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18세가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묘한 순간입니다. 분명히 축하해야 할 일인데, 막상 그날이 가까워질수록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기쁨보다는 질문입니다.
“뭘 해줘야 하지?” “다른 집은 어떻게 하지?” “이걸 그냥 넘어가도 되는 걸까?”
한국에서 자란 부모라면 이 고민은 더 깊어집니다. 성년의 날, 꽃과 향수, 정장, 가족사진 같은 어느 정도 정형화된 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그 정답이 없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정답을 정해두지 않는 것이 이 사회의 방식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완전히 기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겉으로는 자유롭고 무덤덤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 특별한 날을 기념하는 비용과 선물 선택 방식에 일정한 패턴이 존재합니다.

특별한 성년식이 없는 나라에서 생기는 이민자 부모의 고민
독일에서 18세는 법적으로 모든 권리를 갖는 시점입니다. 투표를 할 수 있고, 계약을 맺을 수 있으며, 완전히 독립된 개인으로 인정받습니다. 그런데도 이 중요한 순간을 기념하는 ‘공식적인 방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신 각 가정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날을 넘깁니다. 어떤 집은 가족끼리 조용히 식사를 하고, 어떤 집은 친구들을 초대해 작은 파티를 열고, 또 어떤 집은 아무 이벤트 없이 지나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부모들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얼마 정도 쓰는 게 맞을까?”
성년식이 정형화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자유롭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준이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독일 부모 커뮤니티나 포럼을 보면 비슷한 질문이 반복됩니다.
“500유로면 적은 건가요?” “2,000유로는 과한 건가요?” “다들 얼마 정도 쓰세요?”
흥미로운 점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꽤 현실적으로 모여 있다는 것입니다. 독일에서 18세 성년을 맞이할 때 부모가 직접 지출하거나 지원하는 금액은 대체로 1,000유로에서 3,000유로 사이에 가장 많이 분포합니다. 물론 500유로 이하로 조용히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 5,000유로 이상을 쓰는 가정도 있지만, 체감상 ‘무난하다’고 느껴지는 구간은 이 범위입니다.
★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입니다.
부모는 ‘기념’을, 자녀는 ‘기회’를
대다수 부모가 생각하는 성년 선물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오래 남는 것” “의미 있는 것” “인생의 한 시점을 기억할 수 있는 것”. 그래서 시계, 액세서리, 기념품, 혹은 가족 중심의 이벤트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생각은 꽤 다릅니다. 이들에게 18세는 ‘기념해야 할 날’이라기보다 ‘이제 내가 모든 것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시점’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가장 많이 선택되는 것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 바로 “현금”입니다. 그리고 이 현금은 자녀에겐 “선택권”을 의미합니다.
그럼에도 부모와 자녀 모두 만족시키는 선물 & 이벤트 Top 3

1. 가장 현실적인 선택 1순위 : 운전면허
독일에서 18세가 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자동차보다도 운전면허(Führerschein)입니다. 문제는 가격입니다. 요즘 기준으로 2,500유로에서 3,500유로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많은 독일 부모들이 이 비용을 성년 선물로 지원합니다. 이 선택이 흥미로운 이유는 부모와 자녀 모두를 만족시키기 때문입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쓸모 있는 곳에 돈이 쓰인다”는 확신이 있고, 자녀 입장에서는 “진짜 필요한 걸 얻었다”는 만족이 있습니다.
2. “기념” 대신 “경험”을 선택하는 아이들 : 해외여행
최근 독일에서 몇 년 사이 확실히 늘어난 흐름이 있습니다. 바로 ‘해외여행’입니다. 특히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은 많은 18세 자녀들이 가장 원하는 선택지 중 하나입니다. Interrail 패스를 이용하면 300유로~600유로 정도로 유럽 내 이동이 가능하고, 숙박과 식비를 포함하면 전체 비용은 대략 800유로~1,500유로 선에서 형성됩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그 돈이면 뭔가 기억에 남는 걸 사주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다릅니다. 이 여행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처음으로 스스로 계획하고 부모 없이 움직이는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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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리고 여전히 중요한 이벤트 : 친구들과 즐거운 하루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부모가 애써 준비한 이벤트보다 아이들이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순간이 따로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입니다. 큰 비용이 들지 않더라도 집에서 열리는 작은 파티, 혹은 특별한 장소에서의 모임이 오히려 가장 기억에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드는 비용은 생각보다 현실적입니다. 음식, 음료, 간단한 장식까지 포함해 300유로~1,000유로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이벤트는 대부분 아이 스스로 기획한다는 점입니다.
★ 성년식 예산 핵심 요약
€ 평균 총 지출 – 1,000유로~3,000유로
€ 가장 일반적인 선택 – 현금 + 자녀 자율 사용
€ 대표적인 현금 사용처 – 운전면허, 여행, 스마트기기
€ 특정 이벤트는 “부모 주도”보다 “자녀 주도”가 만족도 높음
여기서 한국 이민자 부모가 느끼는 ‘허전함’의 정체

이 모든 흐름을 보고 있으면 한국 부모 입장에서는 약간 허전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그냥 넘어가도 되나?” “너무 의미 없는 것 아닌가?”
이런 감정은 자연스럽습니다. 한국에서는 성년이 되는 것이 사회적으로 ‘축하받는 의식’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다릅니다. 성년은 축하의 대상이라기보다 책임이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그래서 이날의 중심은 부모가 아니라, 아이 본인입니다. 그리고 “얼마를 쓰느냐”보다 “누가 선택했느냐”로 기억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 작성: 오이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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