 물론 마음 편히 있지는 못 하였다. 답장을 한 달이 넘게 걸려 받은 사람이 있다, 라던지, 답장을 받아보니 예약이 3달 뒤였다, 라던지, 그런 무서운 이야기들이 오고 갔고, 지역에 따라서 혹은 같은 도시여도 외국인청에 따라서 답장의 속도나 잡히는 날짜가 제각각이었기에 그저 하루빨리 빠른 예약 날짜와 함께 답장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쾰른에 있는 Ausländeramt Lindenthal의 구역인 나의 경우, 답장을 받기까지 15일 정도가 걸렸고 예약 날짜는 11월 5일 아침 9시 40분이었다. 특이한 점은 나는 이메일을 보냈는데 답장은 우편으로 왔다는 것이다. 보통 이메일로 보내면 이메일로 답을 준다는데, 이건 또 무슨 상황이지 싶다가도 좋은 날짜로 답장을 잘 받았으면 됐지 뭐, 싶었다. 거기다 편지가 배달되는 시간까지 생각해보면 생각보다 빨리 준 답장에 고마운 마음까지 듬뿍 들었다. 이번에 받은 우편물에는 날짜와 시간, 방 번호, 그리고 준비물인 여권, 1장의 사진, 수수료, 마스크와 볼펜이 적혀 있었고, 그와 함께 COVID-19 예방을 위하여 마스크 착용을 제대로 해달라는 문구를 포함하여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이 느껴지면 연락을 취하여 방문을 취소하여 달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대망의 11월 5일. 11월 1일부터 시작된 부분 봉쇄로 나의 예약이 사라져 버렸으면 어쩌지 걱정하며 아침 일찍 일어나서 준비하여 30분 일찍 시청에 도착하였다. 다행히 예약이 잡힌 사람들만 시청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어, 다시 한번 더, 나의 비자 연장 예약에 감사함을 느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거기다 그날따라 아침에 안개가 자욱하여 더 춥게 느껴지던 날이었는데, COVID-19로 인하여 예약 시간 10분 전에만 건물에 들어갈 수 있다며 건물 밖에서 기다려달라는 경비원의 말을 듣고 나니 그제야 건물 밖에 듬성듬성 서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20분을 오돌오돌 떨다가 겨우 들어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바로 지정된 방에 들어가서 인사하고 준비한 준비물들을 모두 건네주었다. 이미 대부분의 서류를 스캔하여 이메일로 보냈던 탓에 따로 서류를 다시 보여달라는 말은 없었고, 수수료를 지불하고 오라는 말만 들었다. 나는 5일 전에 갑자기 이사를 하게 되어 지난번에 보낸 신청서의 주소와 다른 곳에 살고 있는데 COVID-19로 인하여 주소변경을 위한 예약이 바로 되지 않아 이번 달 말에 예약이 잡혀 있다, 이 경우 주소 관련하여 진행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Anmeldung이 되어 있지 않아 예전 주소로 비자 연장 신청을 하고, 나중에 Anmeldung이 완료되어 주소변경이 되면 그때 새로운 주소를 스티커로 받아서 카드 뒷면에 붙이면 된다는 말을 듣고 “Alles klar!”를 외치며 수수료를 납부하러 1층으로 내려갔다. 무사히 수수료를 납부하고 영수증과 함께 다시 4층으로 올라가서 영수증을 내고 나면 끝. 이제는 거주 허가증 카드가 도착하였으니 찾으러 오라는 우편물을 기다릴 차례다.
우편물의 서류들과 신청서, 수수료 지불 후 받은 영수증 등
거주 허가증 카드는 베를린에서 만들어져 전국에 보내어지는 시스템이어서 보통 4-6주가 걸린다고 한다. 한 달이 지나도 소식이 없는 통에 나의 우편물이 옛날 집 주소로 간 건 아닐까, 그래서 못 받으면 어쩌지, 우편물을 못 받아서 나의 방문 예약 날짜가 내가 모르는 사이에 지나쳐 버리면 어쩌지,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올해 12월 1일까지였던 나의 비자 날짜가 찍혀 있는 거주 허가증으로 인하여 새로운 카드를 받기 전까지는 독일 밖을 아예 못 나가게 되어버려 더 걱정이 되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 사이 COVID-19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어 이메일을 보내보는 게 좋을지, 좀 더 기다려보는 게 좋을지 분간이 안 섰다. 그러던 중, 12월 14일. 이번에는 우편물이 아닌 이메일로 카드가 도착하였으니 찾으러 12월 17일 아침 9시 55분에 오라는 것이 아닌가! 내용은 아주 간단하였다. 날짜, 시간, 방 번호와 함께 지금 가지고 있는 카드와 비자 종이를 가지고 마스크를 꼭 써서 볼펜을 들고 방문하기를 바란다는 말과 함께 시간이 안 된다면 이메일을 보내주길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되었다, 거의 다 왔다. 이제 비자 연장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는구나.
기다리던 12월 17일. 아침에 일어나 부랴부랴 외국인청으로 나섰다. 그저께부터 날씨가 포근해져 아침부터 영상 8도였기에 너무 따뜻하게 입어서 그런지 걷다가 땀이 날 정도였다. 도착하여 이름과 시간을 확인받고 바로 4층에 가서 조금 기다리니 눈 앞에 나의 새로운 거주 허가증이 반짝이고 있었다. 카드를 발급받았다는 확인서에 사인을 하고 이제 옛날 거주 허가증이 된 카드와 비자 종이를 건네주고 새로운 거주 허가증과 비자 종이를 받고 감사 인사를 전하며 내려왔다. 로비로 내려와서 카드에 붙일 주소변경 스티커를 발급받고 싶다고 이야기했더니 다행히 바로 번호표를 주셔서 연이어 일처리를 할 수 있었다.
새로운 주소까지 완벽히 거주 허가증에 붙였고, 이로써 1년일 줄 알았던 나의 비자가 2년짜리로 나와 기쁨도 두배인 비자 연장이 완료되었다. COVID-19라는 특이한 상황에서의 긴 여정이었지만 무사히 비자를 연장할 수 있었기에 왠지 모를 뿌듯함과 마음속에서의 환호가 더 크게 느껴진다. 장애물 달리기를 완주한 느낌이랄까?
이제 다시 논문에 집중을 해야 할 텐데. 이번에 받은 비자 기간 안에 논문을 완성하여 제출하고 통과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작가: 몽글맹글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걸 좋아합니다. 쓰면서 정리합니다. 주로 독일에서의 일상 및 매일의 삶 속에서 언젠가 기억하고 다시 꺼내보고 싶을 작고 소중한 일들을 기록합니다.
본 글은 몽글맹글 작가님께서 브런치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 구텐탁코리아(http://www.gutentag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