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매번 줌으로만 만나던 독일어 수업 반 친구들을 현실 세계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독일어 실력은 나날이 늘지 않는 것 같은데, 수업은 나날이 어려워지기만 한다. 거기다 요즘 논문에 강의에 여러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많아 독일어 수업에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기에 이렇게 반 친구들을 만나서 수다 떠는 것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될 것 같아, 코로나의 위험을 무릅쓰고 참여하게 되었다. 나와 같이 다른 친구들도 모두 코로나 걱정이 되었는지 조금은 구석지고 조용하지만 다양한 맥주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한 친구가 추천을 해주어 모임은 ‘Craftbeer corner coeln’이라는 곳에서 열리게 되었다. 반에는 13-14명 정도의 친구들이 있는데 그중 결국 모인 것은 7명. 지금 생각해보니 그래도 반이나 모였었구나!
우선 이 가게는 찾기가 조금 어려울 수도 있지만, 구글맵을 따라가면 금방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Heumarkt 역에서 나오면 걸어서 금방 도착할 수 있고, 지금 시기에는 크리스마스 마켓도 역 근처에 조그맣게 열리기에 구경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 지난주에 지나갈 때에는 아직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지는 않았고 준비 중이었지만 그 모습만 보아도 기분이 한결 좋아졌었다. 가게에 도착을 해서 들어가면 입구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가게의 큰 사이즈에 조금 당황할 수도 있다. 동굴처럼 안으로 더 들어가는 공간도 있고, 추워서인지 저녁이었어서 인지 못 가게 막아 놓아서 가보진 못 하였지만 2층에는 테라스도 있다고 한다.
줌으로만 만나던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게 되었을 때는 항상 신기하고 묘한 기분이 감돈다. 나는 이 기분이, 줌을 사용하기 시작하였을 때, 처음 일어난 일이어서 느끼는 감정인가 라고 생각을 하였었는데, 매번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걸 보니 그게 아닌가 보다. 매번 실제로는 처음 만났는데 이 사람의 말투, 목소리, 표정, 제스처, 이름 등 다양한 정보를 이미 안 상태로 만난다는 건, 낯가림을 하는 나로서는 도움이 되는 일인 것 같으면서도 아닌 듯하다.
우선 이 가게는 가게명답게 다양한 생맥주들이 있다. 열 댓가지의 생맥주와 함께 정말 수십 가지의 캔 맥주, 병맥주도 함께 있어 메뉴를 고르는 데에만 시간이 한참 걸렸다. 물론 맥주뿐만 아니라 와인이나 다른 술도 있었지만 가게명이 craft beer인데 어찌 다른 술을 마실쏘냐. 그리고 정말 정말 상냥한, 독일에 와서 몇 번 경험하지 못했을 정도의 정말 상냥하고 똑똑한 점원분으로 맥주 종류의 설명도 하나하나 들을 수 있었고 매번 추천도 받을 수 있었다. 정말 내가 감탄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은, 이 분은 7명 모두의 이름을 한 번 듣고 기억을 한 후, 매번 주문을 하였을 때마다 그 이름에 맞게 주문표에 적고, 잔을 건네어 줄 때도 이름을 불러주었다는 점이다. 독일인이 독일인 이름을 한 번에 외우는 것도 어려울 것 같은데, 다양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 이름을 한 번에 외우는 모습에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독일어 반 친구들과 함께
나를 포함하여 7명은 각자의 취향에 맞게 점원분의 도움을 받아가며 맥주를 골랐고, 마시며 수다를 떨며 또 추천을 받아 맥주를 시키고 마시고 수다를 떨었다. 오랜만의 사람들과의 만남에, 거기다 알코올까지 들어간 나는 신이나 버려 너무나 많은 맥주를 마셔버렸고 다음날 생각지도 못 한 숙취에 많이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또 가고 싶은 곳이 되었다. 특히 누군가 쾰른으로 놀러 오면 데리고 가고 싶은 곳으로 말이다. 대신 다음에 갔을 때에는 안주를 곁들여 마시고 싶다. 여기 사람들은 술을 마실 때 안주 없이 마시는 게 보통이어서, 안주 킬러인 나에게는 너무 힘든 세상이다. 안주 없이 술만 마셔서 숙취에 힘들었던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니 말이다.
어느 정도 조용하고, 좋은 음악이 흐르는, 거기다 생맥주의 종류도 다양하고 맛도 좋은, 점원분이 최고인 그런 bar를 쾰른에서 찾으신다면, craftbeer corner coeln은 어떠신지.
- 작가: 몽글맹글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걸 좋아합니다. 쓰면서 정리합니다. 주로 독일에서의 일상 및 매일의 삶 속에서 언젠가 기억하고 다시 꺼내보고 싶을 작고 소중한 일들을 기록합니다.
- 본 글은 몽글맹글 작가님께서 브런치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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